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25일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시내에서 한 주민이 로켓 공격으로 불탄 집 옆에 서 있다. 연합뉴스"폭격 소리가 연달아 들리자 가족 모두가 공황 상태가 됐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시작한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체류중인 교민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많은 교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수도 키예프 인근 공항도 지난 24일(현지시각) 폭격을 당하면서 교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25일 외교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은 현지시각 지난 24일 오후 6시 기준 공관원 및 크림지역 교민(10명)을 제외하고 총 64명이며 36명이 출국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중 11명은 현재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으로 이동 중이며 이 가운데 1명은 전날 르비브에서 대사관 임시사무소의 지원을 받아 폴란드로 출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키예프에서 16년 넘게 무역업체를 운영 중인 김도순(58)씨는 현재 피난을 위해 가족과 함께 24시간 넘도록 폴란드 국경으로 이동하고 있다.
피난에 나선 김씨 가족은 "폭격 소리를 듣고 가족 모두가 공황 상태였다"면서도 "전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지시각으로 지난 24일 오전 4시 30분쯤 로켓이 날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동시에 굉음이 반복적으로 들려왔다. 처음에는 포탄 터지는 소리가 아닌 줄 알았다"며 "한 시간 반 정도가 지나고 나서 확인을 해보니 키예프 인근 공항에 미사일이 떨어졌던 게 맞았다"고 전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지역 도네츠크주 중심 도시 크라마토르스크 주민들이 짐을 싸서 키예프행 기차에 탑승하는 모습. 그러나 키예프 주민들은 서부 도시 리비우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씨는 현지 교민과 주민들은 전쟁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60여 명이 우크라이나에 잔류한 상황이었다. 실은 '전쟁까지 나겠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어제 새벽 너무 갑작스럽게 인근에서 폭음이 들리기 시작했다"며 "핀란드는 입국을 허용한다고 해 서둘러 짐을 싸고 나와 피난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기에 체류하던 교민들은 원래 700명 정도로 대부분이 출국한 상황이긴 했다"며 "어제 폭격 사태를 계기로 지금은 더 많은 교민들이 피난 계획을 세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전역의 공항이 폐쇄되자 피난 차량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며 도로를 이용한 철수 여건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폴란드 국경 2km정도 떨어진 지점이며 출발한 지 만 하루 만에 우크라이나 검문소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며 "국경을 넘으려면 3~4시간 더 가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탈출 행렬이 이어지면서 슈퍼마켓과 식료품점에 시민들이 몰려 식량·생필품 등 수급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현재까지는 도로 곳곳에 있는 주유소 등에서 생필품 수급이 가능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급하게 나온다고 간단하게만 준비해서 나온 상황이라 주유소에서 요기하는 방식으로 지내고 있다"며 "다행히 주유소에서는 커피, 샌드위치 같은 것들을 판매를 하고 있긴 하다"고 말했다.
김씨 가족과 같이 피난 행렬에 나선 교민도 있는 반면 사정상 우크라이나에 잔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들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잔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분들 중 선교사도 있고 국제 결혼해서 그곳에 생활 기반이 있는 분도 있다. 또 자영업도 오래 해온 분들도 있다"며 "그런 분들이 아직까지는 잔류 입장을 밝혀왔는데 공관에서는 계속 철수 할 것을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외교부는 교민 안전을 위해 24일 부터 영사콜센터와 현지 대사관 합동으로 매일 2회 잔류 교민들에게 개별 연락해 안전 상황과 대피·철수 계획을 지속 점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