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 7월 대전의 한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판매 조직원을 검거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자신이 운영하는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취약계층 명의로 유심 수천 개를 개통해 범죄조직에 팔아넘긴 점주 등 일당이 구속됐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사기방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휴대전화 대리점 점주 A(54)씨 등 일당 7명을 구속하고, 유심 명의를 제공한 6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고령층과 지적 장애인, 노숙자 등 취약계층 명의로 선불 유심 7천 711개를 개통해 범죄조직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포 유심 개통·판매 일당이 개통한 대포폰과 유심칩. 부산경찰청 제공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대전에서 20년 넘게 휴대전화 대리점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같은 범행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자신의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미리 모집한 사람들의 명의를 빌려 유심을 개통했는데, 대부분 사회적 취약계층인 명의자들은 6만원 정도의 돈을 받고 A씨에게 명의를 빌려줬다.
이들의 명의로 A씨는 1인당 수십에서 많게는 100여 개의 유심을 개통했는데, 명의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개통한 대포 유심은 대부분 알뜰폰 유심으로, 기존 통신사와 비교해 개통 방법이나 조건이 쉽다는 점을 악용했다.
부산 사상경찰서 이복상 수사과장은 "A씨는 휴대전화 대리점을 운영하기 때문에 개통 방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며 "휴대전화 대리점이 연루되지 않았다면 이 정도 대규모 범행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코로나19로 가게 운영이 힘들어 대포 유심을 판매하라는 범죄조직의 제안을 받고 범행을 시작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부산 사상경찰서에서 열린 전화금융사기 등 대포폰 유통 범죄조직 검거 브리핑. 정혜린 기자이렇게 A씨가 개통한 대포 유심 7천 7백여 개는 범죄조직에 판매됐고, 실제로 850건의 범죄에 악용돼 420억원 가량의 피해를 발생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대포 유심 가운데 300여 개는 개당 30만원에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판매돼 16건의 범행에 실제로 이용됐고, 5억 4천만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다.
또 유심 4500여 개는 SNS 계정 생성용으로 판매됐는데, 이렇게 생성된 계정들은 불법 도박사이트 홍보나 가상자산 투자사기 리딩방 회원 모집, 인터넷 물품 사기 등에 악용되기도 했다.
A씨가 대포 유심을 팔아 넘긴 대가로 받아 챙긴 부당이득은 5억 7천여만원에 달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나머지 대포 유심 3천여 개의 사용처와 행방을 추적하는 한편, 해당 사건과 연루된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선불 휴대전화 개통절차의 강화와 다회선 개통 제한 등 제도개선을 건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