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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가리지 않는 '노무현 계승'…후보별 계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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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선후보들, 최근 연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 언급하며 계승 강조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 지지를 결집, 또는 약화해 지지세 확보하려는 것"
"중도층에도 비교적 호감도 높은 노 전 대통령 두고 대선 후보들 지지 경쟁"

故 노무현 전 대통령.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여야 대선후보들이 최근 연이어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원칙에 입각한 결단' '사람 사는 세상'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의 비전을 이어받겠다고 강조했다.

후보들 모두 민주당 지지층에 상징적인 인물인 노 전 대통령과 대선후보 본인 사이 공통점을 강조했다는 점에서는 일치했지만, 각각 기존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력을 강화하거나 민주당에서 이탈한 중도층을 확보하려고 하는 등 '노무현 정신 계승'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달랐다.

여야 후보는 최근 연이어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장소를 찾는 등의 방식으로 자신과 노 전 대통령 사이 의미를 부여하는 데 힘을 썼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지난 5일 제주 방문 일정 중 해군기지가 있는 강정마을에 들러 "노 전 대통령의 고뇌와 결단을 가슴에 새긴다"며 울컥한 듯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후보는 "노 전 대통령께서는 국익이라는 원칙에 입각해 본인을 지지하는 정치세력이 극구 반대하는 해군기지 건설 결단을 내렸다"며 "얼마나 힘들고 고독한 결정이었을까, 당시 그 입장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원칙에 입각한 판단' '고독한 결정' 등으로 윤 후보 본인과 노 전 대통령의 공통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5일 제주 해군기지가 있는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리고 국민 통합을 강조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5일 제주 해군기지가 있는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리고 국민 통합을 강조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은 한미FTA, 이라크 파병,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에서 지지층의 반대를 무릅쓰고 진정한 국익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했던 지도자였다"며 "윤 후보도 정파적 이익이 아니라 국익을 중시하는, 주위 눈치를 보지 않는 후보라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노무현 정신'을 되새긴 셈"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이튿날인 지난 6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어지는 '민주정부' 정통성을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아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꿈은 노무현의 꿈이고 문재인의 꿈이고 이재명의 영원한 꿈"이라고 말한 것이다.

묘소에서 두 손을 너럭바위에 올리고 잠시 흐느끼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 이 후보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를 이어 4기 민주정부인 이재명 정부를 반드시 만들어내겠다"며 노무현 정신을 재차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6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6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이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는 7일 노 전 대통령이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된 지역과 자신의 인연을 소개하는 등 과거 인연을 꺼내며 노 전 대통령과 자신의 비전이 같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은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외쳤다. 이념과 진영에 갇히지 않고 과학과 실용의 시대를 열고자 했다"며 "이는 저 안철수가 생각하고 가는 길과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고, 대의를 위해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도전했던, 바보 노무현의 길을 저 안철수는 기억하겠다"고 다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윤창원 기자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윤창원 기자여야 대선후보들이 진영을 넘어서 이처럼 각자의 비전과 '노무현 정신' 사이 공통점을 강조하는 움직임이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의 지지를 결집, 또는 민주당에서 이탈한 중도층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윤 후보는 오랫동안 호남 민심을 노리는 '서(西)진정책'을 강조해왔는데, 실제 최근 호남에서 지지율이 올랐고, 이를 가속화하려는 의지로 보인다"며 "안 후보는 지난 대선을 비롯해 앞서 호남에서 큰 지지를 받았던 경험이 있는데, 이를 다시 획득해야 윤 후보와의 대결에 도움이 될 거란 분석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의 경우 윤 후보의 상승세를 방어하는 동시에, 민주당 지지층 중에서도 정체성이 강하지만, 본인에 비판적인 친노·친문 지지층을 포섭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민주당 핵심 지지층뿐만 아니라 중도층에도 비교적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을 인식한 결과란 분석도 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여야를 불문하고 노 전 대통령의 '정치와 사회를 결합하려 한 열정'의 상징성을 강조해 중도층에게 어필을 하려는 모습으로 보인다"며 "노 전 대통령은 민주당 핵심 지지층의 큰 지지를 받고 있지만, 중도층의 호감도도 높다. 각 후보들이 이런 경쟁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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