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검찰의 직접수사권 제한, '검수완박'의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공개 변론이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가운데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대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12일 여야가 헌법재판소에서 검수완박법(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변론에 나섰다. 청구인(국민의힘)과 피청구인(더불어민주당)은 민주당 소속 법제사법위원장이 자당 출신 민형배 의원을 안건조정위원으로 선임한 것이 적법한지를 놓고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였다. 양측은 민주당의 셀프 수정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된 것, 17분 만에 끝난 안건조정회의 등에 대해서도 공방을 이어갔다.
"민형배 탈당은 형식적" vs "국회 행위, 사법 심사대상 삼는 건 부적절"
청구인 측은 민형배 의원의 '꼼수 탈당'을 적법한 의정 활동의 일환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 의원이 안건조정위원회(조정위) 무소속 몫 위원으로 선임되기 위해 탈당을 감행했고, 이에 따라 쟁점 법안을 최대 90일까지 논의할 수 있는 위원회의 취지를 형해화했다는 것이다.
상임위 이견을 조정하기 위한 제도인 조정위는 구성 시 최장 90일 동안 법안을 검토할 수 있다. 조정위는 6명의 위원(제1교섭단체 3명·이외의 교섭단체 3명)으로 구성되고 4명 이상이 찬성하면 곧바로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이 가능하다. 검수완박법을 발의하기도 했던 민 의원이 무소속 몫 조정위원으로 선임되면서, 민주당은 조정위 조정 과정을 사실상 거치지 않고 곧바로 법사위 전체회의에 법안을 상정할 수 있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시행을 두 달 가량 앞둔 가운데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국민의힘이 국회의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낸 검수완박법 권한쟁의 심판 공개 변론이 열리고 있다. 류영주 기자
이에 대해
이종석 헌법재판관은 "(국회의원의) 의사결정이나 행위가 헌법이나 법률 위반이어도 괜찮느냐"고 피청구인 측 대리인에게 물었다. 이에 피청구인 측 대리인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 자유는 허락되지 않는다"면서도 "국회법은 조정위원의 자격이나 선임에 있어 탈당·입당한 자에 대한 제한 규정이 없다.
국회 법사위원장이 비록 탈당한 무소속의원을 조정위원으로 선임한다고 해서 그게 국회법 위반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탈당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이기 때문에 입법 취지까지 고려해서 회의체 구성에 관한 국가기관의 행위를 옳고 그르다는 사법 심사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다는 것이 대리인의 의견"이라며 "국회의장, 법사위원장, 원내교섭단체 간 합의나 합의 파기가 대의제 협치 원리에 어긋나는지를 놓고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면, 우리나라 정치는 사법의 영역으로 오게 된다"고 주장했다.
여야는 민 의원의 탈당 성격을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측은 의원의 정치 행위가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이는 '정치의 사법화'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국회법의 형식을 볼 것이 아니라 민 의원이 탈당한 실질적인 맥락을 봐야한다고 했다.
민 의원의 탈당 의도를 캐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이미선 재판관은
"민 의원의 탈당 이유는 뭔지, 복당 신청에 대해서도 말해 달라. 복당했느냐"고 재차 물었다. 이에 민주당 측 대리인은 "탈당 의도는 모른다. 추정컨대 문제된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민 의원이 안건조정위원회의 절차를 건너뛰기 위해 탈당한 뒤 법안이 공포되자 다시 복당 신청을 한 것이 아니냐는 뜻으로 해석된다.
17분 만에 끝난 안건조정위…민주당 셀프수정안도 절차적 하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시행을 두 달 가량 앞둔 가운데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국민의힘이 국회의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낸 검수완박법 권한쟁의 심판 공개 변론에 청구인 측으로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본회의에서 최종 가결된 법안이 여야 협의안과 다르다는 것 역시 절차적 하자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이날 변론에 직접 나선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조정위를 거쳐 법사위를 통과한 수정된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과 다르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은 수정안을 본 적이 없기에 검수완박법은 민주주의 원칙,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 위법성이 있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측 대리인은 "청구인들이 심의에 실질적으로 참여했으며, 표결만 불참했기 때문에 심의권 침해가 아니다"라며 사건 청구를 기각 또는 각하해 달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지난 4월27일 법사위를 통과한 검수완박법 여야 협의안 대신 일부 조항이 수정된 일명 '셀프 수정안'을 본회의에 올렸다. 검찰의 2대 범죄 수사권과 관련한 조항에서 '부패·경제 범죄 등'이 '부패·경제범죄 중'으로 바뀌었다가 상정 직전 다시 '등'으로 바뀌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시행을 두 달 가량 앞둔 가운데 당시 법사위원이던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송기헌 의원과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국민의힘이 국회의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낸 검수완박법 권한쟁의 심판 공개 변론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또 국민의힘 측은 박병석 국회의장과 민주당이 국회법 93조2항을 지키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 조항은 상임위 심사를 마친 법안은 의장에게 보고한 뒤 하루가 지나야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다만 의장이 특별한 사유로 교섭단체 대표들과 협의를 거치면 상정할 수 있다. 이를 놓고 청구인 측에서는 4월27일 법사위를 통과한 검수완박법이 같은날 본회의에 상정됐기 때문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피청구인 측에서는 국민의힘 반대가 명확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협의가 무의미했다고 보고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검수완박법을 상정할 수 있다고 반론을 폈다.
조정위가 17분 만에 끝난 것을 두고도 여야의 공방이 이어졌다. 청구인 측은 '11개 법안에 대해 어떻게 17분 만에 조정할 수 있느냐'는 논리를 폈다. 국민의힘 측은 "11개 법안을 안건조정위에 상정한 것은 맞지만, 그 얘기는 안건 조정을 안 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반면 피청구인 측은 "안건조정위 개회 전 여야 비공식 협의 전에 만들어진 안이 정식으로 상정돼서 조정안으로 의결되는 과정이 아니다"라며 "이미 상정된 법률을 조정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했다. 사전 여야 비공식 협의에서 조정을 거쳤고, 17분 간 이어진 안건조정회의는 이를 의결하는 과정일 뿐이라는 의미다.
한편 헌재는 이번 사건의 선고 일정에 대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9월10일 검수완박법 시행 이전에 선고가 나지 않을 수도 있는 셈이다. 헌재는 법무부가 권한쟁의 심판 청구와 함께 9월 10일 시행되는 검수완박법의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 사건에 대해서도 판단을 유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