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전 취재진에 손 흔드는 쿼드 4개국 정상. 왼쪽부터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59),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79),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64),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71). 연합뉴스지난 21일 치러진 호주 총선에서 중도 좌파 성향의 노동당이 스콧 모리스 전 총리가 소속된 자유당에 승리하면서 8년 만에 정권교체가 일어났다.
선거 승리를 이끈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23일 취임 당일 일본 도쿄로 날아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식과 이튿날 열린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개국 안보협의체)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중국은 정상외교 무대에 처음 등장한 앨버니지 총리의 발언을 주목했다. 대중 강경파였던 전임 모리스 총리와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낼 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리커창 총리는 앨버니지 총리에게 보낸 축전에서 "호주와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앨버니지 총리는 "새로운 호주 정부의 우선 순위는 기후 변화에 대한 조치를 취하고 더 강력하고 탄력적인 인도 태평양 지역을 건설하는 쿼드 의제와 일치한다"고 말함으로써 중국을 실망시켰다.
이어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에서도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최우선에 놓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4일 "전임자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며 포문을 열었다.
외교 초년생인 앨버니지 총리가 하룻밤 사이에 뚜렸안 외교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과거 수사를 반복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비아냥을 그대로 전하기도 했다.
양국은 호주가 2018년 자국 5세대(5G) 광대역통신망 사업에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참여를 금지하면서 관계가 냉각됐다.
특히 모리슨 총리가 2020년 코로나19 발발 직후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국제적 조사를 요구하자 중국이 쇠고기와 밀, 석탄 등에 대한 수입 금지조치를 내리면서 최악의 길에 들어섰다.
정권이 바뀌어도 호주와 중국의 관계가 좋아질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노동당내에 중국과 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앨버니지 총리는 이런 당 기류와 달리 중국에 대해 강경한 보습을 보이기도 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변한 것은 호주가 아니다. 중국이다. 호주에 제재를 가한 것은 중국이다. 그럴 이유가 없다. 그래서 제재를 제거해야 한다"고 명확하게 말했다.
짐 차머스 신임 재무장관도 25일 호주 공영 ABC 방송에 출연해 "중국의 제재가 철폐되기를 바란다"며 "이는 현재 매우 복잡하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 복잡해지는 양국 관계를 푸는 훌륭한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머스 장관은 이어 "태평양 지역에서 점점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는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호주는 사려 깊고 냉정하고 초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중국에 공을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