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남녀 '동상이몽' 심화…멀어지는 결혼·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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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지구상에서 가장 심각한 인구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의 현 주소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심도 있게 모색해 본다.

[인구위기와 공존⑧] 2030 성별 연애·결혼 온도 차
지난해 혼인 건수 약 10%↓…20만 건 미만은 처음
혼외출산율 OECD 최저…연애→결혼→출산 순이지만
연애·결혼 수요 자체가 줄어…솔로 70.4% "자유의지"

향후 연애 긍정한 '비연애' 남녀 46.6%에 그쳐
'결혼 생각 없다' 여성, 남성 비해 비중 더 높아

결혼 꺼리는 이유도 성별 따라 갈려
男 '경제적 이유' vs 女 '혼자가 좋아'

절반 이상 출산 의지 없고 여성이 더 확고
문화가 된 '비혼'…저출생 해법 더 복잡해져

▶ 글 싣는 순서
①청년도 노인도 불행한 '인구 디스토피아'
②놀이터엔 노인들만…"애 한 명도 안 태어난 마을도"[영상]
③"마을 하나씩 매년 사라지는 셈…20년 후가 두려워요"
④20여년 간 41개 학교 문닫은 신안…"공공인프라 길게 보고 심어야"[영상]
⑤지역 특색 살린 '살아보기'로 인구 유치…"가장 큰 걸림돌은 주거 문제"
⑥'과밀한' 경기도마저 인구위기 '빨간불'…"80대도 안아프면 일해야"
⑦가평 이사 간 목동엄마의 분투기 "주3일은 서울行"
⑧MZ세대 남녀 '동상이몽' 심화…멀어지는 결혼·출산
(계속)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이제 무작정 "아이를 더 낳으라"고 읍소하거나 강요하는 저출생 대응정책은 통하지 않는다. 이른바 'MZ세대'로 불리는 2030 청년들이 기성 세대와 달리 결혼·출산을 더 이상 인생의 상수로 두지 않는 탓이다.
 
이는 수치로도 엄연히 나타나는 현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혼인 건수는 19만 3천 건으로 재작년 대비 9.8% 감소했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3년 연속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30만 건이 넘었던 10년 전(32만 9천 건)과 비교하면 58% 수준에 불과하다. 1997년부터 19년간 연평균 30만을 넘겨온 혼인 건수는 2016년 20만 건대(28만 2천 건)로 떨어졌고, 5년 만에 10만 건대로 내려앉았다.
 
저출생 문제와 관련해 혼인 건수가 중요한 이유는 결혼이 출산의 전제가 되는 한국의 문화 때문이다. 과거보다 많이 인식이 바뀌었다곤 하지만 뿌리 깊은 유교 문화로 '가족'에 대한 정의가 유럽 등보다 좁은 편이다.

여전히 기혼 부부가 디폴트로 간주되다 보니, 비혼 관계에서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루(려)는 경우는 '소수'로 취급된다. 국내 혼외출산율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꼴찌 수준이다. 2%대 정도로 2018년 기준 프랑스(60.4%), 스웨덴(54.5%), 영국(48.4%), 미국(39.6%) 등보다 훨씬 낮다.
 
결국 한국에서는 맘에 드는 이성을 만나 결혼에 이르는 것이 출산의 첫 단추라 할 수 있는데, 사전단계인 연애부터 녹록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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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달 말 발표한 '2022년 제1차 저출산 인식조사' 결과는 청년층 남녀의 '동상이몽(同床異夢)'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협회는 지난 7월 18일부터 21일까지 만 19~34세 비혼 청년 104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의 65.5%는 현재 '연애를 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 중에서도 3분의 1 가까운 인원(29.1%)은 연애경험이 전혀 없는 '모태 솔로'였다.
 
현재 파트너 유무 자체보다 더 의미심장한 부분은 그 배경이다. '비연애' 상태라 답한 대상자의 70.4%는 스스로 원해서 연애를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자발적'으로 솔로 노선을 택했다는 것이다.
 
특히 성별로 나눠 보면, 자유의지로 비연애 중이라는 여성의 비중(82.5%)이 남성(61.4%)보다 더 높았다. 애인이 있었으면 싶지만 '타의'로 연애를 못 하고 있다는 이들(전체 29.6%)은 남성(38.6%)이 여성(17.5%)보다 비율상 더 많았다.
 
향후 연애할 뜻이 '있다'고 긍정한 청년은 46.6%로, 절반 이상(53.4%)은 앞으로도 딱히 누군가를 만날 생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즉, 전반적인 연애 수요가 낮아진 가운데 상대적으로 남성이 여성에 비해 연애가 더 갈급한 셈이다. 연애 의향이 없는 이유로는 남녀 모두 '연애를 할 여유가 없어서'(남성 65.8%, 여성 51.4%)가 1위를 차지했다. 두 번째로 많은 응답은 '연애 자체에 관심이 생기지 않아서'(남성 32.1%, 여성 40.2%)였다.
 
미디어에서 오랜 시간 관습적으로 묘사해온 '솔로=불행'의 등식도 깨졌다. 비연애 청년 대다수(48.3%)가 지금 상태에 '만족'(매우만족·만족)하고 있었다. '보통'(36.7%)이 뒤를 이었고, '불만족'한다는 응답자는 15.0%에 그쳤다. 만족을 표한 이들 중에서는 여성(62.3%)이 남성(37.8%)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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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에 대한 시들한 관심은 결혼을 바라보는 미지근한 태도로 이어졌다. 51.0%가 결혼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는데, 남성(57%)이 여성(44%)보다 긍정비중이 높았다. 결혼 의향이 '없다'고 한 49.0% 중에서는 여성(56.0%)이 남성(43.0%)보다 더 결혼에 부정적이었다.
 
'결혼에 뜻이 없는 이유'(복수응답)는 연애보다 더 뚜렷한 성별 차이를 드러냈다. 여성은 '혼자 사는 것이 행복해서'(37.5%)가 가장 많은 응답을 기록한 반면 남성은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71.4%)가 최고의 빈도를 나타냈다.
 
이밖에 여성은 '가족라는 제도에 얽매이고 싶지 않음'(33.8%),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30.9%)를 원인으로 꼽았고, 남성은 '혼자 사는 것이 행복하여서'(39.0%), '결혼할 만한 상대가 없어서'(28.2%)의 순이었다.
 
적잖은 여성들이 배우자 없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은 최근 조금씩 대중화되고 있는 '비혼(非婚)'이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조금 더 자연스러운 개념임을 보여주는 결과다. 비혼 여성들은 '아직' 결혼을 하지 못했다는 의미를 내포해 결혼을 목표점으로 상정하는 미혼(未婚)이란 단어를 거부한다. 결혼은 물론 청춘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연애도 본인이 선택하는 '옵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0년대 취업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한때 유행한 '3포 세대'(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청년 세대)와는 미묘하게 구별되는 대목이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여건이 큰 변수인 것은 맞지만, 청년들이 단지 주머니 사정만으로 연애·결혼을 내려놓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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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기조는 자연히 출산 의사에도 반영된다. 아이를 낳을 생각이 있다고 응답한 대상자는 43.7%로 50%가 채 안 됐다. 아이를 절대 낳지 않겠다거나 낳고 싶지 않은 편이라고 응답한 여성은 65.4%로 출산에 부정적인 남성(48.3%)보다 더 비율이 높았다.
 
출산을 주저하는 이유로는 남녀 모두 '경제적 부담감'을 첫손에 꼽았다(남성 66.4%, 여성 49.1%). 여성들은 '아이를 위해 내 삶을 희생하고 싶지 않다'(44.0%)를 두 번째로 많이 든 반면 남성은 '사회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점(38.7%)을 그 다음으로 많이 언급했다.
 
흥미로운 것은 성(性) 불평등과 출산 의향 사이의 상관관계다. 성적으로 불평등한 일을 겪었다고 답변한 청년 중 꼭 자녀를 갖겠다고 한 비율은 38%로, 그러한 경험이 없다는 응답군(62%)에 비해 1.5배 이상 낮았다. 육아로 '경단녀'(경력단절 여성)가 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사회적 현실을 염두에 둔 여성들의 답변과 상통하는 부분이다.
 
설문자들의 47.8%는 성 불평등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여성(57.2%)의 비중이 남성(39.6%)보다 높았다. 경험 종류로는 '전통적 성역할 강요'가 남녀 응답자 모두 70%를 훌쩍 넘겨 1위를 기록했다(남성 77.5%, 여성 75.9%).
 
다만, 2위로는 여성 51.8%가 '가족 내 특정성 선호사상에 따른 차별'을 들었고, 남성은 '채용 시 불이익'(36.0%)을 꼽았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졌다곤 하지만, 직장 등에 관행적으로 남아있는 성차별이 결혼·출산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젊은 남성들이 '성별 할당제'를 역차별이라 느끼고 있다는 점도 양측의 인식 차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김창순 인구보건복지협회장은 "청년들의 연애·결혼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지속되고 있다"며 "기존의 출산 장려정책으론 이러한 태도를 바꿀 수 없다"고 진단했다.
 
전체 가구의 40%를 넘긴 '1인 가구'가 보편화되면서, 20대 후반~30대 초반쯤으로 간주됐던 결혼 적령기도 옛말이 됐다. 청주시 20~40대 비혼 청년들을 심층 인터뷰한 장우정씨의 충북대 석사 논문('청년 세대의 비혼 원인과 삶의 전략으로서의 개인화', 2019)에서 청년들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 결혼적령기는 저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마흔이 되던 쉰이 되던 뭐 맞는 사람이 있으면 결혼을 하겠죠. 대신에 이혼적령기도 없는 거고요."(A씨)
 
"사람을 만나서 (결혼) 의향이 생길 수도 있고, 안 생길 수도 있는 거잖아요. 출산문제도 똑같은 거죠. 자연스럽게. 의향이 생길 수도 있고, 안 생길 수도 있고."(B씨)
 
여가부 장관을 지낸 정현백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저출생은 여러 요인이 얽혀있는 아주 복잡한 문제"라면서도 "요즘 젊은 친구들이 아이를 안 낳는 건 문화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연애·결혼을 더 꺼리는 실태에 대해서는 이들이 구조적으로 겪는 차별과 무관하지 않다고 봤다.

그는 "젠더 문제는 그냥 예산을 책정하고 (관련부처에 그냥) 내려보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여성들이 사회에서 느끼는 불안과 불만에 보다 세심히 접근하는 정책과 시각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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