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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앞다퉈 '587조원' 투자 발표…역대급 보따리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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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미래 준비' 위해 450조원 투자·8만명 채용
현대차 63조원·롯데 37조원·한화 37.6조원…SK "곧 발표"
"경제발전 이끄는 '선순환' 구조 구축"…"기업도 박수받는 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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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7조6천억원. 국내만 480조원. 국내 4개 그룹이 24일 하루에 발표한 투자 계획의 총액이다. '친기업'을 표방한 윤석열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보름 만에 삼성을 필두로 한 주요 그룹이 대규모 투자·고용 계획을 앞다퉈 발표했다.

삼성, '미래 준비' 위해 450조원 투자·8만명 채용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재계 맏형인 삼성은 이날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삼성의 미래 준비'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향후 5년간 반도체·바이오·신성장 IT(정보통신)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450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삼성이 지난 5년간 투자한 330조원 대비 120조원 늘어난 규모로, 연평균 투자 규모를 30% 이상 늘린 셈이다. 이 중 국내 투자액은 전체의 80%인 360조원에 이른다. 지난 5년간 국내 투자액 250조원보다 110조원 늘었다.

삼성은 반도체, 바이오 등 핵심산업을 중심으로 8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투자 101만명과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상생 활동에 의한 6만명 등 삼성의 이번 투자 계획에 따른 고용유발 효과는 107만명으로 추정된다.

삼성은 지난 2018년 발표한 '3년간 4만명 채용 계획'을 초과 달성하고, 지난해에도 3년간 4만명 채용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삼성은 채용 규모를 더욱 확대해 민간에 의한 좋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앞으로 5년은 새로운 미래 질서가 재편되면서 한국 경제의 발전과 쇠락을 가르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의 전략적 투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국 경제가 당면한 시대적 과제와도 무관치 않으며, 한국 대표 기업으로서 선택이 아닌 의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 63조원·롯데 37조원·한화 37.6조원…SK "곧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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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105억달러(약 13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계획을 발표했던 현대자동차는 오는 2025년까지 국내에 총 6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현대차그룹 산하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 3사는 "대규모 투자를 국내에 집중함으로써 '그룹의 미래 사업 허브'로 한국의 역할과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의 국내 투자 분야는 △전기차나 수소전기차 등 전동화 및 친환경 사업(16조2천억원)  △로보틱스 등 신기술 및 신사업(8조9천억원) △내연기관차 등 기존 사업의 상품성 및 서비스 품질 향상(38조원) 등이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이번 국내 투자 계획에 부품, 철강, 건설 등 다른 그룹사까지 합하면 전체 국내 중장기 투자액이 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국내에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한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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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역시 이날 바이오와 모빌리티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5년간 국내 사업에 37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롯데는 신성장 테마인 헬스 앤 웰니스와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부문을 포함해 화학·식품·인프라 등 핵심 산업군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롯데 관계자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한편 신규 사업 추진으로 국내 산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본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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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도 이날 향후 5년간 에너지, 탄소중립, 방산·우주항공 등 미래 산업 분야에 국내 20조원을 포함해 총 37조6천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투자액 20조원은 지난 5년간 한화그룹이 국내외를 통틀어 투자한 22조6천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 5년간 2만명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기존 사업들의 경쟁 우위는 더욱 강화하고, 미래 기술 선점과 시장 주도를 위한 미래 기술 내재화 등에 대한 투자가 더욱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했다"면서 "이런 투자를 통해 민간 주도의 경제 성장을 지원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재계 2위인 SK그룹도 투자 계획 발표에 동참할 계획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어려울 때 투자를 하는 것이 기업에는 좋은 전략이기도 하다"며 "SK도 곧 (투자·고용) 발표가 나갈 것 같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경제가 '글루미'(우울한, Gloomy)한 상황이다. 어려울 때 투자와 고용을 발표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LG그룹 역시 투자·고용 계획을 발표하기로 하고 내부적으로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발전 이끄는 '선순환' 구조 구축"…"기업도 박수받는 날 온다"


이날 발표된 4개 그룹의 투자 총액은 향후 5년간 587조6천억원이다. 국내 투자액만 따져도 480조원으로 연 평균 96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명목 GDP(2057조원) 대비 4.6%에 달할 정도의 '천문학적' 규모다.

SK와 LG그룹, 현대차그룹의 비자동차 계열사 등도 투자 발표에 합류할 경우 투자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오히려 기업들이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대 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위기 돌파를 시도하는 셈이다.

재계에서는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라는 국정목표를 제시한 윤석열 대통령이 '친기업' 행보를 예고한 만큼 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대규모 투자 보따리를 풀어 화답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각 기업이 추진하는 사업의 성공이 연관산업 발전과 국민소득 증대로 이어져 국가 경제 발전을 이끌어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며 "새 정부가 과감한 지원에 나설수록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고 혁신을 추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부터 우아한형제들, 마켓컬리 등 유망 스타트업까지 국내 경제계를 대표하는 76개 기업은 이날 '신(新)기업가정신'을 선언하고 관련 협의체인 '신기업가정신협의회'(Entrepreneurship Round Table·ERT)를 공식 출범시켰다.

선언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기후변화, 공급망 재편, 사회 양극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상당히 많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정부한테 맡겨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경제계의 동참을 주문했다.

최 회장은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은 반기업정서가 사라지고 국민의 신뢰가 증대돼 우리 기업도 국민들로부터 상당히 많은 박수를 받는 날이 오리라고 기대한다"며 신기업가정신의 실천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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