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날까지 그림 그렸던 '디아스포라 화가' 포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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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 킴 개인전 '지상의 낙원을 그리다-뉴욕의 한인화가 포 킴'

서울 종로구 학고재에서 6월 12일까지

따스한 섬 Warm Island, 1998,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213.36x182.88cm따스한 섬 Warm Island, 1998,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213.36x182.88cm포 킴(김보현·1917~2014) 개인전 '지상의 낙원을 그리다-뉴욕의 한인화가 포 킴'이 서울 종로구 학고재에서 개막했다.

포 킴은 해방 전후 사회의 이념 대립 속에서 고초를 겪고 뉴욕으로 건너 간 1세대 한인 화가다. 뉴욕에 정착한 후 김환기, 김창열, 남관 등 유학 온 한국 화가들과 영향을 주고 받았고, 야오이 쿠사마, 아그네스 마틴, 로버트 인디애나 등 현지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 가깝게 교류했다.

포 킴의 작품 세계는 세 범주로 나뉜다. 50년대~60년대에는 추상표현주의 회화에 몰두했고 70년대에는 정밀한 사실주의로 돌아갔다. 80년대에는 구상 경향의 대형 회화를 시도했다. 이번 전시는 포 킴의 후기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포 킴과 그의 히아신스마코 금강앵무, 찰리. 학고재 제공 포 킴과 그의 히아신스마코 금강앵무, 찰리. 학고재 제공 '파랑새'(1988)를 시작으로 1990년대 회화 4점, 2000년대 회화 13점, 2010년대 회화 5점 등 총 23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 시기 회화는 작가가 동경한 앙리 마티스의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김영나(서울대 명예교수)는 포 킴의 1980년대 이후 회화에 대해 "화면에는 순수하고 서늘하거나 화려한 색채가 가득 차 있다. 마티스를 연상하게 된다"고 평했다.

포 킴은 한국과 일본, 미국을 오가며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았다. 1971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유년기를 보낸 그는 일본 태평양미술학교에서 그림을 배웠다. 해방 이후 첫 부인의 고향인 광주에 정착해 조선대 교수로 후진을 양성하는 등 선구적인 작품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6·25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좌익 혐의로 고문을 당하는가 하면, 친미 반동분자로 몰려 죽음의 문턱에 섰다. 1955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일리노이대학 연구원 자격이었다. 1년이 지난 뒤 아예 뉴욕에 눌러 앉았고 넥타이 공장에서 그림 그리는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렸다. 두 번째 부인 실비아 올드의 제안에 따라 1968년부터 포 킴을 작가명으로 사용했다. 이후 미국 각지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열었다. 2014년 60여 년간 살았던 뉴욕에서 눈을 감았다.

날아가는 새와 물고기 Flying Birds and Fish, 2006, 캔버스에 콜라주, 아크릴릭 Collage and acrylic on canvas, 182.88x152.4cm날아가는 새와 물고기 Flying Birds and Fish, 2006, 캔버스에 콜라주, 아크릴릭 Collage and acrylic on canvas, 182.88x152.4cm미국 이주는 포 킴에게 자유로의 여행이자 디아스포라의 출발점이었다. '따스한 섬'(1998), '날아가는 새와 물고기'(2006) 등에는 자유와 해방의 상징이자 작가 자신을 투영하는 새와 물고기가 유영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실제 포 킴은 맨하튼 집 옥상에서 히아신스마커 금강앵무 '찰리' 등 한때 20여 마리의 새를 길렀다.
 
호랑이 1 Tiger 1, 2002,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116.84x96.52cm호랑이 1 Tiger 1, 2002,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116.84x96.52cm탑, 2000,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182.88x152.4cm탑, 2000,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182.88x152.4cm오래 전 미국에 터를 잡았지만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잊지 않았다. '탑'(2000)과 '호랑이'(2002)는 한국적 모티프 사용이 두드러진다. 한국 사찰의 단청이나 색동저고리의 소매를 연상시키는 색채다. '탑'의 화면에는 불상의 형상과 꽃핀 산봉우리, 먹색 기와 지붕을 그려 넣었다. 미국 미술평론가 로버트 C. 모건은 "포 킴이 한국의 정신세계를 접목시킨 일은 매우 큰 공헌이다. (작가는) 뉴욕에 정착한 지 20년이 지난 후 결국 자신의 뿌리를 발견했고 한국 작가로서 자부심과 편안함을 느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1970년대 중남미와 인도·네팔, 동남아 등지로 여행했던 기억을 목가적으로 풀어낸 '야자수'(2001), '발리의 기억'(2003), 테이프와 색종이 등을 회화 위에 콜라주한 '물 밑의 빨강'(2009), '소녀와 별'(2009) 등도 눈여겨 볼 만하다.
 
발리의 기억 Memory of Bali, 2003,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152.4x182.88cm발리의 기억 Memory of Bali, 2003,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152.4x182.88cm디아스포라의 땅에서 지상 낙원을 꿈꿨던 포 킴. 그는 2014년 세상을 떠나기 전날까지 캔버스에 그림을 그렸다. 전시는 6월 1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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