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태양광‧풍력 등 설비가 크게 확대됐지만, 만들어놓고 버리는 신재생에너지의 양 또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탄소 없는 섬'을 추진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급격하게 늘려온 제주에서 태양광‧풍력발전 출력제한조치는 지난해 65건, 올해 들어선 7월까지 83건(태양광 22건, 풍력 61건)을 기록했다.
2017~2018년 14~15건 수준이던 것이 2019년에는 3배 이상 폭증한 46건을 기록하는 등 해마다 꾸준히 늘어난 결과다.
출력제한조치는 기존의 전력계통(전체 전력 발생‧이용 시스템)이 수용할 수 없을 만큼 과한 발전량이 생길 경우 한국전력공사가 출력을 제한, 즉 전력 수용을 차단하는 것이다. 과한 발전량이 계통에 무리를 줘 대규모 정전 등 사태가 일어나는 걸 막기 위한 조치인데, 결국 생산된 에너지 역시 그만큼 버려지는 것이다.
구자근 의원은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할 의지가 있었다면 산업부가 현 전력시장 구조를 바꿔 신재생에너지가 전력계통에 우선적으로 연결되도록 조치를 했어야 했다"며 "버리는 전기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지금 상황은 단순히 용량 확보에만 열을 올린 문재인 정부의 부끄러운 유산"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의 설비 용량에 비해 이를 저장해두고 나중에 쓸 수 있게 하는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 저장 시스템) 설비 용량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이같은 수요‧공급 균형의 실패를 보여준다.
구 의원이 산업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ESS 설비 용량은 신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의 약 21% 수준에 불과하다. 생산되는 신재생에너지 규모에 비해 이를 저장할 능력은 1/5 수준밖에 안 되는 것이다. 특히나 풍력의 경우 저장 가능한 비중이 5%대에 불과(발전 설비 용량 1753.5MW 대비 ESS 설비 용량은 101.1MW)한 실정이다. 전체 전력 거래량 중 ESS 전력의 비중은 올해 기준 0.25%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
신재생에너지를 잔뜩 생산해놓고도 출력제한조치로 이를 날릴 정도로 전체 전력계통에서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적은 실정인데, 이를 저장해둘 능력마저 부실한 셈이다.
결국 신재생에너지 활용에 대한 세밀한 밑그림 없이 설비를 확대하는 데만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1월 산업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재생에너지 보급 실적(설비)은 4.8GW로 잠정 집계됐다. 산업부는 당시 "당해 보급 목표치인 4.6GW를 초과 달성했다"고 밝혔지만, 이처럼 빠른 설비 확산 속도를 실제 사용 효율은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던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당국이 이런 식으로 날아간 신재생에너지 손실 규모를 아직 제대로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재생에너지 수요와 공급 예측, 그에 맞춘 단계적 설비 용량 강화와 계통 유연성 확보 없이 무작정 설비부터 늘려놨다는 것이다. 전력거래소는 지난 7월에야 관련 연구 용역을 추진해 재생에너지 급증에 따른 손실과 추가 비용을 분석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구 의원은 "급진적인 에너지 전환 정책과 천문학적인 예산 투입의 결과로 '깡통 태양광'만 양산한 셈"이라며 "산업부는 신재생에너지 손실 규모를 면밀히 파악해 계통유연성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도록 보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