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유출 선박.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연합뉴스인천의 한 해운사가 옹진군 백령도의 한 임의단체에 발전기금 1억원을 임의로 전달하려고 해 주민들이 반발하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2018년 백령도서 기름유출사건 발생…해운사, 발전기금 1억원 전달 합의
16일 인천 옹진군 백령면 주민 등에 따르면 해운업체인 A업체가 최근 임의단체에게 발전기금 1억원을 전달하려 해 백령면 주민자치위원회 등이 법정 다툼을 예고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이 기금은 2018년 백령도 용기포항에서 발생한 기름유출 사건에 대한 대한 보상과 함께 별도 지급하기로 한 마을 발전기금이다.
앞서 2018년 5월 19일 오후 4시쯤 인천 옹진군 백령도 용기포항에 정박한 4600톤급 화물선에서 벙커A유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용기포항 앞바다에 폭 4~5m·길이 10m에 달하는 기름띠가 떠 해경 등이 방제 작업을 벌였다. 이 사고는 인천과 백령도를 오가는 화물선이 항구에서 급유를 하던 중 기름이 넘치면서 발생했다.
사고가 나자 용기포항과 마을의 이장과 어민 등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사고 화물선 선사인 A업체와 협상을 했다. A업체는 기름유출로 인한 직접 피해는 보험 등을 통해 보상하고, 이와 별도로 비대위에 지역사회공헌 성격의 발전기금 1억원을 건네기로 했다.
당초 A업체와 비대위는 이장단 대표에게 기금을 전달하고 주민 복지를 위해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비대위가 법정 기부금을 받을 수 있는 단체가 아니라는 의견이 나오면서 지급이 보류됐다.
A업체, 기금 성격 '주민 복지'→'피해 보상' 변경 후 임의단체와 재차 합의서 작성
문제는 기부금을 전달해도 법적 다툼이 발생하지 않을 단체를 구성하는 데 상당 기간 소요되면서 발생했다. 백령면에서 기부금을 자체적으로 받을 수 있는 단체 구성이 가능해진 건 2020년 10월 옹진군이 주민자치회 시범 실시 및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면서 부터다. 이에 비대위는 발전기금을 기부금 수령이 가능한 법정 단체인 주민자치회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사이에 A업체는 지난해 8월쯤 백령면의 또다른 임의단체와 재차 발전기금 전달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 합의서는 해당 기금을 이장단이 협의를 통해 지정한 위임자에게 전달하고, 맨손어업 등 기타 피해자들을 위해 사용한다는 내용으로 작성됐다. 이 단체는 이 기금을 백령면 내 맨손어업자 등에게 10만원씩 지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가 기금 수령 단체를 구성하는 동안 수령 단체가 바뀌고 기금 성격도 바뀐 것이다.
해당 기금을 주민복지 사업에 써야 한다는 비대위 측과 맨손어업자 등의 보상금으로 기금을 쓰겠다는 임의단체 간 갈등은 주민 다툼으로 번졌다. 기금 수령단체를 구성하는 데 수년간 지체되면서 애초 합의서를 작성한 이장단과 2차 합의서를 작성한 이장단도 바뀌었다. 결국 주민뿐만 아니라 전·현 이장들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백령도 주민 "A업체가 주민간 분란 야기"…A업체 "분란 의도 없어"
백령도 주민들은 A업체가 피해 보상은 보험 등을 통해 이미 지급하기로 해놓고 뒤늦게 입장을 바꿔 재차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분란을 야기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일부 주민들은 A업체가 기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주민 간 다툼을 일으킨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비대위 측은 A업체가 발전기금을 임의단체에게 지급하는 건 2중 보상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기금을 임의단체에게 지급하면 최초 합의를 깬 이유를 들어 A업체에게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임의단체 측은 A업체가 보험 등을 통해 보상을 하기로 했지만 정작 피해를 증명하기 어려워 실제 보상을 받은 어민들이 거의 없다며 기금을 보상금으로 써야 한다고 반박했다.
주민들의 갈등이 극심해지면서 A업체가 주민자치회와 임의단체 가운데 어느 곳에 발전기금을 지급하더라도 법적 다툼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A업체 측은 주민자치회와 임의단체 중 어느 곳이든 먼저 해당 지역 이장들의 서명을 모두 받아오는 곳에 기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A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임의단체 관계자가 회사를 찾아와 강력하게 지급을 요청해 재차 합의서를 작성하게 됐다. 주민 간 분란을 일으킬 의도는 없었다"며 "합의서 작성 당시 임의단체에게 주민 대표성을 입증하도록 각 지역 이장들의 서명을 모두 받아오라고 요청했지만 이후 연락이 없어 지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