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왼쪽),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 연합뉴스흔히 '대변인은 입이 없다'라고 말한다.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소속된 기관이나 기관장의 입장을 대변하는게 임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끔 입이 있는 대변인도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이명박 정부 시절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다.
그는 정치부장 출신다운 정무적 감각과 화려한 언변으로 당시 출입기자들에게 빅 마우스(Big mouth)였다.
이동관 수석의 주특기는 '마사지'였다. 한국정치에 마사지라는 용어를 등장시킨 사람이다.
마사지(massage)의 사전적 의미는 '손으로 몸을 두드리거나 주물러서 피의 순환을 돕는 일'이지만 포탈의 오픈사전은 '글이나 말을 원래 내용과는 다르게 그 용처에 따라 고치는 일'이라고 해석한다.
이동관 수석은 2010년 2월 이명박 대통령이 교육계 비리와 관련해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들도 정신차려야 한다"라고 한 발언을 "책임지고 가르쳐야 한다"라고 수정해 발표했다.
현장 교사들의 반발을 고려해 마사지한 것이다. 당시 CBS가 원문을 그대로 보도하면서 마사지 사실이 드러났다.
이 수석은 2010년 5월에는 하지도 않은 일본 하토야마 총리의 천안함 관련 발언을 발표했다가 일본 정부의 항의를 받기도 했고 앞서 1월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발언을 임의로 수정해 발표했다.
이 수석은 그때마다 "(대통령 발언은)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조금 마사지를 하다보니까 그렇게 됐다"라고 해명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순방 도중 내뱉은 비속어 발언의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언급한 듯한 짧은 영상이 팩트체크 대상이 됐다.
윤 대통령의 비공식 발언이 과도하게 부각되면서 순방외교 성과까지 모두 가려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공감받기 어려운 해명은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
대통령실 대변인 역할까지 맡고 있는 김은혜 홍보수석은 논란의 발언이 알려진 뒤 15 시간이 지나서야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해명했다. '이 XX들' 발언도 한국 국회를 지칭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연스럽게 온 국민을 대상으로 한 듣기평가가 주말 내내 이어졌다.
논란을 잠재워야할 김 수석의 해명이 오히려 비속어 발언 영상 조회수를 수 십만, 수 백만 건으로 폭발증대시켰다.
그런데, 아쉽게도 '바이든'이라는 명확한 청취도 없지만 '날리면'이라는 발음은 더욱 확인하기 어렵다.
인터넷상에는 '봄바람이 휘바이든' '태극기 휘바이든'이라는 등의 패러디가 넘친다.
'이 XX들' 내용이 아예 없다는 박수영, 배현진, 유상범 의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영상에 나오는 인물이 윤석열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는게 낫다는 조롱이 나온다.
이쯤되면 마사지의 역효과다. 대통령실이 담백하게 사실을 인정하고 '윤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유감이다'라고 처음부터 대처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쉽다는 반응이 많다.
정치에서 때로는 마사지가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러나 국정은 다르다. 명확한 사실과 비전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국정에 대한 마사지 행위가 진실을 호도하거나 국민의 알권리를 왜곡해서는 안된다.
잘못 주무르면 국정을 망치고 대통령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다. 마사지가 효과를 내려면 정확한 신체 부위와 강약이 동반돼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과잉 충성이 국가와 국민에게는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아침 출근길에 "사실과 다른 보도로서, 동맹을 훼손한다는 것은 국민을 굉장히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자신이 스스로를 마사지하는 일만큼은 없기를 바란다. 이것이 한미동맹을 더 이상 훼손하지 않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