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윤창원 기자김건희 여사는 늘 뜨거운 관심 속에 있다. 공식석상에서 보여지는 모습부터 비공식 일정의 행보까지. 심지어 머리스타일이나 옷차림, 악세사리까지 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정작 김 여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이후 직접 목소리를 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과거 대통령 선거 기간 허위경력 논란 당시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김 여사는 계속해서 조용한 내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김 여사의 첫 공식일정은 한달 전 윤 대통령의 취임날이었다. 윤 대통령과 함께 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이어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며 참석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를 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김 여사는 이때 줄곧 윤 대통령보다 몇 발짝 뒤에 떨어져서 걸었다. 윤 대통령 내외를 환영하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모습 등만 보이며 절제된 행동을 이어 갔다.
그럼에도 하얀 롱자켓을 입고 허리에 큰 리본으로 멋을 낸 김 여사의 의상은 큰 관심을 끌었다. 인터넷에서는 그날 김 여사가 입은 롱 자켓의 브랜드와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김 여사의 유머 섞인 '아이스 브레이킹' 화법이 뜻밖의 해프닝으로 번진 일도 있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취임 만찬 당시 김 여사와 야당 대표로 초청된 윤호중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대화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언론사에 제공했는데, 이게 문제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1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외빈 초청만찬에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과 환담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당시 윤 전 비대위원장이 김 여사와의 대화에서 너무나 해맑게 웃고 있었다는 게 문제였다. 야당의 강성 지지자들은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김 여사가 '파평 윤 씨인 윤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 교수와 (윤 위원장이) 항렬이 같다'면서 윤 위원장에게 인사를 해서 웃게 된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한미정상회담 당시 공식 석상에는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한미정상만찬 일정 직전 잠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인사하는 자리에 나타나 관심을 끌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 앞서 김건희 여사와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김 여사는 이때 고 육영수 여사와 같이 '올림머리'를 한 모습이어서 또 많은 화제가 됐다. 당시 의상 역시 하얀색 투피스로 육 여사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다.
또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윤 대통령에게 "오늘은 특별한 행사니까 제대로 된 구두를 신고 가시라"는 조언을 했다는 일화도 대통령 핵심 관계자를 통해 알려져 주목받기도 했다.
당시 대통령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이 평소 편한 신발을 주로 신는 편인데, 김 여사의 조언으로 결혼할 때 신었던 웨딩슈즈를 신었다고 한다"며 "바이든 대통령도 윤 대통령의 구두를 보면서 '구두가 굉장히 깨끗하다. 나도 구두를 더 깨끗하게 닦을 걸 그랬다'고 이야기 하는 등 두 정상의 대화는 굉장히 친근하게 진행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담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달 28일 김 여사는 반려견과 함께 용산 대통령실 청사를 방문해 윤 대통령과 휴식 시간을 가졌는데, 이때 찍힌 사진들이 알 수 없는 경로로 김 여사 팬카페에 공개돼 논란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28일 용산 대통령집무실에서 반려견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건희사랑' SNS 캡처대통령 집무실이라는 보안구역에서 대통령 내외의 사진이 유출됐다는 논란 때문에 사진이 밖으로 나간 경위와 사진을 찍은 사람이 누구냐를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김 여사가 당시 신었던 명품 신발 역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때 대변인실에서 언론에 해명하는 과정에서 기자들과 오해까지 생겨 일이 더 커지기도 했다.
이런 논란과 해프닝 등 때문에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활동 방식과 방향 등을 고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공약으로 원래 여사의 일을 담당하는 '제2부속실'을 폐지한 상황이지만 김 여사의 소소한 행보 하나하나가 크게 주목 받기 때문에 관리의 필요성이 생기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여사의 사생활까지 '관리한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다만, 여사의 자리에서 해야할 일이 있을 수 있고 여사의 장점을 살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일단 김 여사는 대통령실 청사 리모델링이 끝나는 이달 중하순부터 윤 대통령이 임시로 사용하고 있는 5층 집무실을 필요할 때 사용하기로 했다. 또 전담 직원을 두진 않지만, 김 여사의 일정이 생기거나 외빈을 접객해야 하는 경우 직원 1~2명이 담당하는 방침도 세웠다.
김건희 여사. 국회사진취재단
김 여사를 잘 아는 한 인사는 "역대 영부인 중에서 가장 큰 화제성을 가지고 있고, 김 여사도 영부인으로서 활동이 필요한 시간들이 있다"며 "김 여사가 평소 관심을 갖는 예술.문화, 반려동물, 환경 분야에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대통령 선거 기간 불거졌던 논란도 있는 만큼 비정치적 분야에서 활동하길 바라고, 대통령실도 너무 조심하기보다 김 여사와 충분한 소통 하에 함께 호흡을 맞춰, 국민들에게 오해가 없게 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