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취업난 속 일할 곳을 찾다 보이스피싱에 가담하게 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구직자들을 끌어들이는 수법 또한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50대 A씨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온 구인광고를 보고 한 회사와 근로계약을 맺었다. 부동산 실사와 대출 관련 업무를 한다는 설명을 들었고, 이력서와 이 같은 담당 업무가 기재된 근로계약서를 이메일로 주고받았다.
상사의 지시를 받아 아파트 단지를 돌며 사진을 찍고 부동산에서 시세를 파악해 보고하기도 했다.
A씨의 상사는 A씨에게 사람들을 만나 금융 서류에 서명을 받거나 현금을 받아오라고 했다.
자신이 해온 업무의 연장선상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A씨의 상사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이었고 A씨가 하던 일은 현금 수거책이었다.
법률사무소에 취업한 줄 알았던 20대 B씨. 의뢰인들에게서 수임료를 받아오라는 설명을 들었지만, 실상은 의뢰인들이 아닌 피해자들, 수임료가 아닌 보이스피싱 피해금이었다.
이렇게 보이스피싱에 가담하게 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는데, 몰랐다고 주장해도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법무사로 소개된 인물에게, 고객으로부터 현금을 받아 전달하고 수수료를 받기로 한 70대 C씨는 채권추심을 하는 줄만 알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C씨 사건의 재판부는 "C씨가 보이스피싱 범행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방법 등을 모두 알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미필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의심스러운 사정들을 외면했거나 용인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법원은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사회경험이 부족하고 취업이 절실한 사회초년생 등의 구직자나 경제사정이 어려워 대출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접근해, 마치 정상적인 금융회사의 대출과 금원회수 관련 업무나 대출을 위한 과정의 일부인 것처럼 교묘하게 속이면서 범행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채용 담당자를 직접 만나거나 면접을 따로 보지 않은 채 채용이 이뤄지거나, 비대면으로 지시가 이뤄지고 거액의 현금을 수거하는 상황의 경우 보이스피싱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