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각각 인천 계양을과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에 출격한다. 연합뉴스두 달 전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각각 인천 계양을과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에 출격한다.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선거가 가뜩이나 '명심'과 '윤심'의 대리전 양상인 상황에서 두 거물의 재등판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김은혜측 '방탄출마' vs 김동연측 '기미 안철수 선생'
8일 민주당 김동연 캠프와 국민의힘 김은혜 캠프 등에 따르면 양측은 이날 이 고문과 안 위원장의 출마 선언과 관련 저마다 유리한 입지를 점하기 위해 즉각적인 반응을 내며 맞부딪혔다.
먼저 김은혜 캠프측은 이 고문의 인천 계양을 지역구 출마를 명분 없는 '방탄 출마'로 규정해 공세를 펼쳤다. 이 고문과 인천 계양 지역과의 연결고리가 없음을 문제 삼은 것이다.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 윤창원 기자김은혜 캠프 홍종기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자신의 죄를 덮어줄 '방탄조끼'를 얻기 위해 평범한 변호사를 대선후보로 키워 준 경기도민을 정면으로 배신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대장동 사건과 법카 횡령을 방치한 이 전 지사가 유능한 일꾼이었다면 당당히 수사 받고 성남에서 출마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반면 홍 대변인은 같은당인 안 위원장의 분당갑 출마에 대해서는 "분당, 판교는 우리나라 최첨단 IT기술과 젊은이들의 열정으로 만들어진 도시"라며 "벤처 1세대 안 위원장의 혜안과 경험이 IT특구 분당의 발전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확연한 입장차를 보였다.
김동연 캠프측도 마찬가지로 안 위원장을 향해서는 "여기저기 간을 본다"며 '기미(氣味) 안철수 선생'이라며 출마를 폄훼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 윤창원 기자김 캠프 이경 대변인은 논평에서 "역대 최악의 불공정·몰상식 내각 탄생의 인사 대참사 책임이 있는 안 인수위원장이 여기저기 간 보다가 명분 없는 선거출마를 선택했다"며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김은혜 후보와 러닝메이트가 된다고 한다. 늘 철수하고 또 철수하던 안 위원장의 완주를 기원한다"며 비꼬았다.
이 고문의 출마 관련 민병선 수석대변인은 "(계양을 출마는) 당에서 전략공천한 것으로 이 고문의 고민이 깊었을 것"이라며 "인천과 경기도는 수도권이라는 하나의 공동체로 함께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재명 등판…'윤석열 대 이재명' 2차전 본격화
정치 평론가들은 이 고문과 안 위원장의 수도권 보궐 선거 출마가 경기도지사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현재의 '대선 2차전' 구도가 더 짙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했다. 김동연 후보쪽에 유리한 측면이 많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점을 감안해 단순히 '새정부에 대한 지지 대 견제'의 프레임이 아닌, 이 고문이 선거 전면에 나서면서 '윤석열 대 이재명'의 재격돌 양상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8일 인천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1 보궐선거 계양을 지역구에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이 고문이 계양산에서 출마 선언을 하면서 "지난 대선에서 심판자는 선택받고 유능한 일꾼은 선택받지 못했다"고 발언한 것도 이번 지방선거를 '윤석열 대 이재명'의 대결로 만들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새정부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대선에서의 0.73% 차 패배를 뒤집어 민주당이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새정부 출범 직후 민주당으로서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지방선거에 이재명 상임고문이 이렇게 빠르게 정계 복귀를 선언한 것은 윤석열 인수위가 자초한 성격이 강하다"며 "집무실 이전, 내각 인선 문제, 공약 파기 등 인수위 과정에서의 여러 논란들로 인한 국민적 실망감으로 반격의 공간이 열렸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 3, 4일(5월 첫째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천명에게 설문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윤석열 당선인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긍정 평가)는 응답은 41%에 그쳤다. 3주 연속 50%를 밑도는 수치다.
"중도 확장성 보완" 안철수, 김은혜 '구원투수' 자청
하지만 이 고문이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를 떠나 연고가 없는 인천 계양을을 선택한 것이 김동연 후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선 가능성이라는 실리를 택해 경기도를 떠난 것이 김동연 후보를 지원하는 데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은혜 후보측이 이 고문을 향해 '도망자'라 비판하고, 또 그를 계승하는 김동연 후보까지 '도망자2'라고 싸잡아 공격한 이유도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효과와 함께 이 고문의 지원을 최대한 차단하려는 의도가 바탕에 깔려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재명 고문이) 정면 대결을 원했다면 정치적 상징성이 큰 성남에서 출마를 했어야 한다"며 "당선 가능성이 높은 쪽을 택한 것으로, 경기도의 선거 흐름에는 영향을 주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경기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그러면서 그는 분당갑에 출마한 안 위원장에 대해서는 김은혜 후보의 '구원투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윤심'으로 출마한 김 후보의 약점인 중도 확장성을 안 위원장이 보완해 줄 카드라는 계산이다.
이 평론가는 "윤석열 당선인 입장에서도 김은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서는 구원투수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 것 같다"며 "중도층을 공략하는 과정에서 안 위원장이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