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수된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 블랙박스(자동 기록장치). 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남부 광시성 우저우시 산간 지방에 추락한 동방항공 MU5735편의 사고 원인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21일 오후 승객과 승무원 132명이 탑승한 사고 여객기가 추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진지 일주일 만이다.
동방항공 비행사고 긴급 조치 지휘본부는 26일 밤 기자회견에서 사고기에 탑승한 승객 123명과 승무원 9명이 모두 사망했다고 밝혔다. 추락 사고 5일이 지나도 생존자가 발견되지 않았고 사고 여객기가 8천m 상공에서 수직 추락한 사실에 비춰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은 없다고 결론내린 것이다.
이튿날인 27일에는 사고기에 설치된 2개의 블랙박스 중 미회수 상태로 있던 블랙박스 한 개도 추가로 발견됐다. 이에 따라 추락사고 현장에서는 사망자 유해 및 기체 파편 회수 작업이 계속되겠지만 무게 중심은 사고 원인조사에 쏠리게 됐다.
주타오 민항국 항공안전판공실 주임은 기자회견에서 "이날 발견된 블랙박스는 비행데이터기록기(FDR)이다"면서 "기록장치의 다른 부분은 많이 훼손됐지만, 데이터 저장 부분의 외관은 비교적 양호한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FDR에는 비행기 고도, 속도, 바람 등을 비롯해 비행기 자세, 조종 면의 움직임, 엔진의 추력, 랜딩기어의 작동, 착륙할 때 내려오는 플랩(고양력장치)의 각도, 전기 공급, 공기압 등이 담겨 있어 앞서 발견된 음성기록장치와 함께 여객기 추락의 원인을 밝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사고 원인 조사는 두개의 블랙박스에서 추출한 데이터 뿐만 아니라 현장 조사, 항공 관제 데이터, 항공기와 지상 간에 오간 교신 내용, 목격자 인터뷰 등을 종합하는 방식으로 최종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민간항공협약에 따르면 사고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예비보고서를 관련 국가와 국제항공기구(ICAO)에 보내야 한다. 블랙박스 상태가 부실할 경우 최종 결론에 도달할 때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매체에서는 사고원인을 기체 결합으로 몰고 가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국수주의적 시각을 많이 대변하는 관영 환구시보는 26일 "사고기의 급강하 원인 중 하나는 비행 제어 시스템이 갑자기 고장 때문일 수 있다. 이로 인해 조종사가 여객기를 조종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 의견을 소개했다.
이번 조사에는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도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기 제조사인 보잉사도 여객기의 추락 사고 조사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지만 조사에 참여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