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큰 폭으로 줄여주겠다고 발표하자 일부 다주택자들이 팔려고 내놓았던 집을 거둬들이고 있다.
하지만 매수자들은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하며 매도자와 매수자간 거래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어 거래절벽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 폐지' 발표후 서울 아파트 매매매물 7백여건 증발
정부가 다주택자들의 종부세를 큰 폭으로 줄여주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뒤 다주택자들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1일 고가주택에 부과하는 종부세 기준을 주택 수에서 가액으로 전환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세부담 상한 중과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아크로리버파크'(전용면적 84.97㎡)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84.43㎡),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82.61㎡) 등 3주택자가 내년 내야할 보유세는 1억4707만원이었지만 세제개편안이 적용될 경우 세부담이 9025만원으로 77% 줄어든다.
세법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하지만 정부안이 확정되면서 수도권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매물이 줄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뒤 일주일만인 2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매물은 6만4046건에서 6만3319건으로 1.2% 줄었고 경기와 인천 아파트 매물은 각각 0.9%, 1.2%씩 줄었다. 특히 서초구는 일주일만에 매물이 4.1% 증발했고, 중구와 광진구도 매물이 각각 2.8%, 2.1%씩 감소했다.
일부 단지는 매물이 30% 가까이 줄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서초푸르지오써밋'은 매물이 일주일 사이 28.8%(66건→47건) 줄었고,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역삼자이'도 매물이 21.5%(28건→22건) 감소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삼성부동산을 운영중인 신승철 공인중개사는 "요즘 매수자도 상당히 줄었지만 다주택자들도 '일단 기다려보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다주택자들은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압박감이 상당한데 이번 정부 발표로 종부세가 낮아지는 것이 확실한만큼 '당장 매도할 필요가 있겠나'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상당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 등락은 있지만 집값이 오를 곳은 결국 오른다는 학습효과가 있는데다 보유세도 줄어드는 만큼 헐값에 집을 팔기보다 버티겠다는 다주택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 배경으로 풀이된다.
고액자산가들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는 신한은행 이촌동PWM센터 이영진 팀장은 "다주택자들은 그동안의 학습효과 때문에 쉽게 움직이지 않는데다 지금 적정한 가격에 매도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며 "정책도 시장친화적으로 바뀌고 있어 시장을 더 관망하겠다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더 싸게는 안 팔아" vs "더 안 싸면 안 사"…거래절벽 이어질 듯
다만 이미 매물은 쌓이고 있고, 집을 사겠다는 심리는 계속 줄고있어 다주택자 매물회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18일) 기준 전국 매매수급지수는 91.5로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서울은 85.7로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현재 서울 아파트 시장에 팔 사람에 비해 살 사람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매수)와 공급(매도)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이 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배경에는 매도자와 매수자의 인식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한 공인중개사는 "매도자가 '최소한 이만큼은 받아야 한다'는 금액과 매수자가 '이 가격 이상은 안 산다'는 금액간 간극이 2억~3억원 수준"이라며 "적어도 내년까지는 시장에 냉기가 돌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건수는 1060건으로 지난해 같은기간(3942건)의 4분의 1수준으로 6월 중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번달도 28일까지 아파트 매매거래건수가 295건에 불과한데 7월이 사흘남긴 했지만 지난해 7월(4679건) 매매건수의 10% 이하 수준으로 매매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매수세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종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