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경기도 김포에 살고 있는 A(36)씨는 요즘 늘어난 전세자금 대출 이자 부담으로 걱정이 크다. A씨는 2019년 12월 결혼을 하면서 청년 대상 전세자금 대출로 2억5천만원을 빌렸다. 2년 동안은 고정금리가 적용돼 월 30만원 정도의 이자를 냈는데, 지난 1월쯤 대출을 갱신하면서 이자가 두 배 이상 뛰었다. 올해 초 부터 아내가 육아휴직 중이어서 가계에 대한 걱정은 더욱 커졌다.
A씨는 "지난 2월 은행에서 변동금리로 바뀔 것이라고 통지가 왔다. 2년 동안 30만원대였던 이자가 지난달부터 80만원 이상으로 뛰었다. 두 배 이상 뛴 이자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방법이 없다. 주변에서 올 연말까지 7% 정도는 예상하라고들 하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14일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주담대 금리 인상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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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4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연 1.50%로 결정했다. 지난해 8월부터 같은 해 11월, 지난 1월에 이어 이달까지 4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으로, 1년도 채 안돼 기준금리가 1%포인트나 급등했다.
이번 금리 인상은 금융시장의 예상보다는 다소 빠른 조치였다. 시장에서는 앞서 세 차례 연속 금리가 인상된 점, 한은 총재 자리가 공석인 점 등을 들며 이번 금통위에서 동결을 예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금리인상은 발빠르게 이뤄졌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넘어서는 등 물가 상승 압력이 심각해진데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일명 '빅스텝'을 시사하면서, 미국의 긴축 기조에 보폭을 맞춰야 한다는 판단이 힘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2~3차례 더 인상하는 등 추가 인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영끌족 한숨 커져…가계부채 '시한폭탄' 터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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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A씨와 같은 대출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집값 상승 국면에서 '영끌'을 해 집을 산 영끌족들의 한숨이 더 커지게 됐다.
초등학생 아이 둘을 외벌이로 키우며 2년 전쯤 서울 변두리에 아파트를 마련한 B씨(38)는 "금리가 계속 오를 것은 당연히 예상했지만, 앞이 캄캄한 건 어쩔 수가 없다"면서 "이자로만 수십만원을 내다보니 저축은 꿈도 꿀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은행 등 금융기관의 조달비용이 늘어나고, 소비자에게 적용되는 금리도 자연스레 올라간다. 앞서 한은이 1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시중은행들은 예·적금 등 수신금리를 올린 바 있다.
한은의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1천억원으로, 이 가운데 카드 사용액(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만 1755조8천억원에 이른다. 또 지난달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전체 잔액 가운데 76.5%가 변동금리 대출이고, 전세자금 대출은 대부분 변동금리 대출이다. 4명 중 3명은 금리 변동에 따라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게 된 것이다.
만일 이번 기준금리 인상폭만큼 대출 금리가 오른다고 가정하면,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은 대출자 1인당 16만원 꼴로 약 3조 3천억원 늘어나게 된다.
한국은행 제공한은은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앞으로 완화적 금융 여건이 정상화되는 과정(금리인상 포함)에서 대내외 여건까지 악화할 경우, 취약차주의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그동안 대출을 크게 늘린 청년층과 자영업자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신용 위험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비은행권 등 금융기관은 대출 건전성 저하 가능성에 대비해 충당금 적립, 자본확충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정책당국도 취약 차주의 신용위험 확대가 금융안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금융과 소득 측면에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관련 인터넷 카페 등에서도 대출자들의 불만이 커지는 모습이다. 대출자들은 "내년되면 주담대 금리 10% 넘는 것 아니냐" "다급한 마음으로 내 집 한번 마련하려다 '하우스 푸어' 신세되게 생겼다"며 불만을 쏟아내는 모습이었다.
하반기에는 7% 근접할 듯…전문가들 "금융당국 차원서 관리하되 금리인상 불가피할 것"
주상영 의장 직무대행(금통위원)이 지난 1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준금리 결정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끌족들의 한숨이 커지는 이유는 연말까지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물가 상승 압력은 계속 커지고 있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도 예상보다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만큼, 기준금리가 연내 최고 2%까지는 올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 주담대 금리 7% 예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기준금리가 현행 1.50%에서 0.50%포인트 더 오르면 그만큼 대출자들의 부담은 커지게 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고의 시그널 차원에서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시장금리는 상승하는 상황이어서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는 것으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이후에 급격히 기준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대출자들이 보다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어서 '점진적이고 계속적인' 금리인상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준금리가 많이 올랐지만 아직 물가상승률에 못 미치고 실질금리도 마이너스 상태라서, 이번 기준금리 상승 자체도 물가를 누르는 쪽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며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다봤다.
다만 "대출자의 입장에서 부담이 늘어나는 측면이 있다. 한국은행 뿐 아니라 가계부채와 관련한 금융위, 금감원 등 정부부처, 부동산 정책과 이에 영향을 주는 여러가지 세금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도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이 보낸 서면질의에서 "가계부채는 부동산 문제와 깊이 연결돼 있고 성장률 둔화 요인이 될 수 있어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안정화하는 것은 시급한 정책과제"라며 "한은이 금리 시그널(신호)을 통해 경제 주체들이 스스로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한 바 있다. 가계부채 등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