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셧다운 돌입으로 인해 광주 북구 한 아파트 건설 현장의 콘크리트 타설 등 공사가 중단됐다. 연합뉴스건설 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한 공사 중단이 현실화됐다. 아직은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시름이 깊어지는 모양새이지만 가격 폭등 양상이 장기화될 경우 분양 일정 차질 등 생활 전반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건설자재 가격 폭등…철근·콘크리트 업계, 공사비 인상 요구
20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호남·제주 철근·콘크리트연합회는 이날부터 공사 현장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호남·제주 연합회 소속 업체는 51개로 약 80곳의 현장에서 공사를 하고 있다.
당초 서울·경기·인천 철콘연합회 등 타 지역도 이날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지만 현대건설 등과 간담회를 진행한 끝에 당초 계획했던 셧다운은 일단 취소했다. 간담회에서 자재비 인상분에 대한 추가분을 청구하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현대건설 측 입장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집단 파업까지 계획했던 배경에는 건설 자재 가격 폭등이 꼽힌다. 기존 하도급 단가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멘트 업계 1위인 쌍용C&E는 지난 15일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와 1종 시멘트 가격을 기존 1t당 7만 8800원에서 15.2% 인상한 9만 8천 원에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7월 5.1% 인상한데 이어 8개월 만에 다시 인상에 나선 것이다. 시멘트 제조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도 지난해보다 256% 올랐다.
고철 평균 가격도 지난해 3월 t당 42만 원에서 1년 만에 69만 4천 원으로 63% 오른 뒤 이달 들어 70만 원을 돌파했다. 기존 최고가는 지난 2008년 국내 철근 파동 때의 68만 원이다.
호남·제주 지역 골조 공사가 전면 중단된 지난 20일 광주 서구 광주시청 앞 광장에서 호남·제주 철근콘크리트 연합회 회원사 관계자들이 건설 자잿값과 인건비 폭등에 따른 줄도산 위기를 호소하며 원청사의 적정 단가 보장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추가 인상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둘 사이 긴장이 해소되지 않고 있고,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더해지며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제기된다.
건설자재 가격은 전체 공사비의 30% 정도로 알려졌다. 자재비가 오르면 공사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건설 자재 가격 급등, 기존 공사 현장에 시름 더하고 분양 일정에도 영향
건설 자재 가격 폭등이 단기적으로는 업계 일부에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지만 원자재 가격 급등이 이어질 경우 서울 등 인기 지역 분양 일정 등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현재 공사 중인 현장의 건설 자재는 대부분 지난해나 그 이전에 발주를 체결했기 때문에 최근 원자재 급등이 당장 공사 현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골조 공사를 준비 중이거나 골조 공사를 한창 하고 있거나 골조 공사를 막 마치고 정산을 해야 하는 현장들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사 관계자는 "계약 내용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통상 착공한 뒤에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더라도 공사비를 조정하기는 어렵다"며 "많은 현장에서 원청과 하청이 적자 부담을 분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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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 폭등이 분양 일정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정이 50% 이상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조합 집행부와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의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처럼 공사비를 두고 갈등을 빚는 정비 사업이 적지 않다. 원자재 가격 폭등은 안 그래도 꼬인 실타래를 더 꼬이게 만들며 분양 일정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재건축·재개발 전문가인 투미부동산컨설팅 김제경 소장은 "원가가 오르면 최종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분양가 상한제가 유지되는 한 조합 또는 시공사가 악화된 수익성을 감내해야 한다"며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누르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 자재 가격 급등이 재건축·재개발 사업성 급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비사업 주체들이 사업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어 "새 정부에서 분양가 규제를 손 보겠다고 했기 때문에 서울 등 수도권, 특히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정비사업지는 새로운 분양가 규제에 대한 윤곽이 나올 때까지 관망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상황에서 건설 자재비 급등까지 겹치면서 서울에서는 올해 일반 분양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