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북한이 고급주택단지인 '보통강 강안(강변) 다락식(테라스 식) 주택구'를 완공한 뒤 이를 조선중앙TV 간판 아나운서 리춘희, 수령 찬양 정론 집필을 전문적으로 담당해 온 동태관 노동신문 논설위원 등 유공자들에게 선물하며 대대적인 선전을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생일 110주년인 15일 태양절을 앞두고 13일 '보통강 강안 다락식 주택구' 준공식에 참석해 '테이프'를 끊은 뒤, 리춘히 아나운서와 동태관 논설위원 등이 입주하는 호화 주택에 함께 들어가 가족들을 격려하고 사진을 찍은 행사를 가졌다.
경루동이라는 이름의 이 주택단지는 저층 저밀도의 고급 복층 빌라를 일컫는 '타운 하우스'를 연상시키는 구조로, 평양 대동강의 지천인 보통강변에 위치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호화주택구를 마련하여 나라의 부강발전에 이바지한 공로자들에게 안겨주기 위해 보통강 강안 다락식 주택구 건설을 발기하고 몸소 설계가, 건설주, 시공주가 되어 건설 전 과정을 직접 조직 지휘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리춘히 아나운서에 대해 "꽃나이 처녀시절부터 오늘에 이르는 50여 년간 당이 안겨준 혁명의 마이크와 함께 고결한 삶을 수놓아온 리춘히 방송원과 같은 나라의 보배들을 위해서라면 아까울 것이 없다는 것이 우리 당의 진정"이라면서 "80고개를 앞둔 나이에도 여전히 청춘시절의 기백과 열정으로 우리 당의 목소리, 주체조선의 목소리를 만방에 울려가고 있다"고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리춘히는 지난 1971년 아나운서로 데뷔한 뒤 김일성상과 김정일표창 등 북한의 주요 상을 휩쓸었고 북한 아나운서의 최고 영예인 '인민방송원'과 '노력영웅' 칭호를 받은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아울러 "최성원 방송원과 동태관 논설위원의 집을 찾아 그들의 가족을 따뜻이 축하하고 한 식솔의 정이 흘러넘치는 사랑의 화폭을 남겼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북한의 표현대로 '호화 주택' 단지인 보통강 강변 테라스 식 주택단지가 위치한 곳은 김일성 주석이 지난 70년대 주석궁으로 옮기기 전까지 살았던 이른바 '5호 댁 관저'가 있던 곳으로 알려졌다.
이런 곳에 호화주택 단지를 조성해 리춘히 동태관 등 체제의 유공자들에게 선물하고 이를 인민대중제일주의로 대대적인 선전을 하며 내부 결속을 꾀하는 모양새이다.
김 위원장은 준공식에서 "뜻 깊은 태양절을 계기로 위대한 수령님의 숨결과 체취가 어려 있는 터전에 일떠선 인민의 호화주택구를 준공하고 보니 수령님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면서, "수령님께서 자신의 저택이 철거된 대신 그 뜰 안에 애국자, 공로자들의 행복 넘친 보금자리가 마련된 것을 아시면 만족 해 하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용원 당 조직비서의 준공사에 따르면 이 단지에 입주하는 사람들은 "노력 혁신자, 공로자, 과학자, 교육자들을 비롯한 각 부문의 모범적인 근로자"이다.
김 위원장이 김일성 생일 110주년을 앞두고 체제를 뒷받침하는 핵심 지지세력에 호화주택을 선물하는 기획을 통해 충성심을 유도하고 체제 단결을 꾀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조용원 비서는 "여기에 보금자리를 펴는 경루동의 주인들은 오늘의 감격을 영원히 간직하고 언제나 그러했듯이 나라의 보배, 집단의 선구자로서의 값 높은 삶을 계속 이어나가야 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와 핵심세력 간에 물질적 이익과 충성심의 교환 거래를 보여주는 사례이지만, 일각에서는 이 자체가 북한에서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빈부 격차를 반영한다고 분석도 나오고 있다.
통일부는 "북한이 김일성 생일 110주년을 앞두고 대내적으로 경축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주택단지 준공식·입사식 등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리춘히와 동태관 등 언론 분야 관계자들이 당 사상 사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김일성 생일 110주년을 맞아 그동안 좌천됐던 군 고위 인사들의 계급을 다시 올려주며 군심' 결집에 나섰다.
이에 김정관·김명식·김광혁·정경택·오일정·강순남 등 6명이 대장으로 승진했다. 이 중 김정관·김명식·김광혁·정경택 등 4명은 과거에 대장으로 승진했다가 강등된 뒤 이번에 다시 승진한 인사들이다.
통일부는 이번 군 인사에 대해 "최근 준공식을 진행한 송화거리 1만 세대 살림집, 보통강 강안 다락식 주택구 등 주요 건설사업에 기여한 군의 성과 치하 및 사기 독려, 북한군 동계훈련 격려 등의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