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폐지 몰린 여가부, 이것이 궁금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이었던 여성가족부 폐지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여전히 뜨겁습니다. 대선 당시 내세운 폐지 주장과는 또다른 양상을 띠고 있기도 한데요.
부처 폐지는 국회 입법을 거쳐야 하는데, 현재의 국민의힘 의석만으로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여성 업무를 다른 부처로 쪼개거나 격하시키고 인구·가족·아동 문제 등을 챙기는 새로운 부처로 거듭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왜 여가부 폐지론까지 나오게 된 걸까요. 여가부에 관한 궁금증 몇 가지를 정리해봤습니다.
 

전세계 84개국에 여성정책 국가기구 존재

포털사이트에 '여성부가 있는 나라'를 검색하면 대한민국과 뉴질랜드에만 존재한다는 잘못된 지식이 나오지만, 사실 여성부와 같거나 비슷한 역할을 하는 행정기관이 존재하는 나라는 많습니다.
1975년 멕시코에서 세계 여성의 날을 선포하고 UN이 여성전담기구 설립을 촉구하면서 프랑스에서 세계 최초로 여성부를 설립했죠. 이란, 나이지리아가 뒤를 이었고 오스트리아, 캐나다, 독일 등 많은 나라에서도 여성부를 설치했습니다.
UN WOMEN(유엔 위민)이 지난해 5월 발표한 '각 나라의 성평등 추진 체계'(Directory of National Mechanisms for Gender Equality)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194여곳 국가 가운데 160개 국가들이 '여성정책 전담 국가기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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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우 김대중 정부에서 여성부로 출범한 뒤 노무현 정부에서 여성가족부로 개편했고, 다시 여성부로 바뀌었다가 현재의 여성가족부로 유지돼왔습니다. 한국은 2유형에 해당됩니다.
모든 국가의 '여성정책 전담 국가기구'에 여성(Women)과 젠더(gender)란 단어가 포함돼있진 않습니다. 160개국 중 84개국의 국가에만 해당 부처 이름에 여성(Women)과 젠더(gender)가 들어있죠.
 

OECD국가 기준, 여성·양성평등 부처 13개 국가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현재 한국의 여성 인권은 개발도상국등을 기준으로 했을 때 월등히 높기 때문에 전체국가와 비교를 하면 안된다는 건데요. 그래서 한국과 경제지표가 비슷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을 기준으로 비교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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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국가 가운데는 여성(Women)과 젠더(gender)를 포함한 기구를 가진 곳이 오스트리아, 캐나다, 칠레 등 13개국입니다. 전세계 기준에 비해선 크게 낮은 규모입니다.

여가부 1년 성인지 예산 35조원은 페미니스트용이다?

한때 인터넷상에서 여성가족부의 성인지 예산이 35조원에 이른다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사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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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2년도 성인지 예산사업은 39개 중앙관서의 장이 제출한 341개로 예산 전체 규모는 26조 8821억원입니다. 고용노동부가 9조 6644억원, 중소벤처기업부가 9조 3679억원, 보건복지부 4조 5895억원, 여성가족부 1조 838억원 순입니다.
성인지 예산제도란 양성평등기본법 제16조 제1항 및 국가재정법 제16조 제5호에 따라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효과를 분석함으로써 국가재원이 보다 성평등한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예산의 배분구조와 규칙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재원 배분과정'입니다.
이에 따라 배정된 26조 8821억 원 모두가 여가부로 배분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가 대상사업의 적절성 검토를 통해 성평등 구현과 연계성이 낮은 사업을 제외한 뒤, 부처별 객관성과 타당성 및 성인지 제도의 실효성을 판단해 배분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여성가족부의 1년 성인지 예산이 35조원'이란 주장은 사실이라 보기엔 어렵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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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업무를 둘러싼 논란도 분분합니다. "하는 일이 없고 여성단체에만 세금을 쓴다"는 주장이 계속 불거져왔는데요. 올해 기준 여가부 예산은 1조 4650억 원. 이 가운데 61.9%를 가족 정책에, 18.5%는 청소년 정책에, 9.2%는 권익 증진에, 7.2%는 여성 정책에 쓰입니다.
흔히 청소년 정책에서 지원하는 청소년 여성보호시설단체나 가족정책 지원을 받는 다문화시설단체 등을 민간 여성단체로 묶어 생각하지만, 엄연히 다른 여성단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외 다른 나라들의 예산 사용 추세와 비슷한 흐름이어서 '여성단체에만 세금을 쓴다'고 보긴 어려울 겁니다.
 

여가부는 여성만을 위한 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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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는 남성을 배제시키고 여성만을 지원한다는 주장도 끊이질 않았는데요. 성인지예산이 투입되는 공무원 추가 채용 결과를 보면,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총 1591명 가운데 남성이 75.7%인 1204명에 달했습니다. 양성평등 채용 목표제를 통한 수혜자는 남성이 훨씬 더 많았다는 얘깁니다.
여가부 업무 가운데 하나인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도 마찬가집니다. 지난해 피해자 지원센터 운영 실적을 보니 여성은 73.5%인 5109명이었고, 남성 피해자도 26.5%인 1843명에 달했습니다. 여성만을 위한 업무라고 볼 수 없다는 게 여가부 해명입니다.
그럼에도 여가부가 폐지 위기까지 몰릴 정도로 신뢰를 잃게 된 것은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미온적 대처 등이 계속 도마에 오른 때문이겠죠. 새 정부가 과연 어떤 해법과 절차로 이 문제를 결론낼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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