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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韓반도체 대상 보복 어렵다"…점차 무게 실리는 '칩4' 참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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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이르면 다음주 칩4 예비회의…세부 사항은 미정
中, 반도체 최대 수출국…사드 피해 재연될까 우려
'상업적 자살'이라던 中 매체 "윈-윈에 무슨 '무기화'냐"
"반도체 장비 걸린 미국과의 협력, 타협 아닌 생존의 문제"

연합뉴스연합뉴스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이른바 '칩4' 예비회의가 이르면 다음주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한국의 참여가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중관계에 미칠 영향을 두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은 한국 반도체의 주요 수출국이자 해외 최대 생산기지다. 일각에서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으로 관련 업계가 큰 피해를 받았던 것처럼 자칫 최대 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다만 우리 메모리 반도체의 지배적 위치를 감안할 때 중국이 실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해 우리 정부가 칩4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이르면 다음주 칩4 예비회의…세부 사항은 미정 

 
25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이르면 다음주 열리는 칩4 예비회의에 참여한다. 칩4는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로, 주요 반도체 제조국인 미국과 일본, 한국, 대만이 참여한다. 이들 국가는 글로벌 반도체 생산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9일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만난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연합뉴스  지난 9일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만난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연합뉴스 
칩4 예비회의의 구체적인 회의 시기와 장소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이달 초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의 회담 이후 칩4 예비회의 참석을 공식화했다.

정부는 다만 예비회의 시기와 장소를 비롯한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칩4에 본격 참여할지 여부도 예비회의 결과에 달렸다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기념행사가 이어지는 만큼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현안의 노출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예비회의가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쯤 열리고 실무적 차원에서 칩4의 세부 의제나 참여 수준을 조율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만 나온 상태다.

中, 반도체 최대 수출국…사드 피해 재연될까 우려


당초 지난달 14일 미국 워싱턴을 통해 '칩4'의 존재가 처음 알려졌을 때만 해도 한국 정부의 참여 여부를 두고 우려가 쏟아졌다. '반도체와 과학법'(반도체지원법) 처리 등과 맞물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전방위적인 대중 제재의 일환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우리는 관련 당사자 측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갖고 자신의 장기적인 이익과 공평하고 공정한 시장 원칙에서 출발해 글로벌 반도체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정을 수호하는 데 도움 되는 일을 많이 하길 희망한다"며 견제구를 던졌다.

중국 관영매체에서는 '상업적 자살'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지난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 가운데 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0%였다"며 "이렇게 큰 시장과 단절하는 것은 상업적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 썼다.

중국 장쑤성 우시의 SK하이닉스 공장 내부. SK하이닉스 제공중국 장쑤성 우시의 SK하이닉스 공장 내부. SK하이닉스 제공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 1280억달러 가운데 대(對)중국 수출은 502억달러로 약 39%를 차지했다. 홍콩을 포함하면 60%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각각 30%가 넘는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면서 동시에 최대 해외 생산기지이기도 하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자사 낸드플래시의 40%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SK하이닉스 역시 D램의 42%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사드 갈등으로 중국에 진출한 유통업계를 비롯해 여행업 등 관련 업종의 피해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칩4 참여로 우리 반도체가 자칫 최대 수출 시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당연히 뒤따랐다.

'상업적 자살'이라던 中 매체 "윈-윈에 무슨 '무기화'냐"


우리 정부는 업계 우려에도 이달 초 칩4 예비회의 참여를 선언했다. 순수하게 경제적인 국익의 차원에서 결정할 문제라는 설명이었다. 미국과 일본은 반도체 장비와 소재 시장의 독보적인 강자다. 이들 나라와 손을 잡지 않으면 중국에 내다 팔 반도체를 만들 수도 없다는 현실론이 작용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은 다수의 반도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자국 기술 통제로 외국의 반도체 생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미국의 반도체 동맹에 참여하지 않은 국가는 최악의 경우 반도체 생산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2월 손톱만한 반도체 칩을 들고 반도체 공급망 재편 의지를 밝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지난해 2월 손톱만한 반도체 칩을 들고 반도체 공급망 재편 의지를 밝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이 중국 내 생산을 줄이고 미국 편에 서더라도 중국 정부가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이라고 보도했다.

정보기술(IT) 매체 세미애널리시스의 딜런 파텔 수석 분석가는 FT에 "중국은 한국 등 외국의 반도체와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베이징은 자국 제조업을 위해 반도체를 수입해야 하는데 중국이 전자제품 제조를 그만둘 것이냐"며 중국의 보복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평가했다.

최근에는 중국 매체의 논조 변화도 감지된다. 글로벌타임스는 22일 "중국에는 한국 반도체가 필요하고, 한국 반도체에도 중국 시장이 필요하다"며 "'윈-윈(win-win)'을 '무기화'하는 것이 어떻게 이익이 되겠냐"고 반문했다. 중국의 무기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대한 반론이었다.

이 매체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시작하면 다른 경쟁사에 시장 점유율을 넘겨줄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 업계는 칩4 예비회의를 앞두고 미국에 휩쓸리지 않도록 중국과의 협력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고 썼다. '상업적 자살'이라던 기존 표현이 대폭 순화됐다.

"반도체 장비 걸린 미국과의 협력, 타협 아니고 생존의 문제" 

 
이에 따라 중국의 보복을 두려워 할 게 아니라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해 칩4 참여는 피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점을 중국 정부에 알리는 한편,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반도체 국가로서 우리의 요구를 협의체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유럽 출장 당시 방문한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미국의 수출 통제로 중국 반입이 막혀 있다. 삼성전자 제공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유럽 출장 당시 방문한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미국의 수출 통제로 중국 반입이 막혀 있다. 삼성전자 제공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 대학원 교수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반도체 장비를 쥐고 있는 미국과의 협력은 타협의 문제가 아니고 생존의 문제"라며 "중국에 우리를 이용해서 칩4 예비회의에 너희 의견을 전달하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출 기업 사이에서도 칩4에 참여해야 한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대한상의가 최근 국내 수출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5.3%에 그쳤다. 참여 찬성이 53,4%, '참여하되 당장은 보류하자'는 조건부 찬성이 41.3%였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참여하지 않고 다른 국가들이 규칙을 정하도록 허용한다면 우리로선 새로운 기회를 놓치게 되는 셈"이라며 "중국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중국의 보복을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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