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8년 5월 6일 촬영된 사진. 앞줄 왼쪽부터 무관 이종하, 주미전권공사 박정양, 수행원 화가 강진희, 서기관 이하영. 국외소재문화재단 미국사무소 제공1882년 한미수호조약이 체결된 이후 처음으로 미국에 부임한 조선 외교관들의 활동사진이 우연히 발견됐다.
워싱턴DC소재 국외소재문화재단 미국사무소(소장 김상엽)는 2일(현지시간) 19세기 조선에서 처음으로 미국에 파견한 외교관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2점을 공개했다.
사진 1점은 조선 주미전권공사(지금의 대사) 박정양 등 외교관 4명이 1888년 4월 26일 워싱턴DC 인근에 소재한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고택 '마운트 버넌'을 방문한 당시 촬영된 것이다.
재단측은 이 사진에 대해 우리나라 외교관의 공식적인 미국 활동상을 담은 가장 오래된 사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들은 다른 6명과 함께 1887년 11월 배를 타고 미국으로 출항해 이듬해 1월 19일 워싱턴DC에 도착했다.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이후 5년만에 고종이 파견한 최초의 주미 외교관들이다.
이들은 1888년 1월 17일 백악관을 방문해 그로버 클리브랜드 대통령에게 국서(國書)를 전달하고 이틀 뒤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을 개관하는 등 본격적일 외교활동을 벌였다.
나머지 사진 1점은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이완용 참찬관(지금의 참사관) 부부 등이 이듬해인 1889년 5월 6일 역시 같은 곳을 방문했을 때 찍은 것이다.
1889년 5월 6일 촬영 사진. 공사대리 이하영, 이채연(번역관)의 부인, 이채연, 알렌(공사관 서기관)과 알렌의 딸, 이완용, 이완용의 부인. 국외소재문화재단 미국사무소 제공이들 사진은 미국의 한 시민이 경매사이트인 이베이(Ebay)에서 구입해 2020년 '마운트 버넌' 도서관에 기증한 것이다.
도서관측은 재단에 해당 사진에 나온 인물들과 방문일시 등을 문의했고, 재단은 국내 전문가들과 자료 등을 토대로 사진에 찍힌 인물들이 박정양 공사 등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실제로 박정양의 문집 '미행(美行)일기'에는 해당 일자에 마운트 버넌 워싱턴 고택에 방문한 기록이 등장한다.
해당 일자에는 "공사관원들과 호러스 알렌 가족을 대동하고 마은포에 갔다. 워싱턴의 옛집을 보았다. 평소에 거주하는 곳인데, 방안의 일용하던 기구에서 화원과 운동장까지 살아 있을 때 그대로 보존했고, 부족한 것을 보충해 현재 사는 것처럼 만들었다"고 기록돼 있다.
이날 워싱턴DC 인근의 사진 공개 회견장에 나선 배재대 김종헌 교수는 "박정양이 그의 문집에서 조지 워싱턴을 여러 차례 언급하고 마운트 버넌 방문을 중요하게 서술한 것은 조선의 자주독립을 위한 노력 때문이며 귀국 후 독립협회를 적극 지원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19세기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건물을 2012년 민간인으로부터 구입해 옛모습으로 복원한 뒤 지금은 같은 이름의 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