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김인철이 남긴 '족적'과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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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철 부록편, 스승의 길·제자의 길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후보자 자진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황진환 기자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후보자 자진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황진환 기자윤석열 정부 첫 사회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김인철 씨가 이른바, '방석집' 논문 심사 사건으로 3일 사퇴했다. 김 씨는 사퇴의 변을 남기고 기자들의 질의 응답을 받지 않은 채 걸어나가면서 "제가 지나간 뒤에 마지막 품격을 지킬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녕 '마지막 품격'이라는 건 무엇일까.
 
후보자 직에서 사퇴했고 품격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전 총장'이라고 직함을 붙이겠다. 김 전 총장의 인생을 돌아보면 그의 스승 안병만 전 교육부 장관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김 전 총장의 인생은 스승 안 전 장관의 인생과 데칼코마니(복사·전사(轉寫))같다. 지금부터 경이적인 김 전 총장의 이력과 스승 안병만 전 장관과의 족적이 얼마나 유사한지 살펴보려 한다.
 
#장면 1
2008년 7월 9일자 동아일보에 게재된 "안병만 내정자 1983년 논문, 제자 논문과 일부 같아 논란'이라는 기사 요약이다. 안 씨는 이명박 정부의 첫 교육부 장관이었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내정자가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과 지도 학생의 석사 학위 논문의 일부 내용이 같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두 논문이 같은 시기에 작성된 점을 들어 제자가 교수의 논문 내용을 활용했거나 교수가 제자의 설문조사 데이터를 사용했을 수 있다며 표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안 내정자가 1983년 12월 한국정치학회보에 게재한 '농촌주민의 정치적 태도-정치효능과 정치신뢰'라는 논문은 당시 지도 학생이었던 한국외국어대 김모(행정학·김인철) 교수가 1984년 석사 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것과 조사대상·조사방법이 일치했다.

(중략)
 
김 교수는 "지도 교수가 답변을 3단계 척도로 줄인 것은 더 정교한 분석을 위한 것"이라며 "지도 교수의 논문과 내 논문이 겹치는 부분이 5쪽 가량인데 잘못이 있다면 모두 내 잘못"이라고 말했다.

#장면 2
2022년 5월 2일 '김인철 '제자 찬스'까지…'짜집기 논문으로 연구비 수령'이라는 mbc 보도 요약이다.
 
국민의힘 인천 연수 구청장 예비 후보자 이성만씨가 지난 1999년 한국외대 행정대학원에 제출한 박사 논문입니다.
지역기술혁신 참여기관들의 네트워크와 역할에 관한 연구
지도 교수는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입니다.
그런데 1년 6개월 뒤, 정책 학회에 유사 제목의 논문이 실립니다.
부제는 똑같습니다.
논문 작성자는 '김인철'
주제는 같지만, 다른 논문일까.
(중략)
6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박사 논문을 20페이지로 짜깁기, 축약해놓은 수준입니다.

 제자 논문 표절 시비 외에도 스승과 제자 관계인 안병만 전 장관과 김인철 전 총장의 경력을 보면 '어찌 이리 닮았을까' 하고 무릎을 치게 된다. 안 전 장관은 한국외대 행정학과 교수를 거쳐 1994년 제 5대 한국외대 총장과 2002년 제 7대 총장을 각각 역임하고, 같은 시기 제 5대 한국대학총장협회 회장을 동시에 역임한다.
 
제자 김인철 전 총장은 1988년 한국외대 행정학과 교수로 시작해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외대총장을 지내고, 2020년부터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회장을 동시 역임했다.
 
스승과 제자의 이력은 둘 다 '풀브라이트 장학생'이라는 점에서 빛을 발한다. 안 전 장관은 이 장학금을 "미국이 실행한 대외 정책 가운데 가장 훌륭한 프로그램이다"라고 극찬했고 본인도 수혜대상이며, 김 전 총장은 풀브라이트 장학금 수혜에서 일가족 4관왕을 차지했던 분이다. 스승은 풀브라이트 장학 사업을 후원하는 한미교육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제자는 풀브라이트 총동문회장으로 각각 일했었다. 총동문회장이었던 제자는 2015년  '풀브라이트 동문의 날' 행사에서 회장 자격으로 스승에게 공로상을 수여했다.

#장면 3
국민일보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김 전 총장에 대해 쓴 '대학 총장 8년 역임 자율성 강조'라는 4월 14일자 기사의 일부다.
 
(앞 중략)김 후보자는 총장 직에서 물러나 뒤에는 모교 행정학과 명예교수로 일했다. 이명박 정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었던 안병만 전 장관의 수제자로 와병 중인 안 전 장관의 병수발을 최근까지 직접 맡을 정도로 끈끈한 관계로 전해진다.

지금은 천지개벽했으나 방석집 얘기를 듣다 보니 예전에 교수와 제자 관계가 '사노비'로까지 비유됐던 시절이 기억난다. 지극히 일부이겠으나, 그러나 스승이 귀국하면 공항에 마중 나가고 스승의 자녀들을 라이드(ride) 한다는 얘기가 간혹 없지 않다.
 
스승과 제자의 이력을 보면 사실 여부는 확인키 어렵지만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주는' 수레바퀴를 연상케 한다. 스승의 족적을  빼다 박은 듯한 제자의 삶, 가족을 넘어서는 정치·경제 공동체 같은 대학 사회에서 똬리를 틀어 쥔 기득권 카르텔 속성이 얼마나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는 가를 추단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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