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7.3원 오른 1,272.5원에 마감했다. 연합뉴스원·달러 환율이 25개월 만에 1270원을 돌파했다. 전날 1260원을 넘어서며 연중 최고기록을 경신한 지 하루만이다. 미국의 '빅스텝' 가능성에 중국의 일부 도시 봉쇄,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 등 악재가 작용하면서다.
28일 원·달러 환율 1270.50으로 마감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72.50원으로 거래를 종료했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 당 1270원대로 올라선 것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졌던 2020년 3월 19일(종가 기준 1285.7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처음이다. 아울러 6거래일 연속 연중 최고 기록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270.8까지 치솟았다. 오전만 해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구두개입성 발언을 내놓으며 1260원대에서 움직였지만, 오후가 되자 빠르게 1270원을 넘어섰다.
이날 외환시장 개장 전 홍 부총리는 "급격한 시장 쏠림이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며 필요한 경우 시장안정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이같은 정부의 외환 개입 발언도 시장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원·달러 환율이 이날 다시 급상승한 것은 일본은행이 대규모 부양책을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단기정책금리를 마이너스 0.1%, 장기금리인 10년 만기 국채금리를 0%로 유도하는 현행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다.
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등 연일 '빅스텝'을 시사하고 있으며,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상하이 등 주요 도시가 봉쇄되는 등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강 달러가 이어지다 보니 원화뿐 아니라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까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물가…환율 폭등에 무역 악화까지 '악재'
스마트이미지 제공
문제는 달러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원화값이 추락하는 것은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적정 수준의 원화 약세는 국내 생산 제품의 해외 시장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져 수출 기업에 호재로 통한다. 그러나 현재는 수출 경쟁국인 일본이나 중국의 통화가치도 함께 하락하고 있어 이같은 효과를 누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중국 봉쇄령이 확대 시행되면 우리나라 주력 산업인 반도체나 자동차 산업에는 큰 악재가 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고환율에 따라 수입물가가 상승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한층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만일 기업이 가격인상으로 수입물가 상승에 대응하면 서민 경제에 부담이 전가돼, 결국 내수 위축이란 악순환이 생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 영향으로 원자재값이 급등하는 등 이미 물가 상승 요인이 다수 발생한 상태다. 여기에 환율 급등으로 수입가격이 수출가격보다 크게 오르면서 이달 1~20일 기준 국내 무역수지는 52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약 10년 만에 4%를 돌파했고,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도 9년 만에 최고치인 3.1%를 기록한 가운데 앞으로도 높은 물가 오름세가 예상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상황에서 미국이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면 국내 경기에 상당한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등 안전판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원화 통화 가치 하락은 현재 기본적으로 국내 물가 상승 하락을 추가적으로 만들어내는 가능성이 있어서 전반적인 경제 상황 악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분간 상승세 지속…1300원 뚫릴까
외환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같은 흐름이 계속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 원·달러 환율 하락 요인이 없는 데다, 원·달러 환율 상단이 매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1300원까지도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도 일부에서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에다 중국 봉쇄로 인한 세계 경제 둔화 우려로 원·달러 환율은 쉽게 내려오기 어려울 것"이라며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경우 13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빠른 통화 긴축과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 한국 무역수지 적자, 중국 봉쇄와 위안화 약세, 국내 자금의 해외주식 매수, 배당금 송금 수요가 맞물리며 환율이 상승했다"며 "긴축 경계감 및 중국 봉쇄 불안감으로 인한 위안화 가치가 추가 하락할 경우 원·달러 환율은 1300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원·달러 환율 폭등 현상이 강달러에 의한 전 세계적 흐름이라는 점에서, 다음 주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기점으로 강달러 상황이 얼마나 오래, 가파르게 지속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