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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AT의 품격?' 조코비치, 새 역사 써도 존경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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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박 조코비치가 지난해 호주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뒤 우승컵을 들고 기념 촬영한 모습. AP=연합뉴스노박 조코비치가 지난해 호주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뒤 우승컵을 들고 기념 촬영한 모습. AP=연합뉴스
테니스 메이저 대회 호주오픈의 사나이가 과연 호주로부터 출전 허가를 받을 수 있을까. 법정 공방에서는 이겼지만 호주 정부는 다른 방법으로 추방을 계획하고 있다. 남자 테니스 세계 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35·세르비아) 얘기다.

호주 연방 순회·가정법원 앤서니 켈리 판사는 10일 화상 심리 끝에 조코비치의 입국 비자를 취소한 호주 정부에 대해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조코비치의 입국 비자는 유효하게 됐고, 호주 정부는 조코비치에게 여권을 비롯한 소지품을 반환하고, 격리 조치를 해제하며 소송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

조코비치는 오는 17일부터 개막하는 호주오픈 출전을 위해 지난 5일 멜버른 공항을 통해 호주로 입국했다. 조코비치는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아 당초 입국할 수 없었으나 지난해 12월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완치돼 백신 접종 면제 사유에 해당됐다.

하지만 호주 정부는 조코비치의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호주 방역 수칙에 따르면 외국인은 코로나19에 감염돼도 백신 접종 의무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에 따라 조코비치는 멜버른 시내 파크 호텔에 머물 수밖에 없었는데 해당 호텔이 난민 수용 시설로 사용되고 있고, 방 안 창문이 나사로 고정돼 바깥 공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조코비치는 변호사를 선임해 비자 발급을 거부한 호주 정부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호주 법원은 조코비치의 손을 들어줬다.

켈리 판사는 심리에서 "조코비치가 의료진 등으로부터 (백신 미접종 사유인) '의료적 예외' 조항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조코비치가 달리 뭘 더 할 수 있었겠나"라는 의견을 냈다. 조코비치는 멜버른 시가 위치한 빅토리아 주 정부와 호주테니스협회로부터 백신 접종 예외에 대한 인정을 받고 입국했다는 점이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조코비치가 10일 호주 정부와 소송에서 승소한 뒤 멜버른 파크로 달려가 훈련한 뒤 코치진과 함께  포즈를 취한 모습. 조코비치 소셜 미디어조코비치가 10일 호주 정부와 소송에서 승소한 뒤 멜버른 파크로 달려가 훈련한 뒤 코치진과 함께 포즈를 취한 모습. 조코비치 소셜 미디어
이에 따라 조코비치는 즉시 호주오픈 경기장으로 달려가 훈련을 소화했다. 조코비치는 이날 자신의 SNS에 멜버른 파크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다. "오늘 비자 취소와 관련된 소송에서 이겨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글도 남겼다.

조코비치는 또 "여기 머물며 호주오픈에 출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훌륭한 팬들 앞에서 열리는 중요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여기 호주에 왔다"고 썼다. 이어 "팬 여러분의 격려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코비치와 함께 통산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최다 우승 타이 기록(20회) 보유자인 라파엘 나달(36·스페인)도 "개인적으로는 조코비치가 호주오픈에 안 뛰는 것이 더 좋긴 하다"면서도 "어떤 것이 옳은지 결과가 나왔다"고 지지했다.

하지만 조코비치의 호주 오픈 출전은 불공정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선수 거의 전원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상황에서 조코비치만 특혜를 받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더욱이 조코비치는 호주오픈에서 남자 단식 역대 최다인 9회 우승 기록 보유자다. 지난해 US오픈 결승에서 조코비치의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저지한 다닐 메드베데프(26·러시아)는 "조코비치가 공정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면제 허가를 받았다면 출전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오지 말아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코로나19 수칙을 어겼던 조코비치의 과거 행적도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조코비치는 2020년 6월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등에서 미니 투어를 개최했는데 여기에 참가한 선수, 관계자들이 대거 코로나19에 확진됐다. 조코비치 자신도 양성 반응이 나왔다. 지난달 확진 다음 날 마스크를 쓰지 않고 행사에 참석한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여기에 호주 정부의 강경한 대응도 걸림돌이다. 호주는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꼽혔지만 최근 하루 확진자가 11만 명을 넘는 등 일주일 동안 50만 명이 늘었다. 조코비치의 입국에 대해 호주 정부가 깐깐하게 구는 이유다. 호주 정부는 "이민부 장관이 직권으로 조코비치의 비자를 취소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모두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확산 방지와 타인의 건강 등 공공을 위한 백신을 맞지 않는다면 이에 따른 불이익은 감수해야 한다. 물론 백신 접종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는 체질적 특성이 있지만 조코비치는 개인적 신념에 따라 백신 반대론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코비치가 만약 올해 4년 연속 호주오픈 정상에 오른다면 세계 테니스의 새 역사를 쓰게 된다. 나달과 '황제' 로저 페더러(41·스위스)를 넘어 역대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최다인 21회 우승을 이룬다. 3명이 다투고 있는 역대 최고의 선수(GOAT·Greatest Of All Time)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다.

하지만 GOAT의 위상에 어울리는 업적을 이뤄도 그에 맞는 품격과 존경까지는 얻지 못할 수 있다. 과연 조코비치가 호주오픈에 출전할 수 있을까. 또 출전한다 해도 이런 우여곡절 끝에 우승까지 이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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