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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5년 간 화재만 '3번'…피해 상인들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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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관계자 "옛날 건물이라 스프링클러 설치돼 있지 않아"
4년 전에도 전기 누전으로 인한 화재로 1명 숨지고, 2명 다쳐

24일 오전 3시쯤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의 한 8층짜리 복합상가건물에서 불이 나 1시간 30분 만에 진화됐다. 고무성 기자24일 오전 3시쯤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의 한 8층짜리 복합상가건물에서 불이 나 1시간 30분 만에 진화됐다. 고무성 기자
"그전에는 분진을 닦아서라도 편의점 물건들을 팔고 그랬는데, 화재 피해를 세 번째나 입으니 기운이 없네요."

24일 오전 3시쯤 화재가 발생했던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의 한 8층짜리 상가건물. 4년 전 전기 누전으로 인한 화재로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던 곳이다.

소방 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인원 133명과 장비 36대를 동원해 1시간 30분 만에 불을 진화했다. 모텔 투숙객 등 25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다행히 모두 퇴원한 상태다.

이날 오후 기자가 찾은 상거건물은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불이 시작된 곳으로 추정된 1층 음식점은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양쪽 점포도 일부 소실됐다.

화재로 인한 새까만 그을음은 8층 꼭대기까지 보였다. 깨진 창문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고립된 시민들이 대피한 4층 창문. 고무성 기자고립된 시민들이 대피한 4층 창문. 고무성 기자특히, 깨진 4층 창문에는 화재로 인해 고립된 시민 11명이 굴절차로 대피하면서 다치지 않기 위해 걸친 이불이 그대로 널어져 있었다.

상가 앞에서 만난 편의점주 A씨는 한숨을 내쉬며 까매진 손으로 연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편의점 안에는 화재로 인한 회색 분진들이 바닥과 진열된 식품 곳곳에 쌓여 있었다. 탄 냄새는 아직도 빠지지 않아 코를 찔렀고, 금세 눈도 따가웠다.

A씨는 손님이 오면 냉장고와 냉동실 등에 있어서 분진이 쌓이지 않은 아이스크림과 음료, 담배 등만 팔고 곧바로 밖으로 나왔다. 한 여학생이 라면을 사러 오자 인근에 있는 다른 편의점을 안내했다.

편의점 곳곳에 쌓인 분진들. 고무성 기자편의점 곳곳에 쌓인 분진들. 고무성 기자그는 언론에 알려진 것과 달리 상가에 불이 세 번째 난 것이라고 했다. A씨는 "2019년에도 불이 오늘과 비슷한 규모로 났는데, 인명 피해는 없었다"며 "이때도 화재 피해를 당했지만, 영업 배상이 잘 안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화정역 뒤 라인은 김영란법 이후로 상권이 죽었다가 이제 조금 살아나려고 했다"며 "분진이 쌓인 물건들은 다 팔지도 못해서 포기라도 해야 하나 싶다"고 토로했다.

건너편에서는 역시나 손이 까매진 상가 관계자 B씨를 만날 수 있었다. B씨는 "불이 났다는 연락을 받고 나와 현장을 목격했다"며 "당시 나이 드신 분이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을 불러들여서 문을 닫은 뒤 창문을 깨서 환기하고 기다리자 소방차가 금방 왔다"고 설명했다.

B씨는 "이 상가는 옛날 건물이라 지상 1층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다"며 "당시 소방법상에는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고 했다.

경찰과 소방당국, 전기안전공사 등은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합동 감식을 벌였다. 이들은 방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한편, 이 상가에서는 지난 2018년 3월 12일 오후 4시쯤 전기 누전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40대 여성이 창문 밖에서 구조를 기다리다 추락해 숨졌다. 2명은 연기를 흡입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당시 불이 난 층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순식간에 번졌다고 밝혔다. 1996년 이 상가가 지어질 당시 소방법에는 지하 주차장에만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로 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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