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청 신청사가 건립될 옛 두류정수장 터. 대구시 제공 현 대구시청사 매각과 신청사 건립 기금 마련 방안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중구 주민들과 중구의회 의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중구 시청 후적지 개발 추진위원회와 중구의회 의원 등 10명은 26일 오후 중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홍준표 대구시장이 SNS를 통해 밝힌 '기존 청사 매각 비용으로 신청사 건립' 방침에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현 동인동 청사를 매각해 달서구에 신청사를 짓는다는 것은 현 청사 후적지를 향후 민간주도형으로 개발시키겠다는 것인데 이 경우 수익 위주의 개발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민간자본으로만 개발한다면 오로지 경제적 논리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아 침체된 원도심 개발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지난해 중구가 진행한 '시청 후적지 개발방안 수립 용역' 결과 후적지를 상업공간으로 개발한다고 해도 그 안에 시민들을 위한 공적 공간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다며 대구시가 이런 점을 반영해 공공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창용 시청 후적지 개발 추진위원장은 "공적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민간자본으로만 후적지를 개발할 경우 부실 개발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을 경우 제대로 된 개발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구 주민들의 집단 행동은 앞서 신청사 건립기금 폐지를 시사한 홍 시장의 페이스북 글에서 비롯됐다. 홍 시장은 지난 25일 "신청사 건립은 구(舊)청사 매각 대금으로 착수하고 모자라면 본예산과 국비 지원으로 추진하면 되는데 미리 적립해서 추진할 필요가 있었냐"며 "전임 시장이 신청사 적립금 1300억을 빼 쓸 때는 가만히 있다가 내가 남은 400억을 빚 갚는데 사용하겠다고 하니 벌떼같이 달려들어 시비를 건다"고 적은 바 있다.
당초 홍 시장의 메시지는 기금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는 달서구 주민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달서구 시청사 유치 범구민 추진위원회는 기금 폐지 소식을 접한 직후인 지난 19일 대구시 담당 부서를 찾아 "기금이 폐지되어도 일반회계를 통해 이전 사업 예산의 편성과 집행이 이루어질 수는 있겠지만 건립 일정의 차질이 우려된다"며 항의했다.
지난 25일 홍 시장의 페이스북 글을 본 달서구 추진위는 또다른 우려도 제기했다.
양종학 추진위원장은 "기존 시청사를 매각한 자금으로 신청사를 건립할 경우 매각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신청사 건립 사업도 지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구와 달서구민 모두 홍 시장과의 면담을 원하고 있다. 이들은 조만간 공식적으로 면담 요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해당 지역 단체장은 직접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달서구는 지난 17일 신청사 건립지원 TF단 회의를 개최했지만 회의를 부구청장 주재로 진행했고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류규하 중구청장도 이날 추진위와 의회의 기자회견을 먼발치에서 지켜봤을 뿐 함께 입장을 내진 않았다.
류 청장은 취재진이 의견을 묻자 "홍 시장이 잘 해결하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