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부담 늘까…'캄캄한' 건강보험[그래?픽!]

    
보험료 수입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 개편안이 발표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은 누적 적립금 18조원이 쌓일 정도로 안정적인 운영을 해왔지만, 중장기적으로 적자가 예상되면서 해결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게다가 오는 12월말 건강보험료에 대한 국고 지원과 관련된 법률이 종료될 예정으로 알려지면서 건강보험의 앞날이 어두워 보입니다.

개편되는 건보료…2년뒤 적자 전망

오는 9월부터 건강보험은 소득구조에 따른 부과체계가 2단계 개편될 예정입니다.
이번 개편으로 소득·재산이 적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은 줄어들고, 보수(월급) 외 소득이 많은 직장인과 부담능력이 있는 피부양자의 보험료는 일부 인상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통해 "지역가입자 561만 세대의 건강보험료가 월 평균 3만 6천원 가량 줄어들 것"이라며 "지역가입자 전체적으로 연간 2조 4천억원 가량 보험료 부담이 줄어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건보료 수입이 감소하는 만큼 건강보험의 재정 악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21~2030년 중기재정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건강보험 수입은 연평균 7.2% 증가하지만, 지출은 2024년 100조원을 돌파한 뒤 연 평균 8.1%씩 크게 불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적립금이 2025년부터 고갈돼 해마다 수십조 원씩 적자가 누적되는 악순환 상태에 빠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건보료 적자는 외국인 탓?

건강보험 재정에서 빠질 수 없는 논쟁은 "보험료는 국민이 내고, 혜택은 외국인이 받아간다"는 불만입니다. 국민이 낸 건보료로 엉뚱한 외국인이 특혜를 보기 때문에 외국인 대상 건강보험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특례 규정에 따라 건강보험 혜택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외국인이 치료 목적으로 입국해 의료서비스를 이용한 뒤 출국하는 악용 사례가 여러 차례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국민이 낸 보험료로 외국인이 혜택만 받는다는 주장은 일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됩니다.
    
외국인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선 직장·지역 가입자로 건강보험에 가입한 뒤 보험료를 납부해야 합니다. 이렇게 납부한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은 지출보다 수입이 커, 매년 수천억 원의 흑자를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민이 낸 보험료로 외국인이 혜택만 챙긴다는 것이 아니라, 정당하게 보험료를 내고 이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허점을 노리고 무임승차를 하는 사례들이 있어, 이를 겨냥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도 발의되고 있습니다.

건보료 국고 지원은 올해 말 종료 예정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에 따르면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을 국고로 지원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또 건강증진기금으로 6%를 추가 지원해 총 20%를 지원할 수 있게 명문화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건강보험은 매년 수입 예산의 20%에 해당하는 수십조원을 국고에서 채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는 12월 31일 해당 법률 조항은 부칙에 따라 사라질 예정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캡처국가법령정보센터 캡처
2016년 한 차례 1년 연장된 뒤 2017년 추가로 5년이 연장됐지만, 현재는 연장한다는 의안이 발의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법률 제정 당시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현재 건보 재정의 큰 부분인 20%를 담당하는 국고 지원이 사라지고 난 뒤 부족분을 무엇으로 충당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지난달 13일 한국노총·민주노총·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강보험 정부지원법 개정과 지원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달 13일 한국노총·민주노총·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강보험 정부지원법 개정과 지원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시민단체들은 "재정 부족분을 국민에게 전가하면 보험료가 17.6%나 인상될 수 있다"며 "정부 역할을 강화하는 관련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보험료율 언제까지 오르나

이번달 열릴 것으로 보이는 '2023년도 건강보험료율 조정 심의'를 통해 보험료율이 추가 인상될 수도 있다는 걱정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직장 가입자의 건강보험료율은 2017년 한차례 동결된 이후 매년 인상되던 추세였는데요. 내년도 보험료율 역시 올라 7%를 넘길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6월 28일부터 7월 4일까지 전국 20세 이상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국민건강보험 현안 대국민 인식조사'를 한 결과, 국민 10명 중 7명은 보험료율 추가 인상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이러한 인식에는 보험료율이 따로 인상되지 않더라도, 매년 임금인상과 공시지가 상승만으로도 납부하는 건강보험료가 올라간다는 점이 깔려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건강보험 부과체계 2단계 개편과 올해로 끝나는 국고지원으로 인해 보험료 수입이 감소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보험료율 동결은 어려워 보입니다.

본인일부부담금 늘어날 수도

건강보험 재정 수지가 악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본인일부부담금도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보통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의료비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환자가 지불하게 됩니다. 이중 환자가 지불하는 금액을 본인일부부담금이라고 부르고 비율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캡처국가법령정보센터 캡처
대통령령이나 부령 등의 시행령은 국회 동의가 필요 없기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될 경우 보장 범위를 축소시켜 본인일부부담금이 증가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국민의 건강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건강보험의 본질을 잃지 않고,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국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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