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괴 손배소 남발 막는 노란봉투법 발의. 연합뉴스'노란봉투법'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불법 파업' 조장론을 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애초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부르는 거의 모든 노사 쟁의 현장은 사측의 불법·탈법이 원인이었다.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해 "노조법 2조, 3조 등 몇 개를 건드려서 된다고는 보지 않는다"며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노란봉투법'은 현행 법에서 과도하게 좁은 파업의 범위·대상을 합리화해서 파업 노동자에 대한 사측의 무분별한 손해배상청구를 예방하려는 노조법 개정안을 말한다.
앞서 이 장관은 지난달에도 국회에서 "자칫 불법파업이나 갈등을 조장한다든지,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준다든지 하는 국민적 우려도 있는 만큼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자칫 노란봉투법 입법 과정에서 합법 파업의 대상을 지나치게 확대하면 '불법'이어야 할 쟁의 활동까지 합법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의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노동계는 애초 거액의 손배소가 제기될 정도로 장기간·대규모 파업이 진행된 경우, 거의 대부분 사측의 불법·탈법 행위가 먼저 일어난 데 따른 불가피한 대응이라고 주장한다. 사측의 불법 행위에 대응할 노동자들의 쟁의 행위를 현실화해야 오히려 불법 파업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계의 주장은 사실일까? 이러한 사실은 관련 시민단체인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가 '공공상생연대기금'과 함께 손배·가압류 소송기록을 수집해 운영하는 '33.3손배가압류 소송기록 아카이브'에 기록된 197개 사건의 381개 소송기록에서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앞서 노동부가 지난 4일 사상 처음으로 실시했던 정부 실태조사 역시 이 아카이브 기록을 중심으로 실시된 바 있다.
이 197개 사건의 소송기록을 살펴보면 법원이 인정한 노동자들이 쟁의행위를 한 원인으로는 단체교섭 거부 및 미이행이 8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해고(43건), 노동자의 집회·1인시위에 대한 갈등(41건), 불법파견(36건), 노조파괴 등 부당노동행위(26건), 근로기준법위반(8건)이 뒤를 이었다.
노동자가 '불법' 파업에 돌입했던 원인에는 애초 사용자 측이 먼저 '불법'을 저질러 노사 갈등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을 법원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즉 이처럼 노동자들이 '불법'의 낙인을 감수하고 쟁의에 돌입할 때까지 사측의 불법 행위에 따른 문제 상황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집회 현장. 연합뉴스하지만 이 가운데 1심에서 사측의 불법행위가 명백하게 인정돼 노동자가 승소한 37건의 사건에서도, 정작 이에 저항한 노동자들의 쟁의행위가 정당하다고 인정된 판결은 13건에 그쳤다.
나머지 24건은 소송을 제기한 사측이 정작 자신들의 손해 규모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해 회사가 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를 뒤집어 말하면 사측이 얼마나 무분별하게 손배소를 남발하는 것인지 알려주는 셈이기도 하다.
손잡고 윤지선 활동가는 "판결문에 적시됐던 노동권 행사의 배경에는 대부분 사용자 측이 불법을 저질렀기 때문에 최후의 저항으로 파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 명확하게 문서로 드러난다"며 "정부는 '노란봉투법'이 만들어지면 불법 파업이 성행할 것이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왜 파업이 일어났는가부터 분석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