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의원이 29일 오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에서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중적 인지도와 경제통이라는 강점을 가진 유 전 의원은 공식적으로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적이 없지만, 당 안팎에서는 그의 행보를 유심히 살피며 전당대회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정권 초기 권력의 힘이 절정인 시기에 연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하고 있는 유 전 의원이 전대에서 의미 있는 결실을 얻을 수 있느냐 여부는 '비친윤 세력화'와 '친윤주자 교통정리'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당내 사정에 밝은 국민의힘 관계자는
"유 전 의원이 지난 주쯤 출마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도
"유 전 의원이 사람을 구하는 등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움직임에 대해 듣고 있다"고 전했다. 유 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자신이 전통 보수 지지층이 밀집해 있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는 당대표 여론조사 관련 기사를 올렸다. 또 "이 꼴 저 꼴 다 보기 싫은 이들이 유승민을 떠올린다. 유승민은 여기에 호응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칼럼도 공유했다.
"이쯤되면 출마 선언"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의 행보다.
유 전 의원이 움직인다는 소식에 당 안팎이 술렁이는 이유는, 그가 대선에도 출마했던 거물급 인사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나온 당권주자들 대부분이 윤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유 전 의원이 '유일하게' 비친윤 깃발을 들고 표심을 모을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이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국힘 지지층 7주 연속 1등은 나"라고 주장하며 유 전 의원에게 견제구를 날린 나경원 전 의원이나 "당에서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것을 본인도 알고 있다"고 말한 안철수 의원이 대표적이다.
일찌감치 당권 도전을 선언한 김기현 의원은 물론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권성동, 윤상현 의원 등 모두 윤 대통령과 원만하거나 가까운 관계라는 것을 호소하고 있지만 압도적인 세를 과시하는 인사 없이, 공히 각자의 표심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 대통령실과 당의 융합도가 낮다는 점 역시 유 전 의원의 선전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실제로 주호영 원내대표가 선출된 지난 원대대표 선거에서, 윤핵관 권성동 의원이 강력하게 밀어준 주 원내대표 대신 이용호 의원이 "본인도 놀랄 정도로" 예상을 뛰어 넘는 득표를 했다. "
수도권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과 윤핵관 방식의 당 운영이 유지됐다가는 총선에서 영남당으로 심각하게 쪼그라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원외 수도권 당협위원장)"는 얘기도 들린다.
윤창원 기자그러나 당원 상당수가 '배신자 프레임'을 간직하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에 몰려 있다는 점을 근거로 유 전 의원이 실제 당권을 쥘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들이 많다. 한 영남 지역 재선 의원은 "
탄핵 당시 탈당했다가 복당한 의원들에 대해서도 시선이 곱지 않은데, 일찌감치 박 전 대통령이 '배신자'라고 지목까지 한 유 전 의원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통 지지층 사이에서조차 윤 대통령이 지지율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외면할 수는 없다"는 정서도 강하다고 한다.
'비친윤' 유승민 대 '친윤' 다수주자로 구도가 짜여져도, '비친윤'의 결집 모수 자체가 작다는 말이다. 다만 이준석 전 대표의 축출에 분노한 젊은 보수층은 어느 정도 표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때문에 유 전 의원이 당권을 쥐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세가 약한 '비친윤' 세력이 강력하게 결집해야 한다는 첫 번 째 조건과 '친윤'주자 여러 명이 동시에 출전해 표를 분산시켜야 한다는 두 번 째 조건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쉽지 않은 조건이다. 영남권의 한 초선 의원은 "
결국 윤 대통령이나 윤핵관 쪽에서 교통정리에 나서지 않겠냐"며 시간을 두고 봐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당권 주류의 후보군 정리 움직임이 가시화되면 유 전 의원이 확실하게 당권 도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 초선 의원은 유 전 의원의 최근 행보에 대해서는 "유 전 의원은 실제 당권을 얻느냐 여부와 상관 없이 최근 당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