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연합뉴스국토교통부가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법이 정한 가장 엄중한 처분을 내려줄 것을 관할 관청인 서울시에 요청하면서 법 적용을 놓고 서울시가 신중을 기하고 있다.
지난 1월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공사 현장에서 붕괴사고를 낸 현대산업개발이 받게 될 최고수위 징계는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으로 국토부가 사실상 등록말소 처분에 무게를 두면서 서울시가 법적·행정적 절차에 돌입했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국토부 처분 요청이 오는대로 6개월 이내 신속한 행정처분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가 행정절차에 속도를 내면 늦어도 9월 안에 처분결정이 내려질 전망이다.
일각에서 법적용을 두고 국토부와 서울시 간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는 시선에 대해 서울시는 "인명사고를 야기한 중대재해에 대해 강력한 처분을 한다는 국토부 입장과 서울시 입장은 동일하다"면서 "부처의 위임사무를 수행하는 서울시가 국토부의 법률 해석과 다른 입장을 취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서울시는 '등록말소' 처분까지 가능할 지는 실무차원의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토부가 밝힌 등록말소는 건설산업기본법 제83조에서 정하고 있는데, 다음 제84조에 구체적 처분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하고 있어 세부적인 검토를 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산법 제83조는 국토부 장관이 건설업자의 건설업 등록을 말소하거나 영업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경우 대표적으로 제10호 "고의나 과실로 건설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하여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일으켜 공중(公衆)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청. 국토부는 이에 따라 등록말소 처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같은 법 제84조의 처분 기준을 명시한 시행령에는 막상 영업정지 및 과징금부과 기준만 있을 뿐 등록말소 처분 기준이 없어 법 제83조만으로 등록말소가 가능할 지 살펴본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 건설업계의 크고 작은 업체들 모두 생존이 걸린 문제다보니 행정처분에 대해서는 구제절차를 요구하거나 사실관계에 다툼이 예상되면 본안소송으로 가는 경우도 많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수사나 조사권이 없기 때문에 국토부가 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처분요청을 하게되는데, 귀책사유가 명확하지 않아 처분에 직접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면서 "자체적으로 전문가를 투입해 처분 근거를 마련하는 동시에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철거건물 붕괴 참사가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사업지 원청사인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별도의 행정처분 절차도 진행 중이다. 지난달 17일 본 사건 청문 절차를 거친 뒤 처분 수위를 검토 중에 있다.
하수급업체인 한솔기업 관할 관청인 영등포구의 행정처분 결정을 토대로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행정처분 수위는 늦어도 4월 초 결정할 계획이다. 이경우 영업정지 행정처분은 최대 8개월로 전망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행정처분은 중대재해의 조사와 청문절차, 업체의 구제절차까지 거치면 2~3년이 걸리고 사후적 처분이 되니 실효성도 떨어지는게 사실"이라면서 "서울시는 안전문제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와 본 사안의 엄중성을 고려해 현대산업개발 행정처분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