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2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선 제3차 초청후보자 토론회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미소를 짓고 있다. 오른쪽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창원 기자그동안 토론장보다는 장외에서 주로 설전을 벌여왔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이재명 대선 후보가 마지막 TV토론회에서 말 그대로 불꽃 튀는 대결을 펼쳤다.
복지, 인구절벽 등 사회 분야 토론이었지만, 대장동을 화두로 재차 격돌하며 각종 의혹과 공격을 쏟아낸 것이다.
대선을 불과 일주일 앞뒀지만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지지율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처럼, 두 후보의 네거티브 설전은 대선이 이제 막 시작된 것 같은 느낌마저 줬다.
대장동, 또 대장동…거칠어진 尹, 의혹 다 쏟아냈다
윤 후보는 2일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마지막 TV토론에서 대장동 사태에 화력을 집중했다.
사회분야 토론인 만큼 복지, 여성, 저출생 등 정책분야 토론전이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관련한 모든 의혹을 언급하며 네거티브전을 펼쳤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정치 경력이 짧아 현안 대응과 정책 설명에 있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 온 윤 후보였지만 대장동 관련 공격에는 거침이 없었다.
시간총량제 토론에서 타 후보들의 질문에 답변하기 급급했던 윤 후보는 주도권토론에서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자 바로 대장동을 꺼내들었다.
그는 "대장동 사건을 이 후보께서 다 승인했음에도 검찰은 이 수사를 덮었다. 하지만 덮은 증거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며 운을 뗀 후 의혹을 쏟아냈다.
이 후보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을 잘 모른다고 부인한 데 대해 대장동 개발 수주의 중심인물인 김만배씨와 유 전 본부장이 이 후보의 측근인 정진상 전 경기도 정책실장,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과 "의형제 도원결의를 맺었다"며 지난 토론에서 언급했던 내용을 다시 불러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만배씨가 '대장동 개발이 이재명 게이트다. 4천억원짜리 도둑질이다'라고 한 발언은 물론, '이 후보가 화천대유가 제대로 돈을 벌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정민용 변호사의 발언, 남욱 변호사의 '내가 좀 일찍 귀국했다면 민주당 후보가 바뀌었을 것'이라는 발언, 이 후보가 대장동 사업에서 1천억원만 챙기면 된다는 내용의 녹취, 김만배씨가 이 후보의 선거법 사건을 뒤집기 위해 대법관에게 재판로비를 했다는 남욱 변호사의 검찰 진술 등 이 후보와 관련해 보도된 의혹을 교과서 읽듯 줄줄 읽어냈다.
"이런 후보가 아이 키우고 싶은 나라 이야기를 하고, 노동의 가치 이야기를 하고, 나라의 미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국민을 좀 우습게, 가볍게 보는 처사가 아니냐"며 사회 분야 내용인 것 처럼 포장했지만 그간 국민의힘 전당적 차원으로 제기해 왔던 이 후보와 관련한 의혹을 사실상 모두 꺼내든 것이다.
윤 후보의 공격은 대장동에서 그치지 않았다.
"2월 27일 이 후보께서 울산에서 '정치보복은 숨겨놨다가 나중에 몰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복대상이 누구냐"고 따져 물은데 이어, 이 후보가 자신의 질문에 재차 반문으로 맞서자 제3자인 국민의힘 안철수 후보를 활용하는 변칙 공격까지 선보였다.
윤 후보는 정신병원 입원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장에서 전문가 위원회로 넘겨야 한다는 안 후보의 공약을 물으며 "이 후보가 형님인 이재선씨나 자신을 공격하는 김모씨를 정신병원에 강제입원한 현안과 관련해서 말씀을 주신 것 아니냐"고 가족 문제까지 소환했다.
아울러 이 후보가 여자친구와 그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자신의 조카를 "심신미약, 심신상실"이라고 변호한 일도 언급하며 "여성인권을 무참히 짓밟으며 페미니즘을 운운하고, 이런 분이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된다면 과연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고 싶은 나라가 되겠느냐"고 공격하기도 했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2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선 제3차 초청후보자 토론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옆을 지나고 있다. 윤창원 기자"특검"으로 역공나선 이재명…페미니즘 연결고리로 尹 '이대남 전략' 공격도
조카 변호 논란에 "저의 부족함이었다. 피해자 여러분께는 사죄의 말씀을 다시 드린다"며 숨을 고른 이 후보는 윤 후보의 대장동 포화에 대해 '특별검사'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이 후보는 "벌써 몇 번째 울궈(우려)먹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그래서 제안 드린다. 대선이 끝나더라도 특검을 해가지고, 반드시 '특검하자는 것에 동의해 주시고', 두 번째 거기서 '문제가 드러나면 대통령에 당선돼도 책임지자', 동의하시느냐"고 말했다.
그렇게 밝혀야 할 일이 많으면 '검찰이 여당 후보를 봐줬다'는 의혹만 제기할 것이 아니라, 둘다 공평하게 특검 앞에 서자는 것이다.
흥분한 윤 후보가 "이거 보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이 후보는 "동의하십니까?"라고 물었고, 두 후보는 세 차례나 "이거 보세요"와 "동의하십니까?"를 외친 후에야 다음 토론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윤 후보가 "지금까지 다수당으로 수사를 회피했다. 대선이 국민학교 애들 반장선거냐"며 답변시간이 지났으니 넘어가겠다고 하자, 이 후보는 "대답을 안 하신다"며 끈질기게 반격에 나서기도 했다.
"김만배씨가 '윤 후보는 내 카드 하나면 죽는다',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한 것은 왜 인용을 안 하시냐"며 "검사를 그렇게 해오셨냐"고 검찰 경력을 비꼬기도 했다.
윤 후보의 정신병원 강제입원 공세 때는 발언권이 없음에도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하시나. 경찰이 한 것이다. 경찰이 시장이 시킨 것을 하느냐"고 큰 목소리로 반박하는 적극성까지 보였다.
흥분이 식지 않은 이 후보는 마무리 발언 때도 "당연히 특검을 해야 한다"며 "특검을 하고 책임은 대통령이 되더라도 져야 된다(는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 것을 보셨지 않느냐"고 윤 후보를 저격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저희가 작년 9월부터 '특검을 하자', '우리 것도 할 것이 있으면 받자'고 했는데 지금까지 다수당이 이것을 채택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며 "선거를 지금 일주일 남겨놓고 또 특검을 하자고 한다"고 말해 이 후보야 말로 표를 위해 술책을 쓰고 있다고 반격했다.
이 후보는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을 주로 챙겨 온 국민의힘 선거 전략을 겨냥, 페미니즘에 기반한 공격도 펼쳤다.
이 후보는 "저출생 원인을 이야기하다가 '페미니즘 때문에 남녀 교제가 잘 안 된다, 그래서 저출생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씀하셨다"며 페미니즘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앞선 토론회에서 객관적인 수치나 세부적인 정책 내용에 대한 질문에 여러 차례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 윤 후보의 약점을 공략한 것이다.
윤 후보가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의 하나", "여성을 인간으로서 존중하는 것"이라는 두루뭉술한 답변을 하자 마치 학생을 가르치듯 "여성의 성차별과 불평등을 현실로 인정하고, 그 불평등과 차별을 시정해 나가려는 운동을 말하는 것"이라며 지적에 나섰다.
이 후보의 질문은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의 일부라고 이야기를 하시는 놀라운 말씀을 들었다"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실소까지 이끌어냈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2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선 제3차 초청후보자 토론회에서 각 당 후보들이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창원 기자"성인지" "감세 없는 복지"로 양강 비판한 심상정…尹 냉대한 안철수
지난 토론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응방안 등을 물으며 눈길을 끌었던 심 후보는 정의당의 강점 분야인 여성과 복지, 차별금지법 등으로 양강 후보를 곤란케 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윤 후보를 향해서는 "성인지 예산 제도를 누가 만들었는지 아시느냐"고 물어 "잘 모르겠다"는 대답을 이끌어냈다.
이 후보에게는 공약집에 차별금지법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질문, 이 후보가 "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수차례 확인해왔다. 하고자 하는 일을 모두 공약에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유도했다.
이 후보, 윤 두 후보 모두 증세 없는 복지 강화를 공약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이고 '감세하는 복지는 사기'라고 생각한다"며 "온갖 복지 계획을 말하고 있는데 돈을 써야 된다. 증세 계획이 없다면 100% 그냥 국가 채무로 하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복지의 정의와 관련해 평등(equality)과 형평(equity)의 차이를 설명한 그림(키가 다른 3명이 같은 상자 위에 올라 야구 경기를 보려는 모습과 상자의 개수를 달리 해 키와 무관하게 모두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한 모습을 비교한 그림)을 보여주며 "산술적 평등보다는 형평, 공평함이 더 맞는 방향"이라고 복지론을 펼쳤다.
후보 단일화가 무산된 윤 후보와 같은 색 넥타이 차림으로 토론에 나선 안 후보는 탄소배출에 대해 설명을 좀 해달라는 윤 후보의 요청에 "강의를 하려고 여쭤본 것이 아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여권 지지층 결속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선물한 넥타이를 매고 나온 이 후보는, 중도 표심을 얻기 위해 안 후보의 발언에 "훌륭한 지적이다.", "적절한 예를 들었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표현을 쓰며 친근감을 나타냈다.
후보 못지않은 장외 설전…민주 "원고만 줄줄" 국민의힘 "비아냥대며 무례"
이 후보와 윤 후보의 날선 설전 못지않게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장외 신경전도 거세게 펼쳐졌다.
민주당 선대위 박찬대 수석대변인은 토론 후 논평을 통해 "윤 후보는 토론 내내 다른 후보들의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답변만 내놓으며 준비되지 못한 후보임을 보여줬다"며 "마지막 주도권 토론을 이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으로 일관하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고 혹평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5번의 토론 내내 주제와 상관없이 대장동 네거티브만 했다"며 "그나마도 고개를 떨군 채 준비해온 원고만 줄줄 읽었다"고 윤 후보의 토론 능력도 폄하했다.
반면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이 후보는 마지막 토론까지 상대 후보를 다그치듯 하고 비아냥대며 무례하게 임하는 등 기본적 감정 처리도 안 되는 자세로 임했다"며 "이 후보의 주된 공약인 기본소득의 예산 마련 관련 질의를 할 때는 동문서답을 해 놓고 윤 후보가 대답할 때는 '포인트가 맞지 않는다'고 하거나 '그렇다는 거냐, 아니냐' 식의 답변을 요구한 것은 아주 실망스럽다"고 맞대응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현금성 퍼주기 복지를 주장하면서도 구체적인 재원 방안은 제시하지 못했고 오히려 '증세는 필요 없다'며 토론에서 공언했다"며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해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신설을 공언한 바 있으면서 토론에서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하며 불리한 답변은 피해갔다"고도 지적했다.
정의당 선대본 오현주 대변인은 "사회자가 심 후보에게 발언권을 부여하지 않아 질문 기회를 잃었고, 두 차례나 발언에 끼어들어 토론의 맥을 끊었다"며 "여당후보에게 유리한 편파적인 토론을 진행한 사회자와 주최 측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별도의 논평을 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