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안우진. 연합뉴스키움 히어로즈의 에이스 안우진의 존재감은 마운드에 있을 때만큼이나 없을 때도 진하게 드러났다.
키움 히어로즈의 홍원기 감독은 1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시즌 KBO 리그 kt 위즈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안우진은 가장 강한 투수"라는 말을 반복했다.
주전 김휘집을 대신해 신준우를 1차전 유격수로 기용한 것도 수비를 강화해 '지키는 야구'를 하겠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었다. 안우진이 최소 실점을 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었다.
안우진은 올해 30경기에서 15승8패 평균자책점 2.11, 탈삼진 224개로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부문 타이틀을 차지한 키움의 에이스다.
2018년부터 포스트시즌 경험도 많이 쌓았다. 가을야구에 통산 15경기 등판해 4승(모두 구원승) 2홀드 평균자책점 2.48을 기록했다.
홍원기 감독의 기대대로, kt의 우려대로 안우진은 마운드에서 강했다.
안우진은 6이닝 동안 탈삼진 9개를 곁들이며 3피안타 1볼넷 무실점 호투로 키움의 올 시즌 첫 가을야구 경기를 지배했다.
안우진이 네 차례 출루를 허용했지만 위기는 없었다. kt는 안우진이 마운드에 서있는 동안 단 한 번도 2루를 밟지 못했다. 최고 시속 157km, 평균 154km의 강속구를 앞세운 안우진의 구위 앞에 무기력했다.
키움은 안우진의 활약에 힘입어 편안하게 초중반 싸움을 펼쳤다.
1회말 1사 3루에서 이정후의 내야땅볼로 선취점을 뽑았다. 2회말에는 무사 1,3루에서 이지영이 땅볼로 3루주자를 홈으로 불렀다. 야시엘 푸이그는 3회말 적시타를 쳤고 송성문은 6회말 희생플라이로 1점을 추가했다.
하지만 안우진의 강판이 경기 흐름을 바꿔놓았다.
키움은 4-0으로 앞선 7회초 투수를 김태훈으로 교체했다. 안우진의 투구수는 88개에 불과했지만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면서 더 이상 투구를 이어갈 수 없었다.
안우진이 던진 공을 보다가 다른 투수의 공을 보게 된 kt 타자들의 집중력은 몰라보게 좋아졌다.
kt 4번타자 박병호는 7회초 투수가 교체되지마자 중월 솔로홈런을 때렸다. 이어 장성우가 중전안타를 쳤다.
키움은 선발요원 최원태를 등판시켰지만 kt의 불을 끄지 못했다. kt는 1사 1,2루에서 터진 심우준의 좌측 방면 2루타로 2점을 뽑아 점수차를 1점으로 좁혔다.
kt의 반격은 계속 됐다. 8회초 키움의 불펜 양현을 공략했다. 알포드의 볼넷과 박병호의 우중간 안타로 만든 2사 1,3루에서 강백호가 우측 방면 적시타로 스코어를 4-4 원점으로 되돌렸다. 사이드암 투수에게 정상급 왼손타자 강백호는 넘기 힘든 벽이었다.
키움은 불펜의 난조로 비교적 넉넉해보였던 4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1차전의 최대 변수는 안우진의 '손가락 물집'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키움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정규리그 3위의 저력을 발휘했다.
키움 히어로즈 송성문. 연합뉴스
키움은 8회말 1사 1,2루에서 터진 '가을사나이' 송성문의 적시타로 다시 리드를 잡았다. 이어 김준완의 희생플라이, 임지열의 투런홈런이 연거푸 터지면서 순식간에 승부를 결정했다. 8회말에만 무려 4점을 뽑았다.
키움은 타선의 막판 활약에 힘입어 8-4로 승리, 단기전에서 에이스의 등판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었다. 안우진이 남긴 강렬한 인상은 향후 준플레이오프 승부에서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