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저녁 7시, 서울 송파구 잠실 종합운동장(올림픽 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서울' 첫날 공연을 연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함성, 구호, 합창, 기립 금지. 음료와 음식물 섭취 불가. 마스크 미착용 혹은 불량 착용 시 퇴장. 항상 거리 두기 1m 유지. 기존 객석 규모의 1/4만 개방.
벌써 2년째. '종식'을 기대했지만 이제는 '공존'을 도모해야 하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마지막 대면 콘서트 이후 2년 반 만에 잠실 주경기장으로 돌아왔지만, 방탄소년단은 여러 제약 속에서 공연해야 했다. 그럼에도 한결같이 몸이 부서져라 춤을 추고 노래했다. 팬들이 지르지 못하는 함성과 반응은 멤버들 스스로 했다. 어느 때보다 신나고, 여유롭고, 편안해 보였다.
10일 저녁 7시, 서울 송파구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방탄소년단의 단독 콘서트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서울'(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SEOUL)이 개최됐다. 네 번째 정규앨범 '맵 오브 더 솔 : 7'(MAP OF THE SOUL : 7) 발매 기념으로 잡았던 2020년 4월 공연이 취소된 지 약 2년 만이자, 마지막 서울 콘서트가 열린 지 2년 반 만의 공연이었다. 팬덤 아미(ARMY)와 차곡차곡 추억을 쌓은 뜻깊은 장소인 주경기장으로 '돌아온' 방탄소년단은 클래퍼를 활용한 '박수'만을 받는 "역사에 남을 콘서트"를 치렀다.
정규 4집 타이틀곡 '온'(ON)을 비롯해 '불타오르네'(FIRE), '쩔어'까지 퍼포먼스 진수를 느낄 수 있는 대표곡 3곡 무대를 마친 방탄소년단은 "드디어 돌아왔다"라며 반가움을 드러냈다. 리더 RM은 "한국으로 왔다.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서울', 드디어 왔다. 주경기장에서 우리가 다시 만났다"라고 운을 뗐다. 뷔는 같은 장소에서 했던 온라인 콘서트를 언급하며 "텅 빈 객석 앞에 카메라만 놔두고 촬영했는데 지금은 아미분들이 이렇게 여기 계시니까 너무 감동이고 설렌다"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 : 7'의 타이틀곡 '온'(ON)으로 공연을 시작했다. 빅히트 뮤직 제공"우리가 2년 반 만에 함께 있다는 게 제일 중요"(슈가)하다며 "후회 없이 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진)라고 강조한 방탄소년단은 야외 공연인 만큼 "여러분 춥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지민)라고 밝혔다. "모두가 함께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알찬 무대"(제이홉)를 준비해, "진짜 단 하나의 후회도 남지 않도록 오늘 모든 것을 쏟아부어" 보겠다는 게 이들의 각오였다.
파워풀한 퍼포먼스로 사랑받은 'DNA', 개별 곡으로도 파괴력을 가졌지만 이어질 때도 시너지 효과가 나는 '피 땀 눈물'과 '페이크 러브'(FAKE LOVE), 할시가 피처링한 발랄하고 흥겨운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 아티스트라고 부르든 아이돌이라고 부르든 나는 그저 나일 뿐이라는 가사와 국악 추임새가 어우러진 '아이돌'(IDOL),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영어 싱글이자 무수히 많은 기록을 세우며 크게 사랑받은 '다이너마이트'(Dynamite)와 '버터'(Butter) 등 방탄소년단의 대표곡 비중이 높았다.
정적인 분위기가 특징인 스페셜 앨범 '비'(BE)의 수록곡 '블루 앤 그레이'(Blue&Grey), 대규모 안무팀의 일사불란한 움직임과 깃털 그래픽 효과로 시선을 잡아끈 '블랙 스완'(Black Swan), '삶은 계속된다'고 위로를 건네는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 팬들을 만날 때 가장 행복하다는 진솔한 고백이 담긴 '잠시', RM·진·정국이 함께 부른 감성적인 퓨처 하우스곡 '스테이'(Stay), 예상치 못한 휴식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것을 직업병으로 나타낸 '병'까지 코로나 이후 발매된 곡들도 알차게 들어갔다.
'윙스'(WING) 스토리의 처음과 끝을 연결하는 '아웃트로 : 윙스'(Outro : Wings), 세대론과 수저론 등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뱁새', 내적 댄스를 유발하는 EDM 장르 곡 '소 왓'(So What) 등 과거 앨범 수록곡을 두루 포함해 풍성한 세트리스트를 완성했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약 2시간 40분 동안 공연을 이어갔다. 빅히트 뮤직 제공앙코르곡은 '홈'(HOME)이었다. 팬들이 있는 곳을 외롭고 힘들 때 돌아가고 싶은 '집'에 비유한 곡이다. 그동안 국내 대면 콘서트를 열지 못하고 오랜 시간을 보낸 방탄소년단이 돌고 돌아 비로소 집에 돌아왔다는 의미로 읽혔다.
엔딩 멘트와 마지막 곡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까지 약 2시간 40분 동안 달리면서도, 방탄소년단은 무척 신나고 흥이 오른 듯 보였다. 함성이나 떼창을 못 하는 팬들을 대신해 대신 호응하고 환호했고, 무대를 누비며 달렸다.
확실히 '관객 없는 공연'과 '관객 있는 공연'은 차이가 났다. 아미는 곡마다 맞춤한 응원법을 클래퍼로 표현했고, 호응과 박수도 클래퍼로 대신했다. 공식 응원봉 아미밤으로 파도타기를 하고, '당연히도 우리 사이 여태 안 변했네'라고 쓰인 손팻말 이벤트와 공연 전날(9일) 생일이었던 슈가를 위해 '윤기'라고 쓰인 응원 도구를 들고 있기도 했다.
지난 2년 반 동안 "그렇게 잘 지내지만은 못했던 것 같다"라고 말문을 연 제이홉은 "오늘 여러분들을 본 순간 그 마음이 싹 정리가 됐다"라고 해 멤버들의 환호를 받았다. 그는 "오늘 이렇게 와 주셔서 저의 마음을 완벽하게 깨끗하게 씻겨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공연장에는 초대형 LED와 대형 화면이 설치돼 있었고, 다양한 조형물과 설치물, 소품 등이 등장했다. 빅히트 뮤직 제공뷔는 "정말 많은 기대를 하고 정말 신나게 놀아야겠다 해서 정말 신나게 놀았는데 여러분은 어떠시냐"라고 물은 후 "아미분들의 목소리 대신 박수를 들으니까 다음에는 기필코 아미분들의 목소리를 들을 테다, 하는 목표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아미를 못 본 지 체감상 '23년'은 된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떤 막내 정국은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여러분 표정이나 목소리를 들을 순 없지만 꼭 저희 덕분에 행복한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너무 행복했고, 앞으로도 우리 행복한 날을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제 시작이다"라고 밝혔다.
슈가는 "'잠시'를 쓸 때 정말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는데, 꼭 다시 만날 때는 가득 채운 주경기장에서 뛰어놀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해서 죄송하고 아쉬운 부분이 있다. 여러분 즐거우셨나. 더 좋은 날 있지 않겠나. 오늘 즐겨줘서 너무 감사드리고 온라인으로 보시는 분들도 너무 감사드린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지민은 "사운드 리허설할 때 그때 (객석의 팬들을) 처음 봤는데 확실히 기분이 이상하더라. '와, 고향에 돌아왔다' '집에 돌아왔다' 생각이 들더라"라며 "그동안 아쉽고 힘들었던 감정이 다 없어진 것 같아서 너무 좋았고 좋은 시간 같이 보내 너무 기분이 좋다"라고 전했다.
잠실 종합운동장을 채운 관객들. 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진은 "저희가 이 콘서트 준비를 굉장히 많이 했다. 미국에서 먼저 한 큐시트이긴 하지만 회의도 많이 했고 멤버들의 고민도 있었다"라며 "한국 아미분들에게 보여드려야 하니 큐시트를 크게 바꾸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의견을 모았다. 오늘 마음에 드셨나"라고 물었다. 아미는 클래퍼 소리로 화답했다.
RM은 "사람들을 보고 에너지를 받고 같이 뛰고 말하고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하고 점프하고 이런 게, 있을 땐 당연한 거였는데 없으니까 정말 너무너무 힘들었던 2년이었던 것 같다"라며 "제한된 상태에서 하는 게 속상하지만 굉장히 결연하게 올라왔다. 우리가 나머지 여백을 다 채우자는 마음으로. 해 보니까 비대면보다 훨씬 낫다"라고 해 박수를 받았다.
이어 "'홈'을 부른 게 정말 의미가 있었다. 저희가 정말 집에 왔기 때문에. 정말 여기가 저희의 진정한 고향 아니겠나"라며 "아들딸한테 전할 최고의 안줏거리를 선사한 오늘의 역사적인 공연에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첫날 공연을 무사히 마친 방탄소년단은 오는 12~13일 저녁 6시에 서울 송파구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2, 3회차 공연을 이어간다. 12일 공연은 영화관에서 콘서트를 보는 '라이브 뷰잉'을, 13일 공연은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을 병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