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연합뉴스미국 국무부가 최근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주장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의 발언이 맥락과 다르게 보도됐다고 진화에 나섰다.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20일(현지시간) 웬디 셔먼 부장관의 일본 방문에 대해 전화로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자리에서 최근 국내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에 대한 질문들에 대해 답했다.
첫 질문은 이랬다.
"한반도에서의 전술핵 무기 재배치에 대한 미국의 생각을 말해 달라. 이 이슈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다. 그리고 남한의 미래 핵무장에 대해서도 말해 달라."
그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전력 태세에 대한 질문은 국방부에 문의해달라"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이 기회에 확장억제에 관해 이야기하겠다. 바이든 대통령은 핵, 재래식, 미사일방어를 포함한 미국의 모든 방어 역량을 동원해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확인했다. 미국과 한국은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최근 재가동해 지난달 개최했다. 우리는 또 연합방어태세를 보강해 억제력을 더 강화하는 데 전념하고 있으며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권 전환을 함께 추진한다는 점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또 다른 질문이 뒤를 따랐다.
"한국 정부가 이달 들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증가 이후 전술핵 재배치를 요청한 적이 있는가? 골드버그 대사는 화요일에 이 같은 이야기를 부인하면서 무책임하고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의 입장을 지지하거나 덧붙일 말이 있나?"
고위 당국자는 이렇게 답했다.
"우리가 분명히 밝혔듯이 골드버그 대사의 발언은 맥락과 다르게 취해졌다(taken out of context)고 생각한다. 이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 미국은 여전히 모든 북한 문제에 대해 한국과 협력할 것을 전적으로 약속하고 있다."
여기서 고위 당국자가 말한 '맥락과 다르게 취해졌다'는 대목은 골드버그 대사의 발언이 언론에 잘 못 소개됐다는 불만으로 해석된다.
20일 오전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서울 영등포구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34차 한미재계총회에서 조태용 주미한국대사와 화상으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골드버그 대사의 18일 관훈클럽 초청 언론인 토론회 발언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과거 주한미군에 배치됐던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전술핵에 대한 이야기가 푸틴에게서 시작됐든 김정은에게서 시작됐든 무책임하고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확장억제는 미국이 가진 핵 전력을 포함한 모든 부문을 동원해 보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그 누구도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전술핵이든 아니든 위협을 증가시키는 핵무기가 아니라 오히려 그런 긴장을 낮추기 위해 핵무기를 제거할 필요에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골드버그 대사의 발언에 대해 국내 언론은 정부 여당 일각에서 나온 전술핵 재배치에 부정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일제히 해석했다.
따라서 이날 국무부 고위 당국자의 '맥락과 다르게 취해졌다'는 언급은 골드버그 대사가 '무책임하고 위험하다'고 타박한 대상이 한국 정부가 아닌 푸틴이나 김정은이라는 점을 바로잡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위 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가 전술핵 재배치를 요청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