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역사는 반복되고 정치는 생물이라고 한다. 특히, 권력 주변을 감싸는 역사적 사건과 정치적 용어들은 현재권력에 의해 선악의 평가가 주어진다.
윤석열 정부의 탄생은 한국 헌정사는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찾기 힘든 한편의 드라마다.
현재권력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현재권력에 도전해 8개월 만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내로남불로 표현되는 문재인 정부의 공정과 상식 파괴가 씨앗이 됐다.
추미애 법무장관을 앞세운 현 정부의 윤석열 검찰총장 몰아내기는 정권을 내주는 참혹한 결과로 귀결됐다.
문재인 정부에 저항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무기는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이었다.
많은 국민들이 호응했고 조직 내 검사들이 선거운동원처럼 옹호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후임인 김오수 검찰총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뜨거운 감자다.
윤석열 당선인은 김오수 총장을 가리켜 "착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윤석열 당선인측이 그 '착한사람 몰아내기'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윤 당선인의 핵심 측근인 권성동 의원은 15일 김오수 검찰총장을 향해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총장으로서 수사 지휘를 제대로 했나"라고 지적하며 "대장동 수사를 검찰이 제대로 하고 있다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사퇴를 압박하거나 종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지만 사실상 사퇴하라는 압박이다.
또 다른 윤핵관인 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도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과 공기업 인사들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임명된 직원들은 스스로 거취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오수 검찰총장은 16일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겠다"며 사퇴를 거부했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다. 불과 1년 전 서초동에서 많이 나타났던 장면이다.
지난해 6월 임명된 김오수 검찰총장의 임기는 내년 5월31일까지다.
임기대로라면 김오수 총장은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으로서 보다 윤석열 정부 검찰총장으로서 일하는 기간이 길다.
윤석열 당선인은 임기제 검찰총장의 헌법적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윤석열 총장을 징계하는 등 탄압할 때 윤 총장은 "검찰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총장직 사퇴가 그나마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키는 일"이라는 명분으로 사퇴했다.
그만큼 검찰총장의 임기 보장은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직결된다.
김오수 검찰총장. 연합뉴스그런데, 이제 입장이 바뀌었다. 김오수 검찰총장의 임기를 보장함으로써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할 주체는 윤석열 당선인이 됐다.
김오수 검찰총장의 수사지휘는 권력 눈치보기와 편파수사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수사하는 과정에서 직권남용죄의 적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사법농단 수사는 무죄 판결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 한복판에 서있었던 윤석열 당선인이 검찰총장 몰아내기에 직면했다.
역사는 반복되지만 항상 똑같지는 않다. 데자뷔일 뿐이다. 처음 겪는 일임에도 이미 본 적이 있거나 경험한 적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이다.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에 대한 분노가 힘이 되어 집권한 윤석열 정부가 내로남불의 시험대에 섰다.
자신이 쫓겨난 과정은 정당한 투쟁이고 자신이 쫓아내는 과정은 정당한 권한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황진환 기자그러나, 먼훗날에 이 역시도 반복된 역사로 기억될 것이다.
14일 공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당선인이 국정수행을 잘할 것이라는 응답은 절반을 겨우 넘은 52%에 불과했다. 취임하기 전 역대 대통령의 최저 수준이다. 가장 낮았던 박근혜 당선인이 64%였다.
지금 윤석열 당선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스스로 강조해온 헌법정신 수호와 겸허한 자세다.
그래서, 김오수 검찰총장 몰아내기로 보이는 윤핵관들의 언행은 적절성 여부를 떠나 점령군의 모습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윤석열 당선인이 가장 잘 아는 조직에서 윤석열판 내로남불 1호탄이 터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