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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공에 10분 거리 생이별…3700㎞ 돌아가 만난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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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23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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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빙 둘러 4개국 지나 집에서 10㎞ 떨어진 하르키우로


하르키우 외곽 부서진 다리를 건너는 차량. 연합뉴스하르키우 외곽 부서진 다리를 건너는 차량. 연합뉴스
러시아 침공으로 인해 10분 거리에 살던 약혼녀와 생이별하게 된 우크라이나 남성이 3700㎞를 빙 돌아 가서 상봉했다.

영국 가디언은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서 10㎞ 거리에 사는 약혼녀를 만나려고 벨라루스를 빙 둘러간 사연을 소개했다.

프로 포커 선수인 세르히 베랴예프(32)는 전쟁 전에는 하르키우 외곽 집에서 나와서 고속도로를 타면 금세 약혼녀와 부모가 사는 하르키우에 도착했지만 이번엔 러시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를 거쳐 와야했다.

러시아가 하르키우를 점령하면서 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그는 4월 4일 오후 1시 다른 일행과 함께 차량 4대로 구성된 호송대에 합류하며 긴 여정을 시작했다.

70㎞를 달려 러시아로 넘어갔는데 이 곳이 검문소가 많아서 가장 험난한 구간이었다.

한 번은 군인들은 지역 관공서로 데려가서 심문을 했는데 일행 한 명이 의심을 받아서 위기를 맞았다. 여권이 불타버려 없고 휴대전화는 폭격 초기 지하실에 숨겨놨다가 습기에 망가졌기 때문이다.

러시아군은 속옷을 벗겨서 우크라이나 군 관련 문신이 있는지 찾기도 했다.

그들은 베랴예프의 휴대전화도 뒤졌지만 전쟁 초반 참전한 친구들에게 러시아군 위치를 보냈던 기록은 모두 삭제해둔 덕분에 무사히 지나갔다.

운좋게 풀려났지만 이들 일행은 데이터도 이용할 수 없고 도로 표지판도 없는 곳에서 제대로 가고 있다는 확신 없이 달려야 했다.

망가져서 차로 하나만 불안하게 남은 다리를 지나기도 했다. 20m 아래는 강이었다.

그 다음엔 운전자가 흥분해서 너무 빨리 달리다가 도로 구멍을 세게 지나가서 바퀴가 망가졌다.

차를 돌려 수리하고, 칠흑 같은 어둠을 달려 국경이 닫히기 전에 겨우 도착했다.

5시간 걸려 겨우 러시아 국경을 넘은 뒤 가까운 대도시 벨고로드로 방향을 잡았는데 그 직후 또 연방보안국(FSB) 검문에 걸렸다.

슈퍼마켓 밖에 주차하고 2시간 쪽잠을 자거나, 16시간 걸려서 국경을 넘기도 했다. 리투아니아 맥도날드 매장에선 와이파이를 처음 사용해봤다.

그렇게 해서 폴란드 바르샤바에 도착한 뒤엔 일행들을 내려주고 일주일간 머물렀다. 코로나19로 많이 아프기까지 했지만 약혼녀를 만나겠다는 의지는 굳건했다.

14일 오후 인도주의 차량 행렬을 따라 다시 길을 떠났고, 르비우를 거쳐 18일엔 키이우를 출발했다. 마지막으로 하르키우에서 약혼녀 집을 50m 앞두고 또 검문을 받긴 했지만 그는 결국 연인을 만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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