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강원도지사 당선인이 2일 새벽 개표 결과 당선이 확정되자 지지자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김진태 후보 제공 '보수의 상징'으로 정치 이미지를 굳혀왔던 김진태 전 국회의원이 앞으로 4년간 강원도민들의 삶을 책임질 '도백(道伯)'의 자리에 올랐다.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결과(2일 오전 6시 30분 99.64% 개표율 기준) 총 득표율 54.09%로, 45.90% 득표율을 기록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민선 8기 제39대 강원도지사에 당선됐다.
국민의힘 대선 승리 직후 치러진 지방선거지만 김 당선인의 선거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19, 20대 재선 국회의원을 거쳐 19대 대선 당 경선 2위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보였지만 2020년 21대 춘천 국회의원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
'와신상담' 끝에 올해 강원도지사 출마를 선언하고 본격적인 지지세 확대에 나섰지만 과거 자신의 무기였던 '거친 발언'이 발목을 잡았다 5.18 폄훼 토론회 개최 등에 따른 부정적 여파를 우려한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천배제를 단행했다.
나흘간의 단식 농성과 대국민 사과 끝에 경선에 다시 참여했고 황상무 예비후보를 누르고 본선 티켓을 손에 쥐었다.
본선 상대는 '친노' 진영의 핵심 이광재 후보. 이 후보의 여정 역시 험로였다. 2011년 강원도지사 낙마 이후 9년여간 정치활동이 중단됐다 2019년 사면복권돼 2020년 원주 갑 국회의원 당선으로 정계에 복귀했다. 2022년 20대 대선 당 경선에 도전했지만 저조한 지지율에 정세균 전 총리와 단일화하고 다시 정치력 복원에 매진했다.
민주당 대선 패배 이후 패색이 짙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원도 민주당세 회복을 위해 의원직을 던지고 12년만에 강원도지사직 재도전에 나섰다. '일하는 도지사'를 표방한 이광재 후보는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며 추격에 나섰다.
국회 다수를 차지한 민주당 의원들을 설득해 공전을 거듭했던 '강원특별자치도법'을 선거 3일을 앞두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키는데 일익을 담당했다.
하지만 이광재 후보의 공세도 경쟁자가 내세운 '여당 도지사' '12년 민주당 강원도정 교체' 장벽을 넘어서진 못했다.
차기 도정을 이끌게 된 김 당선인은 초대 강원특별자치도지사의 영예와 책임도 맡게 됐다. 국회는 지난 달 29일 본회의를 열어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특별법을 가결했다. 강원도는 제주에 이어 두번째로 '특별자치도'의 법적 지위, 권한을 부여받게 됐다.
1395년 강원도라는 명칭이 생긴 이래 628년만에 특별자치도로 탈바꿈하게 됐다. 시행시기는 법 공포 후 1년 이후여서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은 내년 6월 이뤄질 전망이다. 강원특별자치도에는 세금 경감, 규제 해제 혜택, 행정상 인사권 확대 권한도 주어진다.
김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강원특별자치도 '완성 주도권'으로 '입안 주도권'을 내세웠던 이광재 후보와 차별화에 나섰다.
주요 공약으로 경제, 교육, 관광, 통일 특구 조성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권역별로는 △춘천권(행정수부 도시)-한국은행 등 공공기관 유치, 데이터산업 융합 밸리 조성, 국가 항체 클러스터 조성 △원주권(산업경제 중심도시)-삼성반도체 공장 등 대기업 유치, e-모빌리티 산업 클러스터 조성, 드론 산업 클러스터 조성 등을 약속했다.
△강릉권(제2행정도시, 글로벌 관광도시)-강원도청 제2청사 승격, 크루즈 관광-북극항로 거점도시 조성, 오색케이블카 조기 설치 △폐광지역권(고원관광, 에너지 거점도시)-페광지역 항구적 독점권 확보, 폐광지역내 내국인 면세점 설치, 탄소중립 신재생 클러스터 조성 △접경지역권(평화, 생태관광도시)-DMZ세계 평화 공원조성-생태관광 클러스터 조성, 백담 케이블카 설치 등도 공약으로 제시했다.
김 당선인은 당선 소감으로 "어깨가 무겁다. 도민과의 약속 꼭 지키겠다. 선거 승리는 새 정부가 출범하고 일할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겠냐는 흐름이 컸다고 보고 강원도민들이 12년 민주당에게 기회를 줬고 이제는 새 술은 새 부대에, 김진태에게 맡겨보자는 분위기가 (선거승리) 요인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권교체보다 어려웠던 강원도정 교체, 드디어 성공했다. 강원도민 덕분이다. 강원도민 여러분께 감사 말씀 드리고 단식 투쟁 끝에 여기까지 온 사람이다. 그때의 결의, 오셔서 제 손을 잡아주셨던 도민여러분의 따뜻한 마음 잊지 않고 강원도민만 생각하고 가겠다. 같이 경쟁했던 이광재 후보에게 위로의 말씀 전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