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지난 8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여수멸치를 구입한 SNS 사진 한장을 두고 정치권에서 '멸공' 논란에 '여순사건'까지 소환되면서 호남 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8일 '달걀, 파, 멸치, 콩'이라는 해시 태그와 함께 이마트에서 여수 멸치와 약콩을 구입한 사진을 게시했다.
이후 나경원 전 의원, 김진태 전 의원, 김연주 상근부대변인, 김병욱 의원 등이 이른바 '멸공 챌린지'에 동참했다.
이 같은 멸공 챌린지에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의 극우화를 우려하며 집중성토했다.
김용민 의원은 10일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윤석열 후보는 여수 멸치를 들고 있는 사진을 SNS에 올리며 멸공이라고 했는데 멸공은 공산주의자를 완전히 다 없어지게 한다는 뜻으로 반공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수는 여순항쟁 때 반란군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1만 명이 넘는 민간인 학살이 자행된 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라며 "대통령 후보라는 사람이 국민을 통합하기는커녕 아픈 역사를 건드리면서 국민을 갈라 세우는 장난질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모 유통업체 대표(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철없는 멸공 놀이를 말려도 시원찮을 판인데 따라 하는 것은 자질이 의심된다"면서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 체제에서 중도의 길을 걷나 했더니,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대놓고 일베놀이를 즐기면서 극우보수의 품으로 돌아간 듯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자중지란 끝에 겨우 돌아온 윤석열표 선대위 대전략이 고작 국민 편가르기, 구시대적 색깔론이란 말이냐"며 "꼭두각시 노릇 하는 윤석열 후보나, 청년 세대를 장기판 졸 보듯 하는 이준석 대표나, 두 분의 모습에 국민들은 피로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오후 전남 순천시 여순사건 위렵탑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박사라 기자 국민의힘 안에서도 윤 후보를 비롯한 당내 인사들의 멸공 챌린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당 대표실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멸치와 콩을 자주 먹는다며 가볍게 위트 있게 대응했는데"라며 "윤 후보의 모든 행보 하나하나 깊게 관찰하는 분들이 이어가는 멸공 챌린지는 과한 것이라고 본다"라며 이렇게 평가했다.
이 대표는 "우리 후보가 진짜 멸공 주의자면 기자회견을 했을 것"이라며 "가볍고 익살스럽게 풀어낸 것을 주변에서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후보의 정책 행보가 주목받는 상황에서 어떤 이념적인 어젠다가 관심받는 상황을 주변에서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윤 후보의 여수멸치를 집어 든 SNS 사진을 두고 정치권에서 멸공 논란에 이어 여순사건까지 소환되면서 이를 바라보는 여순 유족과 시민사회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여순10·19사건 범국민연대회의 최경필 사무처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여수와 순천을 세 번이나 다녀가고 여순 특별법 통과에도 협조하면서 국민의힘이 여순사건에 대해 진정성 있는 면이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순사건 유족들도 이 대표와 자주 만나면서 국민의힘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져왔는데 윤 후보가 저런 식으로 행동하면 그동안 했던 행동이 가식적으로 느껴질 것"이라며 "여수멸치 논란을 바라보는 유족의 입장은 오죽하겠느냐"고 말했다.
최 사무처장은 "당장 다음달부터 여순사건 피해자 접수와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가 시작되는데 국민의힘이 과거사를 진정성 있게 대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시민사회에서는 윤석열 후보의 공개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남시민단체연대회의 김태성 사무처장은 "지난해 여순사건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이제는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힘써야하 할 때에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며 "여수멸치를 들고 사진을 찍은 것이 우연의 일치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해명과 공개사과,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