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1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에서 한 주민이 작은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류영주 기자"방보단 밖이 더 시원하다." 4일 오후 2시쯤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만난 80대 황모씨는 "방이 너무 더워 오후엔 종일 나와 있다"며 "주민들이 다 더워서 골목에 나와 있는 것이 안보이느냐"고 토로했다.
이날 쪽방촌 길가에는 폭염을 피하러 나온 어르신들이 눈에 띄었다. 바람이 통하지 않는 좁은 쪽방보다는 햇빛이 내리쬐는 길가가 더 시원한 탓이다. 이들은 부채를 꺼내 들고 폭염에 맞서고 있었다.
황씨가 '방보다 시원하다'던 이날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은 32도까지 치솟았다. 그늘에 앉아 있어도 흐르는 땀. 집 안에 목욕시설이 없는 황씨는 땀을 씻어내기 위해선 복지관까지 가 샤워를 해야한다고 했다.
방 안 냉방시설이 부족한 탓에 쪽방촌 대부분 집들은 바깥 바람이라도 들어오게 하려 문이 열린 모습이었다. 1평 남짓한 쪽방에서 만난 유모(73)씨는 폭염에 기력 없이 누워있었다. 그의 곁엔 500ml 생수 5병과 재떨이, 적적함을 달랠 TV와 힘없이 돌아가는 선풍기만 있었다. 바로 옆방 이웃도 속옷 차림에 연신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서울 전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1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에서 한 주민이 작은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류영주 기자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지는 등 무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민들은 밤새 열대야에 지쳤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어르신이나 야외 노동자들은 더욱 더위에 지친 모습이다.
이날 구로구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부분 한 손에는 양산을, 나머지 손에는 손풍기(휴대용 선풍기) 또는 부채를 들고 있었다. 선캡을 쓴 채 공원 나무 그늘에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는 시민들도 보였다.
오전 10시쯤 구로구의 한 공원에서 만난 70대 김모씨는 "12시에 소독약으로 따릉이를 소독하는 등 관리하려고 기다리고 있다"며 "날이 너무 더워서 나무 그늘 아래서 젖은 수건으로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폭염에도 생계 걱정을 놓을 수 없는 시민들도 있었다. 리어카를 끌며 폐지를 모으는 김모(75)씨는 "해가 너무 뜨거우니 (덜 더운) 새벽부터 일찍 나와서 동네를 돌아다닌다"며 "10시만 돼도 아스팔트는 뜨겁고 오르막을 오르면 땀이 한 바가지다"고 말했다.
나무 정자 아래서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있던 50대 A씨는 "평소 시장에 있는 마트에서 야채를 팔고 있다"며 "비닐 천막으로 둘러싸여 더위가 훨씬 심하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시기에 일자리가 없었고 이제야 겨우 잡은 일거리"라며 "돈이 없어서 피서 계획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구로구청 인근에서 건물 공사 작업을 하던 50대 김모씨는 "날이 너무 더우면 일을 못하게 한다. 요즘은 잘못 걸리면 큰일이 나서 철저하게 지킨다"며 "대신 아침 일찍 나와서 점심 전에 일을 더 하는 식이다"고 말했다. 아직 오전이었지만 김씨가 입은 파란 셔츠는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지난해 소방 구급활동 현황에 따르면, 온열질환자 집중 발생 시기는 7월로 전체 건수 중 60.9%에 달했다.
서울 전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1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에서 한 주민이 작은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류영주 기자열대야가 이어지지만 전기세 걱정으로 에어컨을 틀지 못하는 시민도 있었다. 마포구 공덕역에서 만난 하모(74)씨는 "전기요금이 말도 못한다. 선풍기 두 대로 버틴다. 날씨가 말도 못하게 덥지만 좀 더 있다가 에어컨을 틀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곳곳에서 연일 폭염특보가 발령된 가운데 올해 열사병, 열탈진 등 온열질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를 통해 5월 20일~7월 2일 집계된 온열질환자수는 모두 35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2명)보다 203명이 늘었다.
이날 오전 5시쯤 충북 청주의 한 자택에서 70대 남성이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그는 전날 오후 야외활동을 하다가 열사병 증상이 나타나 자택에서 휴식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