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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도시 제주…밑그림 어떻게 그려야 할까?[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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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실앞담화]⑫기후위기와 연결된 'N분 도시'
15분 도시…이동수단 패러다임을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중심으로 전환
15분 내에 의료, 교육, 문화 등 생활문화 공적서비스 누릴 수 있는 게 핵심
'밀도-근접성-다양성-디지털화'가 주요 원리
도심의 수평적 확산, 녹지공간 감소, 이동동선 길어져…콤팩트 도시 도입 제기
기후위기 대응으로 해외에서도 콤팩트 도시, N분 도시 추진
제주도, 전문가 워킹그룹 활동시작…용역으로 밑그림 그리기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과 맞물려 유심히 지켜봐야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5~17:30)
■ 방송일시 : 2022년 9월 7일(수) 오후 5시 5분
■ 진행자 : 박혜진 아나운서
■ 대담자 : 제주CBS 이 인 기자, 헤드라인 제주 홍창빈 기자
 

 
기자실 앞담화, 오늘도 제주CBS 이 인 기자, 헤드라인 제주 홍창빈 기자 나오셨습니다. 두 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또 다른 공약을 짚어볼까 하는데요. 바로 '15분 도시 제주'입니다.
 
◇박혜진> 이른바 'N분 도시'라고도 하는데요. 지난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박영선 후보가 '21분 도시'를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잖아요. 우선 홍창빈 기자가 '15분 도시 제주'의 내용을 정리해 주실까요?
 
◆홍창빈> 우선 15분 도시 공약은 오영훈 지사가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제주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처음 언급됐습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오 지사는 도심과 읍면지역의 생활공간을 재설계하고, 이동수단의 패러다임을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15분 내에 거주지를 중심으로 의료, 교육, 문화, 생활스포츠, 장보기, 산책 등이 가능하게 하고, 제주도 어느 곳에서 살든, 편리하고 쾌적한 생활문화와 공적서비스를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공약의 핵심 내용입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우리 제주도를 몇 개 권역으로 나눠서, 특정 권역 안에서는 15분 안에 의료와 교육, 문화생활 등을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겁니다.
 
◇박혜진> 이 인 기자가 더 보탤 내용이 있을까요?
 
◆이 인> 15분 도시의 주요 원리를 보면요. 크게 밀도, 근접성, 다양성, 디지털화를 들 수 있겠는데요. 일단 밀도를 보면 기존 도시계획에선 높은 건물의 밀도를 의미한다면 15분 도시에선 제곱킬로미터당 인구수로서의 적정 인구밀도를 뜻합니다. 기존 도시가 얼마나 많은 건물이, 그것도 고층 건물이 밀집해 있는지를 나타냈다면 15분 도시는 해당 면적에서의 적정 인구 밀도를 본다는 겁니다.
 
15분 도시의 근접성은 시간적.공간적 가까움을 모두 의미하고 출퇴근을 예로 들면 시간 손실과 환경, 경제적 영향을 줄이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또 기본적인 인프라에 다양한 기능을 넣어 필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세 번째로 다양성은 주거와 상업, 여가를 비롯해 문화와 인종, 계층의 다양성도 모두 포함하며 충분한 주거와 다양한 근린을 유지하면서 도시의 필수 시설을 이용하는데 적정 밀도와 근접성을 보장하고 도보와 자전거 이용을 가능하게 하는 것입니다.
 
디지털화는 밀도와 근접성, 다양성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필요한데, 디지털화를 통해 사람들이 집에서 일하고 가상으로 의사소통하며 자전거 공유와 온라인 결제, 블록체인 기술, 배기가스 측정, 트래픽 흐름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제주CBS 이 인 기자제주CBS 이 인 기자
 
◇박혜진> 그런데 왜 'N분 도시', '콤팩트 도시'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을까요?
 
◆홍창빈> 지난 지방선거 때도 앞담화에서 언급을 했었는데요, 과거 제주시의 중심은 원도심 지역이었습니다. 그런데 점차 도심이 남쪽으로 수평적으로 확산하고, 인구가 대거 신도심으로 유출되면서, 원도심에 있던 각종 편의시설들도 이전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제주대학교병원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원도심이 이렇게 비어버리면서, 도심 공동화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요, 이와 함께 제주도심이 수평적으로 확산하면서, 녹지공간이 줄어들고, 도민들이 이동하는 동선이 길어지는 등 사회적인 문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 인 기자의 경우 삼화지구에 집이 있는데, 출근은 신제주권으로 하는 만큼, 버스를 이용하면 거의 출근시간만 50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게 이 인 기자만의 사례가 아니라 다른 분들도 비슷한 상황일 겁니다.
 
결국 승용차를 타는 도민들이 늘어나고, 이로 인한 정체가 발생하는 데다, 도로를 늘리기 위한 비용도 함께 커져가는 겁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콤팩트 도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난 11대 도의회에서도 일부 있었습니다
 
◇박혜진> 이 인 기자는 홍파고의 주장에 대해서 동의하십니까?
 
◆이 인> 제주에서 15분 도시가 거론된 배경은 홍창빈 기자가 설명했구요. 15분 도시를 추진하는 또 다른 배경으로는 기후위기 대응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들어보죠.
 
우선 미국 오리건주의 최대 도시인 포틀랜드는 2013년부터 20분 동네를 추진했는데요. 그 배경이 무분별한 성장을 방지하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모든 시민이 집에서 잠깐의 도보나 자전거로 가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고 사람들이 근린과 지역기반의 삶에 연결될 수 있는 도시를 구현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호주 멜버른의 20분 동네도 있는데요. 2019년부터 추진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는 외부활동이나 여가생활의 시간이 줄어드는 문제와 삶의 불균형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됐습니다. 멜버른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차량 의존도를 줄이고 보행자 중심의 공간으로 조성하는 플랜 멜버른 2017-2050 종합계획에 포함됐습니다.
 
그러니까 포틀랜드나 멜버른 모두 밀도와 보행친화를 주요 원칙으로 20분 안에 일상생활에 필요한 시설이나 서비스를 자동차 없이 보행이나 자전거로 접근 가능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탄소배출량을 줄여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목적이 무척 큽니다.
 

 
◇박혜진> '15분 도시'가 되면 어떤 부분이 좋은 건가요?
 
◆홍창빈> 일단 15분 도시가 조성된 것을 전제로 말씀드리면, 아무래도 15분 거리 내에서 일상의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면, 앞서 말씀드렸던 대규모 차량들이 도로로 쏟아져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 같습니다. 저도 15분 거리 안에서 일상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면, 차를 끌고 다닐 일이 줄어들 것 같습니다.
 
다만 오영훈 지사의 15분 도시 공약은 처음부터 완성된 공약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만큼, 15분 도시의 내용과 방법, 권역을 구체화하기 위한 용역이 10월 발주될 예정이고, 1년간의 용역 기간을 거치면 그 밑그림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혜진> 이 인 기자의 생각은?
 
◆이 인> 기초 생활 수준이 높아지는 게 가장 큰 장점이겠죠. 시설과 공간, 프로그램이 잘 꾸며진 그런 도시가 된다는 건 그만큼 주민들의 생활만족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보면 주거와 이동, 휴식, 운동, 학습, 상업, 문화, 노동, 의료, 돌봄이 될 텐데요. 15분 도시에는 이런 10대 기본 요건들이 모두 갖춰진 곳이니까 생활 수준이 무척 높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자신의 집에서 15분만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 공원이 있고 운동장이 있으며 어린이집과 학교가 있습니다. 또 시장과 은행, 슈퍼마켓, 공연장, 도서관, 전시관도 있습니다. 물론 생계유지를 위한 일터가 있고 약국과 병원도 있습니다. 파출소와 소방서, 복지시설도 갖춰진 곳이죠. 이렇게 되면 굳이 사람들이 몰린 도심지로만 가는 일은 줄어들겠죠. 그러니까 생활만족도가 높은 도시라는 겁니다.
 
◇박혜진> 그럼 제주도를 '15분 도시'로 나누면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 건가요? 물리적으로 계산이 되지 않을까요? 홍파고?
 
◆홍창빈> 15분의 기준을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도보로 15분이 있겠고, 대중교통으로 15분, 승용차로 15분으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대학병원과 같은 종합병원을 제주도 곳곳에 만들 수는 없으니, 이런 시설의 경우 승용차로 15분을 적용해야 할 것으로 보이고, 공원의 경우 도심 곳곳에 있는 만큼, 도보로 15분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학교의 경우는 아무래도 대중교통으로 15분을 적용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기준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제주도를 몇개 공간으로 나눠야 한다면, 그 공간 안에 시설들이 중복해서 들어가야 하는 만큼, 사회적 비용이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만큼, 저 개인적으로는 시설의 종류별로 도보와 대중교통, 요즘 유행하는 개인형 이동장치, 승용차 등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혜진> 그래서 최근에는 전문가 워킹그룹이 활동을 시작했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공약이 현실화 되나요?
 
◆이 인> 15분 도시 제주 조성을 위한 전문가 워킹그룹이 지난 1일 구성돼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제주대 김형준 교수를 위원장으로 모두 18명의 전문가와 공무원이 워킹그룹에 참여했는데요. 워킹그룹은 도시정책의 패러다임을 기존의 시설과 공간 중심에서 사람과 시간 중심으로 전환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15분 도시 제주를 조성하기 위한 기본구상 전반에 걸쳐 워킹그룹이 자문을 맡습니다.
 
한마디로 15분 도시를 조성해 이동 편의성을 확보하고 근거리 생활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한다는 건데, 워킹그룹은 앞으로 진행될 15분 도시 수립 용역에 대한 자문도 맡습니다. 용역은 1년을 목표로 다음 달 발주됩니다. 15분 도시 제주의 개념을 정립하고 지역별 생활서비스 수요분석과 생활권 계획, 시범사업 발굴 등 전반적인 로드맵을 작성하는 것이 용역의 주요 내용입니다.
 
워킹그룹이 활동을 시작했고 용역도 조만간 발주될 예정이어서 오영훈 지사의 공약은 내년 이후 구체화 될 걸로 보이는데요. 15분 도시 조성을 위한 법적근거가 마련되려면 제주특별법이 개정돼야 하고 주민 토론회 등 도민 공감대 형성 과정도 중요할 것이구요. 그래서 15분 도시 조성까지는 해결과제가 수두룩합니다.
 
헤드라인 제주 홍창빈 기자헤드라인 제주 홍창빈 기자
 
◇박혜진> 그럼 혹시 우려되는 문제점은 없을까요?
 
◆홍창빈> 제가 언급했었는데, 억지로 15분 도시에 맞추기 위해 시설들을 중복해서 설치하면서 과도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소 극단적인 예시인데요, 저의 경우 아라동에 살고 있는데, 해수풀장을 이용하기 위해 하귀에 있는 애월국민체육센터로 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도심을 관통해서 이동한다면 30분 넘게 걸리겠지만, 저는 집이 애조로와 가까운 편이라 15분 정도 걸려서 이동하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이미 존재하는 도로 등 시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 그리고 충분한 숫자의 버스가 있는 만큼, 대중교통의 효율화를 함께 병행하지 않는다면, 15분 도시 계획은 비용 문제 때문에 곤란을 겪을 것 같습니다.
 
◇박혜진> 이 인 기자의 생각은?
 
◆이 인> '15분 도시 제주'는 주거지를 중심으로 자전거나 걸어서 15분 거리에 학교와 의료시설, 장보기 등이 가능한 근거리 생활기반을 마련하는 것인데요. 이게 정말 가능할까에 대한 의문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제주도의 경우 마을과 마을 사이 거리도 도보로 꽤 되는데 그렇게 되면 15분 도시를 각 마을마다 만들어야 한다는 얘긴데 그게 과연 실현될 수 있느냐는 거구요. 제주도는 또 도시와 농촌, 중산간과 해안지역 등으로 워낙 명확하게 구분돼 있어서 제주도 모든 곳에 15분 내 접근이 가능한 도시를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가 나옵니다.
 
물론 자동차로 15분이면 갈 수 있는 시설, 자전거로 15분이면 갈 수 있는 시설, 도보로 15분이면 갈 수 있는 시설 등의 구체적인 로드맵은 나중에 나오겠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시설은 도보나 자전거로 15분이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거니까 정말 세밀한 실현 계획이 마련돼야 할 걸로 보입니다.
 
15분 도시 조성은 오영훈 제주도정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기초자치단체를 의원내각제 방식으로 구성할지 등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행정권역을 몇 개로 나눌 건지도 무척 중요한데요.
 
오영훈 도지사는 현재 2개 행정시로 나뉜 권역을 5~6개로 나누는 게 좋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는데 이렇게 되면 15분 도시 조성과도 밀접하게 연계될 수 밖에 없습니다. 생활권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결국 15분 도시 조성과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그런 오 지사의 중점 공약입니다.
 
또 15분 도시의 당초 취지가 도보나 자전거로 갈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 무분별한 성장을 막고 탄소배출량을 줄여 기후위기에 대비한다는 건데 오히려 15분 도시를 만들려고 건축이나 각종 개발 규제가 완화되면 개발 가속화 논란을 부를 수도 있습니다.
 
◇ 박혜진> <기자실 앞담화> 오늘도 제주CBS 이 인 기자, 헤드라인 제주 홍창빈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두 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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