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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탄소량은 어떻게 산정하나요?…담론의 장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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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기후변화 진행 속도가 가팔라진 가운데 각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기후대응에 나서고 있다. 기후변화 시대, 미술계의 고민과 실천을 들여다본다.

[기후변화, 미술계 대응 ①]
국립현대미술관 '미술관-탄소-프로젝트' 현장 활기
국내 미술관들 모여 운영 방향성과 실천 가능한 기후행동 공유
해외 미술관, 탄소 저감·상쇄 노력 활발…"각자 영역서 점진적으로 실천해야"

국립현대미술관 제공국립현대미술관 제공지난 9월 30일 오후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 내 MMCA 다원공간. 국립현대미술관이 기획한 '미술관-탄소-프로젝트'(총 15개)의 9번째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발표 주제는 '탄소라는 객체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 또 다른 인식론으로서의 기후변화와 탄소'.

주제 발표에 나선 3명의 학자를 비롯 예술가, 학예연구사(큐레이터), 관람객 등 80여 명이 '인류세(Anthropocene·인류가 지구 기후와 생태계를 변화시켜 만들어진 새로운 지질시대)에 기후변화 문제를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담론을 펼쳤다.

박범순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 센터장은 "인류세의 기후변화 문제는 일방적이고 급진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보다는 각자 영역에서 실천 가능한 기후행동을 찾도록 독려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미술관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별빛달빛 아주대 열대학연구소 및 의대 교수는 "현대 예술과 문명은 서구에 의한 열대 자연의 훼손·은폐와 맞물려 발달했지만 인류세에서는 기존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공공 미술관이 생존하려면 자연사 지능을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술계가 탄소라는 관점에서 기후변화 시대, 지속 가능한 미술관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미술관-탄소-프로젝트'의 출발점은 탄소배출량 산정. 전시 활동의 환경적 영향을 살펴보기 위한 절차다. 지난 8월 19일 프로젝트 첫 날에는 '국립현대미술관 탄소배출량 논의'를 주제로 토론했다. 앞서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지난해와 올해 4개 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을 각각 산정했다.

탄소 배출량은 기업체가 사용하는 GHG 프로토콜에 기반해 산정했다. GHG 프로토콜은 탄소 배출활동을 직접배출(Scope1), 간접배출(Scope2), 기타 간접배출(Scope3)로 나눈다. 이를 미술관 전시에 적용하면, 직접배출은 도시가스, 간접배출은 조명·전기 사용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에 해당된다.

기타 간접배출은 △직원 출장 △시설 공사 △작품 포장 △작품 운반 △홍보인쇄물 제작 △관람객 이동 △전시장 에너지 사용 △전시 관련 폐기물 △직원 통근 9가지로 구분했다.

관람객 이동은 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최대 탄소 발생 요인으로 꼽힌다. '미술관-탄소-프로젝트' 홈페이지에서 관람객이 미술관으로 올 때 이용한 교통수단과 이동거리에 대한 설문을 진행하고 있다관람객 이동은 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최대 탄소 발생 요인으로 꼽힌다. '미술관-탄소-프로젝트' 홈페이지에서 관람객이 미술관으로 올 때 이용한 교통수단과 이동거리에 대한 설문을 진행하고 있다'미술관-탄소-프로젝트'를 기획한 성용희 학예연구사는 CBS노컷뉴스에 "일반적으로 직접배출과 간접배출을 합친 것보다 기타 간접배출로 인한 탄소 배출량이 많다. 9가지 중에는 관람객 이동, 전시장 에너지 사용, 해외 작품 운송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며 "서로 차별화된 책임인 만큼 탄소 배출량 비중에 상관 없이 각자 영역에서 탄소 저감·상쇄를 위해 계속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미국, 독일 등 해외 미술관의 경우 GHG 프로토콜에 의거한 탄소 배출량 산정과 탄소 저감·상쇄를 위한 실천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영국 테이트 미술관은 2019년 7월, 내부적으로 기후·상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세계에서 가장 지속 가능한 예술 기관'이 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2023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50%(2007~2008년 대비) 줄이고, 2030년까지 넷 제로(Net Zero·탄소 중립)한다는 목표 아래 △재생에너지 전기 100% 사용 및 태양광 패널 330개 설치 △2019~2020년 직원 출장 44% 감소(2013~2014년 대비) △LED조명으로 교체 △미술품 보관·운송 방식 혁신 △폐기물 75% 재사용 및 재활용 등을 실천했다.

영국 테이트 미술관이 발간한 보고서. 관객 이동, 직원 출장, 전기와 가스 사용 등 미술관에서 배출한 탄소량을 명시하고 있다. 테이트 미술관 홈피 캡처 영국 테이트 미술관이 발간한 보고서. 관객 이동, 직원 출장, 전기와 가스 사용 등 미술관에서 배출한 탄소량을 명시하고 있다. 테이트 미술관 홈피 캡처 미국 LA 현대미술관(MOCA)은 매년 지속가능 보고서를 공개하고, 1년에 4차례 환경 뉴스레터를 발행한다. 지난 6월, 전시의 모든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량을 산정하고 이를 저감·상쇄하는 방법을 제안하는 넷-제로 전시(제목: Pipilotti Rist: Big Heartedness, Be My Neighbor)가 끝난 후에는 기후 영향 보고서를 펴냈다. 독일의 19개 미술관과 갤러리는 연방 정부로부터 기금을 지원받아 각자 탄소 배출량을 산정한 다음 수치를 공유하기도 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9월 27일, 아르코 미술관, 리움 미술관과 '기후변화 시대의 미술(관) 논의'를 주제로 토론했다. 각자 미술관의 방향성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기후행동을 실천하고 있는지 의견을 나눴다.

탄소 중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아름다움 향유'라는 미술관 본연의 역할이나 관객이 미술관에서 원하는 경험을 고려하는 것의 필요성도 대두됐다.

'미술관-탄소-프로젝트' 공식 홈페이지에서 진행 중인 설문조사 결과(10월 5일 기준) 응답자 중 97%는 미술관이 기후변화를 다루는 일이 가치 있고, 89%는 예술보다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63%는 '(탄소 저감을 위해) 가벽을 최소화해 공간이 주는 경험이 줄면 불만족스러울 것이라고 답변했다.

성용희 학예연구사는 "우리나라 미술관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공동 노력의 첫 발을 뗐다는 데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가 있다"며 "탄소 중립은 미술관 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관람객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요구사항을 반영해 점진적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술관-탄소-프로젝트'는 오는 30일까지 계속된다. 지속 가능한 전시 디자인과 미술관 ESG, 의류 디자인 프로세스와 지속 가능성에 대해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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