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경기도 평택시 청북읍의 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큰불이 나, 이 불을 끄기 위해 건물 내부에 진입했던 이형석 소방위(왼쪽부터)와 박수동 소방교, 조우찬 소방사 등 소방관 3명이 갑자기 재확산한 불길에 고립됐다가 끝내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청 제공"우리 우찬이 얼굴 보고싶다. 우찬이…"6일 저녁 경기도 평택시 한 장례식장. 한 중년 남성이 영정사진을 보며 혼잣말을 되뇌었다.
평택 냉동창고 화재 사고로 목숨을 잃은 조우찬(25) 소방교의 삼촌이었다.
그는 옆에 서있던 소방관을 바라보며 "우찬이가 왜 사고를 당했는지 말해달라"고 흐느꼈다. 소방관은 고개를 숙였다.
조 소방교는 임용된 지 불과 7개월 된 새내기 소방관이다. 이날 인명수색을 위해 화재 현장으로 들어갔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조 소방교는 소방관이 되기 전 특전사로 4년을 근무했다. 이날 빈소에는 조 소방교와 함께 군 생활을 했던 동료들도 찾아 조문했다.
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의 한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실종됐던 소방관이 구급차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조 소방교의 군대 후임이었다는 장모(25)씨는 "조 소방교는 힘들어도 자기 일을 묵묵히 수행했고, 따뜻한 사람이었다"며 "힘든 상황에서도 주변 사람들을 잘 챙겨줘서 감사하고 고마운 사람이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소방 구조대라는 직업이 있다는 걸 알고 나서는 열심히 임용준비를 했고 결국 소방관이 됐다"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군복을 입고 빈소를 찾은 조 소방교의 친구들은 "친구가 여기 있어서 보러왔다. 더이상 말하기 힘들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 소방교가 같은 소방관 동료와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조 소방교의 약혼녀는 동료 소방관들의 부축을 받으며 빈소를 찾았다.
이날 화재 현장에서 함께 숨진 채 발견된 박수동(31) 소방장의 아버지는 아들의 영정사진을 붙들고 울부짖었다. 박 소방장의 아버지는 "소방관 시켜서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며 "수동이 없으면 아빠 어떻게 살라는 거냐"라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박 소방장과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소개한 친구는 "박 소방장과는 고등학교 동창이자, 박 소방장 여자친구의 친구"라며 "소방관이 된 뒤에도 종종 연락을 해왔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제일장례식장에 평택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이형석 소방경 빈소가 마련됐다. 연합뉴스이들과 함께 구조현장에 나섰던 이형석 팀장(50·소방경)의 빈소에서도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이 소방경은 1994년 7월 임용된 베테랑이자, 아내와 자녀 2명을 둔 가장으로 알려졌다.
소방청은 순직한 이 대원들에 대해 옥조근정훈장과 1계급 특진을 추서한다. 또 국가유공자로 지정한다.
앞서 전날 오후 11시 45분쯤 평택시 청북읍 한 냉동창고 신축공사 현장 1층에서 불이 났다.
불길이 잡히지 않자 소방당국은 같은 날 자정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작업을 벌였다. 이어 7시간여 뒤인 이날 오전 7시 10분쯤 대응 1단계를 해지했다.
그러나 잠잠해졌던 불길이 다시 커지며 이날 오전 9시 20분 대응 2단계를 발령, 진화에 나섰다.
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의 한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이 현장을 나서며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연합뉴스하지만 이 과정에서 건물 2층에 투입됐던 소방관 5명이 오전 9시 30분 마지막 교신을 끝으로 연락이 두절됐다.
이 과정에서 진화작업을 위해 현장에 투입됐던 조 소방교 등 3명이 실종됐다가 이후 숨진 채 발견됐다. 나머지 2명은 자력으로 탈출했다.
한편, 화재 당시 작업자 5명이 창고 1층에서 바닥 미장 작업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모두 화재 현장에서 대피했다.
건물 내부에는 산소통, LPG 등 용접장비와 다량의 보온재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건물은 연면적 19만 9762㎡, 7층 규모다.