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제공우리 군 최초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3천톤급 장보고(KSS)-Ⅲ 1번함인 도산 안창호함이 지난해 취역한 뒤 본격적으로 우리 영해를 지키는 임무에 투입된 사실이 확인됐다.
16일 해군 등에 따르면 해군은 지난주 도산 안창호함을 실전배치했다. 이 함은 지난 2018년 진수되고, 2021년 8월 해군에 취역해 1년 남짓한 전력화 과정을 거치는 중이었고, 최근 이를 모두 마무리해 실전배치됐다.
도산 안창호급은 우리나라 최초의 3천톤급 잠수함으로 기존에 독일 기술을 도입해 만든 장보고(209)급, 손원일(214)급과는 달리 설계부터 건조까지 모두 우리 기술로 이뤄졌다. 원자력 추진이 아닌 재래식 방식이지만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탑재해 몇 주 동안 수중 작전을 할 수 있다.
거기에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수직발사대(VLS)를 6기 탑재, 적국 인근 바다에 몰래 침투해 목표를 정밀타격할 수 있다. 우리 군이 개발해 도산 안창호함에 탑재한 SLBM은 현무-2 탄도미사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우리 해군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손원일급 잠수함에 현무-3 순항미사일을 탑재하긴 했지만, 본래 순항미사일은 저공비행으로 목표에 은밀히 접근할 수 있는 대신 비행속도가 느리고 탑재할 수 있는 탄두 무게 제한이 심하다.
반대로 탄도미사일은 보다 무거운 탄두를 실을 수 있고 비행속도가 빠른 대신,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기 때문에 순항미사일보다 포착되기 쉽다. 이 때문에 군에서는 둘 모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타격해야 할 표적이 무엇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하나를 선택해서 쓴다.
SLBM을 보유한 강대국들은 여기에 핵무기를 탑재, 초계 임무를 수행하다가 본국이 핵공격을 받는 등 불의의 사태가 생길 경우 적국에 핵보복을 하는 용도로 이를 활용한다. 바다는 넓고 잠수함은 탐지하기 무척 힘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어떤 나라도 다른 나라에 선제 핵공격을 할 수 없게 됐다. 언제 어디서 보복을 당할지 알 수 없어서다.
이러한 이점을 지닌 잠수함은 작전적 측면에서 매우 은밀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효용성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감시하고 막을 수도 있다는 전략적인 의미를 함께 지니고 있다.
현재 해군은 깊은 바다에 잠수함을 보내 북한을 포함한 주변국 잠수함의 침투 등을 감시하는 초계 임무 등에 투입하고 있다. 물론 우리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기에 강대국들 잠수함들만큼의 능력을 발휘할 수는 없긴 하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유지훈 현역연구위원(해군중령)은 "SLBM을 탑재한 잠수함이 인근 바다에 있다는 점을 이용해 유사시 적국에 경고를 보내고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핵무기를 가지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작전을 펼치는 미국 잠수함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실제로 미사일을 쏘느냐 아니냐를 떠나 그런(SLBM) 능력을 갖춘 잠수함이 인근 바다에서 작전을 하고 있다는 점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북한이 SLBM을 시험발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도 SLBM을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말 그대로 미사일 발사에만 성공했을 뿐 이를 싣는 잠수함인 고래급(이른바 '8.24 영웅함')이 매우 빈약한 상황이다.
박종승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신포급(고래급) 잠수함은 함교에 SLBM을 설치하는 비정상적 발사 플랫폼"이라며 "우리 SLBM은 3천톤급 도산 안창호함(에 있는 수직발사관(VLS))에서 발사하기 때문에 5년 이상 (수준)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미사일 발사 자체는 성공했을지라도, 북한이 이 잠수함을 실제로 바다에 투입해 초계 등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느냐는 측면에서 보면 수준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실제로 해당 잠수함은 미사일을 한 번 발사하고 나면 바로 항구로 복귀해 수리를 받아야 한다고 알려졌다.
반면 도산 안창호함은 지난 4월 2발을 연속으로 발사해 400여km 떨어진 표적을 명중시키는 데 성공하는 등, 실전에 투입될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입증했다. 같은 체급의 후속함인 안무함과 신채호함도 이미 진수됐으며, 마찬가지로 해군에 인도돼 전력화 과정을 거쳐 실전배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