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 문제로 다투다 상대방에게 흉기를 휘둘러 의식을 잃게 한 중국 국적의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최근 구로구에서 노인을 무차별 폭행해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 충격을 준 가운데 보이스피싱 사건 등 중국인(중국동포 포함) 피의자들이 연달아 검거되면서 특정 국적에 대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비판적 여론은 '혐오'의 시각으로도 옮아가는 양상이다. 중국인만 유독 범죄를 많이 일으킨다는 지적이 그런 시선이다.
하지만 통계상으로 따져볼 때 전체 누적 범죄자 중 중국 국적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맞지만, 국적과 범죄의 인과관계를 단정 짓는 것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국인 체류 인구 자체가 많은 측면도 있고, 지난 2020년의 경우 외국인 중 피의자 비율은 중국과 다른 국적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1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10일 오후 10시 15분쯤 영등포구의 한 주택가에서 중국인 A(68)씨를 특수상해 혐의로 검거했다.
당시 A씨는 자택에서 같은 국적 B(56)씨와 금전 문제로 다투다 흉기로 B씨의 오른팔 등을 칼로 찌른 혐의를 받는다. B씨는 근처 노상에서 과다 출혈로 인해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피투성이인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한 시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목격자 탐문 등을 통해 인근에서 A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A씨는 현장에서 범행을 시인했으며 경찰은 피의자 거주지에서 흉기 등 범행도구를 발견해 압수조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지난 11일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법원은 이튿날 "도망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이번 사건 뿐만 아니라 최근 중국 국적 피의자가 연루된 범죄는 연이어 발생하는 양상이다.
앞서 지난 13일 마약 투약 상태에서 행인들을 폭행하고 그중 1명을 숨지게 한 40대 중국인 남성이 구속됐다. 해당 남성은 지난 11일 오전 6시쯤 구로구의 한 공원 앞에서 60대 남성의 얼굴을 발로 수차례 폭행하고 주변에 있던 깨진 도로 경계석으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또 범행 후 도주하다 인근에서 리어카를 끌며 고물을 줍던 노인도 폭행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여론의 공분이 거셌다.
또 최근 중국 유학생 남녀 3명이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해 현금 5800만원을 가로챈 사건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위챗'을 통해 총책의 지시를 받고 건당 30만 원씩을 받고 현금 전달책 역할을 맡은 혐의를 받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이들을 구속해 지난 11일 검찰에 송치했다.
연합뉴스잇따른 사건으로 중국인 범죄에 대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인들이 범죄를 가장 많이 저지른다', '모두 추방해야 한다' 등 비판 수위가 높은 반응도 나온다.
다만 범죄 현황을 면밀히 봐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통계상으로 볼 때 따져봐야 할 지점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한국의 범죄현상과 형사정책 2020'에 따르면 2015년에서 2019년까지 외국인 피의자 검거 인원은 총 17만9105명이며 이중 중국인이 9만8591명으로 55%에 달했다.
추세로 볼 때 '외국인 범죄' 중 중국인이 피의자 경우가 과반에 달하는 셈이다. 반면 국내 거주 외국인 인구 중 중국인의 비율은 44%(약 89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반드시 중국 국적이 더 위험하다고 볼 수도 없다.
2020년 집계된 외국인 인구 대비 범죄 비율로 분석하면 중국인은 총 89만4906명의 국내 체류 인구 중 범죄자는 1만7116명으로 비율은 1.91%에 해당한다. 이 비율을 기준으로 러시아 국적은 체류 인구 중 2.88%가, 우즈베키스탄인은 2.85%가 각각 국내에서 범죄를 저질렀다. 중국 국적에 비해 범죄 발생 비율이 높은 셈이다.
러시아의 경우에도 내국인이 범죄를 저지른 비율인 2.97%보다 낮았다.(이상 법무부, 경찰청 발표 통계 분석)
결과적으로 외국인 범죄 중 중국 국적의 수가 가장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인만의 '범죄 성향'이라기보다 국내 체류 외국인 중 중국인 비율이 월등히 높은 탓이 큰 셈이다.
전문가들은 국적과 범죄의 인과관계를 단정짓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범죄가 발생하는 다른 원인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근거로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이윤호 고려사이버대 석좌교수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중국인이 국내에서 저지르는 범죄의 절대적인 건수가 많다고 해서 이들이 특히 위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체류하는 중국인의 수가 많으면 당연히 사건이 많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강력 범죄를 특정 국적의 특성으로 돌리기보단 어떤 환경에서 범죄가 발생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빈곤과 박탈감, 차별에서 오는 분노와 증오 등의 사회적 요인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공포감을 느낄만한 사건이 종종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중국 동포 사회에 대한 연구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국 정부 정책에 대한 반감이 국내 반중 정서로 귀결됐고, 이 같은 반감에 의해 '중국인=범죄자'라는 동떨어진 등식이 등장했다고도 볼 수 있다. 동북공정과 같은 역사 왜곡 정책, 김치가 중국의 전통음식이라는 주장 등이 국내에 왜곡된 정서를 낳았다는 것이다.
범죄를 중국인의 특성 혹은 특정 국적의 책임 등으로 몰아가는 사회 분위기는 자칫 외국인 혐오 즉 '제노포비아'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