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과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윤창원·황진환 기자한 때 국민의힘 미래세대로 주목받았던 청년그룹이 '이준석 사태'를 계기로 분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18일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이 이준석 전 대표를 향해 선당후사를 촉구하자, 이 전 대표 측이 "권력에는 아무 말 못 한다"고 맞받으며 청년그룹 내부 '친이준석계'와 '비이준석계' 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관련 논쟁이 당 체질 개선을 위한 건강한 경쟁이라기보다는 기존 정치 세력의 대리전에 불과하다는 한계도 지적된다.
"선당후사 부정하는 자기모순" vs "젊은 세대는 이준석 보고 찍어"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청년본부장, 인수위 청년소통TF 단장을 맡았던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최근 행보에 대해 비판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날 장 이사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대표의 최근 행보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윤리위 징계 전후 대처, 당과 정부에 대한 일방적 비난은 국정 동력 상실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작년 8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선당후사를 요구한 당사자가 바로 이 전 대표인데, 직접 말한 선당후사의 정신을 부정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날을 세웠다.
소위 '이준석계'로 일컬어지는 청년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장 이사장은 "이준석 전 대표와 그를 따르는 일군의 청년 스피커들, 그리고 집단적인 악플로 위협을 가하는 강성 팬덤 때문에 가려진 수많은 다른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친이준석계 스피커로 천하람 혁신위원, 신인규 전 상근대변인, 김용태 전 최고위원, 김재섭 도봉갑 당협위원장을 일일이 언급하기도 했다. 이들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돼 이에 반대하는 절반의 청년당원들의 목소리가 묻히고 있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이 전 대표 지지 당원들의 모임 '국민의힘 바로세우기'(국바세) 소속 1500여 명이 비슷한 취지로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도 같은 시각, 같은 법정에서 함께 심문이 진행됐다. 국회사진취재단장 이사장의 저격에 이준석 전 대표도 바로 응답했다. 이 전 대표는 장 이사장의 기자회견 직후 언론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윤석열을 뽑은 젊은 세대를 찾아서 이준석 보고 찍었는지, 장예찬 보고 찍었는지 그 비율을 보면 될 일"이라며 "공익재단 이사장 자리를 받았으면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 게 좋다"고 일갈했다.
김용태 전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저는 대선 당시 장예찬 이사장에게 청년본부장 직책을 양보한 바 있다"면서 "당시 제가 그런 선택을 내린 것은 눈앞에 불의를 뻔히 보면서도 권력에 아무 말 하지 못하고 조아리라는 뜻이 아니었음을 명심하시라"고 꼬집었다. 이어 "윤핵관이라는 분들이 권력에 눈이 멀어 절차적 정당성도 없이 당의 민주주의를 훼손할 때 장 이사장은 뭘 하고 있었나"라며 "당내 많은 청년당원들의 모습을 단순히 당대표를 위해서 그런 것이라고 치부하다니 그 알량하고 졸렬한 시각에 참 유감"이라고 밝혔다.
"기득권 공방 이어받아 대리전…기존 정치와 다를 바 없어"
60~70대 이상이 전통 지지기반이었던 국민의힘은 지난해 이준석 대표의 선출을 기점으로 청년층이 대거 유입되며 당의 체질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 전 대표가 지난해 취임한 후 넉 달 동안 전국에서 새로 입당한 당원은 26만여 명인데 이중 20~40대 청년 신규 입당자가 11만 명에 달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세대포위론'을 내세울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애초에 기대됐던 당의 체질개선이나 대안 제시 대신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전 대표 공방을 대리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로를 향해 "권력 눈치만 보고 있다(친이준석 측)"거나 "팬덤에만 기대고 있다(반이준석 측)"는 날 선 말을 던지고 있을 뿐이다.
한 청년 당직자는 "이번 이준석 전 대표의 문제는 비대위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이지, 청년문제가 아닌데 장 이사장이 뜬금없이 청년정치를 소환해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청년 당직자는 "이 전 대표가 당 대표에 당선됐을 때부터 그가 청년 대표성을 갖는 것에 대해 우려가 있었다"며 "이 전 대표는 당에 있던 기존 청년 정치인들을 '줄서기 정치할 사람들'이라거나 '여의도 정치낭인'이라고 표현하며 교감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준석 대표와 함께 유입된 청년세대와 기존 청년 정치인들은 애초에 균질한 집단이 아니"라며 "기류가 달랐으니 갈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한 번은 겪어야 할 진통"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누구의 옳고 그름을 떠나 양측이 이런 식으로 대립하는 것을 보면 기존 정치와 무엇이 다를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