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전경. 연합뉴스대학 캠퍼스 낭만을 잃어버린 '코로나 학번' 현상이 3년째 계속되는 가운데, 비대면 강의 제도가 대학 현장에서 조금씩 안착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교수의 강의 준비, 교수와 학생 간 의사소통 문제가 시간이 지나며 개선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14일 경희대 후마니타스 교양교육연구소 학술지 제8권 1호에 실린 '20·21학번 대학생의 온라인 비대면 수업 인식조사를 통해 본 수업 설계 개선 연구' 논문에는 이러한 내용이 담겼다.
김성일 교수는 2020년과 2021년 각각 2학기에 개설된 1학년 필수과목 '세계와 시민'의 수강생(20학번 67명·21학번 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21학번 중에서 비대면 수업에 만족하는 비율이 68%로 20학번의 만족도(55%)보다 13% 포인트 높았다. 반대로 불만족 의견은 21학번(8%)보다 20학번(15%)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김 교수는 "비대면 수업의 생경함과 불편함을 그대로 떠안아야 했던 20학번이 당면한 당시 상황을 반영한다"며 "21학번은 고3 때 비대면 수업을 수강한 경험이 있고, 대학 입학 후 비대면 수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인지했기 때문에 큰 혼란을 겪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같은 이유에서 21학번은 교수의 내용 전달력에 만족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20학번과 달리 고등학교에서 비대면 수업을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에 대학교수의 비대면 강의에 더 높은 잣대를 들이민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수의 교과내용 전달 정도'를 묻는 항목에서 21학번은 '만족' 56%, '불만족' 12%로 조사됐는데, 20학번(만족 65% vs 불만족 7%)에 비해 만족 의견은 줄었고 불만 의견은 늘었다.
김 교수는 "20학번도 고3 때 인터넷 강의를 들었지만 21학번은 정규 수업을 대체하는 의미에서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며 "전용 스튜디오에서 전문가가 제작한 강의와 대학에서 교수가 손수 제작한 강의의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교수의 수업 준비 정도에 대한 만족도(20학번 76%, 21학번 81%)와 교수-학생 간 의사소통에 대한 긍정 평가(20학번 45%, 21학번 59%)는 시간이 지나며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학생들 간 소통 단절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지적됐다.
학생 간 의사소통 문제는 20학번(잘됨 34% vs 안됨 46%)과 21학번(잘됨 29% vs 안됨 48%) 모두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우세했는데, 김 교수는 "우선하여 개선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20학번과 21학번은 입시전쟁을 뚫고 대학에 들어왔지만 꿈꿨던 기대를 실현할 수 없었다"면서도 "대학 교육 측면에서는 오히려 혁신을 꾀할 기회"라며 대면·원격 수업이 혼합된 '블렌디드 러닝' 도입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