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대선 패배 책임을 안고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 그리고 부동산민심 이반의 책임이 있는 박주민 의원이 '지방선거의 꽃'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다. 벌써부터 이들 후보로는 대선 패배를 답습할 거란 지적이 많다.
여기에 당 지도부는 일반 민생과는 거리가 있는 검찰개혁의 '국회 통과'에 전념하고 있다. 오는 6월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당이 한 차례 더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새로운 얼굴 없었다…대선 패배 답습 우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오는 14일 서울 등 8개 지역 후보자에 대한 면접을 진행한다.
송영길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두고 내부 경선을 치를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얼굴은 없었다. 민주당은 지난 2020년 총선거에서 서울 지역구 의석 49개 중 41개, 25개 구청장 자리 25개 중 24개, 시의원 109석 중 101석을 싹쓸이 했는데 당시 여당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출마 지원자가 넘쳐났다. 그러나 대선에 이어 패배가 예견된 오는 6월 서울시장 선거는 모두가 외면했다.
당도 애초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을 탈환할 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지난해 4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도 서울에서 크게 패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민심 이반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런데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송 전 대표와 전세가 폭등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임대차 3법을 대표발의한데다 법안 통과를 앞두고 자신이 소유한 아파트 임대료를 큰 폭으로 인상해 논란이 됐던 박 의원이 후보로 나왔다.
쇄신과 반성은커녕 실패 원인을 되풀이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일찍이 "
부동산 물의를 일으켰던 분들은 스스로 (선거에) 나서지 말라"며 경고장을 날렸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아무도 26살 정치 초년병 여성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충북에서는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상이 단독 출마하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그는 지난 2020년 정부가 고위공직자에 '1가구 1주택'을 권고하자 서울시 반포 아파트를 남기고 지역구인 충북 청주 아파트를 매각해 논란을 빚었다.
박지현 역할론 의구심…차라리 '부동산 전문가'였다면?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 윤창원 기자총체적 난국 상황이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당 개혁과 쇄신을 위해 영입한
박 비대위원장의 역할에 대한 의구심도 피어나고 있다. 그는 지난 8일 회의에서 "접수된 예비후보자 명단을 보고 과연 민주당에서 반성과 쇄신은 가능한 것인지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비판했지만 당내에서 그의 말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 박 비대위원장에 대한 당내 평가는 엇갈리는 가운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 프레임'에 대응하기 위해 민주당이 '이대녀(20대 여성)'를 얼굴로 앉혔는데 이것이
오히려 국민의힘의 '젠더 갈라치기'에 민주당이 말려든 모양새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거 패배의 원인도, 중도층 이탈의 배경도 부동산 문제가 가장 크다는 점에서 차라리 공동비대위원장에 부동산 전문가를 임명했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의 한 지도부 관계자는 "
박지현이 상징하는 20대 여성 표심도 과대 대표된 측면이 있다. 지금 시국에 부동산 전문가를 위원장에 앉히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였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검수완박' 단독 처리 '올인'…민생 뒷전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런 상황에서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부동산과 같은 민생 문제가 아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올인하고 있다.
민주당 출신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상임위를 옮기면서,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검찰개혁 법안을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시킬 기세다.
이는
국민 전체가 아닌 당 강성 지지층만 바라본 결과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
이번 대선 패배 원인 1순위가 부동산 정책 때문인 것은 맞지만 지금 우리가 집값을 잡을 방안이 없다. 당장에는 풀 수 없는 과제"라며 "
검찰개혁을 완수해 우리 강성 당원이라도 확실히 잡아야하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검찰개혁을 강행하면서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마저 크게 패하기라도 한다면, 이재명계가 잡고 있는 현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진 게 뻔하다. 이미 이낙연계, 정세균계 의원들이 송 전 대표 출마에 강하게 반대하며 지도부와 대립각을 이어가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8월에는 곧바로 전당대회가 열린다. 이재명 상임고문이 직접 당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선거 성적표에 따라 당이 또 한 차례 큰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이 빠져나오기 힘든 코너에 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