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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오늘 기준금리 올리나…'고물가·가계부채·美긴축' 인상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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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출범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말 기준 1862조원을 훌쩍 넘어선 가계부채와 해외 발 원자재가격 상승, 이로 인한 물가 급등 우려 등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경제 라인이 집중해야 할 과제는 산적했다. 당장 14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서민 물가 안정은 물론 부동산과 연계된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 주식 시장 등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출범 앞둔 금통위…금리인상 시그널
물가안정과 가계부채 이자부담 사이에서 깊은 고민
금리인상은 불가피…문제는 속도와 폭

서울 태평로 한국은행. 한국은행 제공서울 태평로 한국은행. 한국은행 제공
NOCUTBIZ

▶ 글 싣는 순서
①금통위 오늘 금리인상 여부 결정…인플레 선제 대응할까
(계속)

미국의 긴축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고(高) 물가 행진이 올 한 해 국내 경제 전반에 끊임없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14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지 여부는 향후 국내 금융시장은 물론 부동산과 가계부채 이자부담에 몰린 서민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현재 금통위는 금리인상 시기와 폭, 속도를 고민하고 있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이 국내 소비자물가의 가파른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출범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윤석열호(號)가 공약한 50조원 규모의 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 집행도 물가 상승을 더욱 부채질 할 수 있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점이 물가관리와 서민경제 안정에 찍혀 있고, 미국의 긴축정책에 대응하는 차원에서라도 적극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현재 한은총재가 공석이고,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를 살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서는 통화정책 뿐 아니라 새 정부 출범 후 세밀한 정책 공조도 절실하다는 측면에서 이달 금리동결 가능성도 조심스레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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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록치 않은 대외변수…우크라이나발 글로벌 인플레, 美 강력한 긴축

     
하지만 문제는 현재의 시장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외과수술로 환부를 당장 도려내지 않으면 나중에는 어떤 명의도 손쓸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당장 대외변수 리스크가 거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에너지가격이 급등한데 이어,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0년 만에 최고치인 전년 대비 8.5%로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고 있다.

미 중앙은행(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다음달 3~4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취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최근 이코노미스트를 상대로 설문한 결과, 두 번 연속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응답자가 과반을 차지하기도 했다. 일명 '점보스텝'이다.
 
"0.5%포인트 금리인상은 명백히 고려할 만한 가치가 있다"(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 "물가상승 억제가 최우선 과제다. 다음 달 빠른 속도로 양적긴축을 시작하고 기준금리도 연속해 올려야 한다"(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부의장) 등 대표적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인사들의 최근 발언도 심상치 않다.

미국의 금리가 인상되면 국내 투자금은 대거 순유출된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이 1230원대를 오르내리는 등 원화 가치하락은 달러 결제 수입비용을 증가시키고, 일부 부문을 제외하고 전체적으로는 수출채산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의 주식 투자자금은 39억30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3월 말 원달러 환율 기준으로 약 4조7635억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2월에 이어 연속 순유출이다. 금통위의 선제적 금리인상 기제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국내 소비자물가로 전이…추경호 "물가 안정 최우선 과제"


우크라이나 사태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는 신흥시장인 우리나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4%대를 돌파하며 4.1%까지 치솟았다. 가계부채 증가속도도 예사롭지 않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원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과 증시에 그만큼 많은 유동성이 공급됐다는 얘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황진환 기자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황진환 기자
차기 한은 총재로 지목돼 오는 19일 인사청문회에 출석하는 이창용 후보자는 14일 열리는 금통위에는 참석할 수 없다. 하지만 후보자 지명 이후 그의 언행을 살펴보면 향후 금통위의 통화정책 방향성을 짐작할 수는 있다.
 
이 후보자는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서면질의에 "가계부채 문제는 부동산 문제와도 깊이 연결돼 있고, 향후 성장률 둔화 요인이 될 수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 시그널을 통해 경제주체들이 스스로 가계 부채관리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향후 대출금리 인상으로 저소득 가구의 이자 상환 부담이 늘고 고위험 가구 편입률이 증가할 수 있는 만큼 채무 재조정과 개인파산제도 활용 등 정부의 정책 대응을 주문하기는 했지만, 가계부채 관리와 인플레이션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금융시장에서는 시기와 속도의 문제만 남았을 뿐 미국의 강력한 긴축 움직임에 대응해 선제적 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있다.

윤석열 정부 초기 '경제사령탑'으로 지명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이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 10일 부총리 지명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민생 안정이다. 현안인 서민 생활 물가 문제를 푸는 데 집중하겠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물가가 굉장히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게 당연하지만, 한은도 물가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정부 경제정책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부총리와 한은 총재가 만나는 게 더이상 뉴스가 안 될 정도로 자주 만나야 한다"고 언급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국면에서는 한은의 통화정책과 정부의 경제정책이 충돌할 수 있지만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공통분모를 찾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으로 해석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물가상승 압박이 전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우리 역시 유동성 회수를 통한 금리인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이후에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점진적이면서도 계속적인 금리인상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 "특히 글로벌 물가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어서 미국도 금리인상을 서두르고 있다"며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영끌족'의 깊은 한숨, 코로나19 생계형 대출자도 직격탄


 연합뉴스 연합뉴스
다만 금리 인상의 폭과 속도가 빨라지면 지난 몇년 간 이어진 저금리 시대에 빚을 내 집을 산 일명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의 이자 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생계형 대출에 몰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금융비용 증가도 부담이다. 물가 상승기에 실질소득이 줄어 소비가 위축되면서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금통위가 당장 금리인상에 나서기보다는 다음달 미국의 금리인상 폭을 보고난 뒤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지난달 이주열 전 한은총재가 퇴임하면서 총재 자리가 현재 공석인 만큼, 이창용 후보자가 취임한 이후인 5월에 금통위원들의 구성 요건을 갖춰 본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와 함께 물가안정과 금융 취약자 보호는 한은의 통화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새 정부 출범 이후 대내외 경제정책이 구체화하는 시기에 맞춰 금리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수 있다는 '속도조절론'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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