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토론토 류현진. 연합뉴스토론토 블루제이스의 4회말 공격이 진행될 때 류현진(35)은 덕아웃에서 스태프와 대화를 나눴다. 그의 표정은 다소 어두웠다. 몸 상태를 점검한 것인지, 투수 교체 결정을 통보하고 그를 달래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4회말이 끝나고 류현진이 아닌 로스 스트리플링이 마운드에 올랐다. 류현진의 시즌 여섯 번째 등판은 5회를 채우지 못한 채 마무리 됐다.
류현진은 2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의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4피안타(2홈런) 4탈삼진 3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4회까지 58개의 공을 던진 류현진은 토론토가 5대3으로 앞선 가운데 조기 교체됐다.
류현진은 지난주 LA 에인절스와 경기에서도 예상보다 일찍 투구를 마무리 했다. 5이닝 2실점으로 잘 버틴 류현진은 투구수가 65개에 불과했지만 팔꿈치가 당기는 증상을 호소해 예방 차원에서 교체됐다.
류현진의 부상 상태는 경미했고 예정대로 다음 등판인 이날 화이트삭스전을 소화했지만 이전보다 더 적은 투구수를 기록하고 교체돼 의문점을 남겼다.
일단 류현진의 컨디션은 전반적으로 좋지 않아 보였다.
류현진의 다양한 변화구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패스트볼 구속이 어느 정도는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구속 차이가 류현진을 류현진답게 만든다. 타자의 타격 타이밍을 크게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 전까지 평균 시속 89.6마일(약 144.2km)의 패스트볼을 던졌다.
그러나 이날 패스트볼의 평균 시속은 87.6마일(약 141.0km)에 불과했다. 빠른 공의 속력이 시즌 평균보다 약 3km 이상 느려진 것이다.
특유의 제구력이 불안할 때마다 큰 타구가 나왔다. 1회초 A.J 폴락에게 얻어맞은 리드오프 솔로홈런은 커터가 한복판 높은 위치로 들어간 결과였다.
류현진은 4회초 호세 아브레유에게 투런홈런을 허용했다. 오른손타자 바깥쪽을 노렸던 체인지업이 너무 안쪽으로 들어갔다. 아브레유는 가볍게 공을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류현진은 홈런 2방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잘 버텼다. 한 차례 병살타를 유도했고 강한 타구를 많이 맞지 않았다. 4회까지 던졌음에도 탈삼진은 올 시즌 개인 최다 타이기록이었다. 게다가 팀은 2점 차로 앞서 있었다.
최근 등판이 잦았던 불펜투수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아예 처음부터 '류현진+스트리플링' 전략을 준비했을 수도 있다. 스트리플링은 선발과 불펜을 모두 소화하는 전천후 투수로 긴 이닝을 책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